"오승환 선배가 내 존재를 알고 계신 것 아닌가? 그 자체로도 감사하다".
kt는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와 3연전을 내리 내줬다. 지난 주말 두산과 3연전 첫 경기를 이긴 뒤 5연패.
특히 타선은 침묵하고 마운드는 일찌감치 무너지며 제대로 붙어보지도 못한 패배라는 점이 아쉬웠다. 때문에 kt의 '클로저' 김재윤(27)은 같은 기간 강제 개점휴업 중이다.

▲ 100%가 아닌 몸 상태로 일군 100% 이상의 성적
김재윤은 올 시즌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 17경기에 등판해 14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 11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은 1할4푼3리, WHIP(이닝당 출루 허용)는 0.68에 불과하다.
그래서일까.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재윤의 표정은 싱글벙글이었다. 김재윤은 "당초 예상하고 바랐던 것보다 성적이 더 좋다. 재작년보다 작년이, 작년보다 올해 컨디션이 좋다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보다 더 좋다. 이렇게 100% 달라질 거라고는 생각 안 했다. 운이 많이 따른다"라고 겸손하게 운을 뗐다.
김재윤은 포수로 미국 무대에 도전한 뒤 국내로 유턴, kt의 부름을 받았다. 지난 2015시즌을 앞두고 투수로 전향한 그는 단 5개월 만에 1군 경기에 등판, 롯데를 상대로 1이닝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2015시즌 42경기서 1승2패 6홀드 평균자책점 4.23을 기록한 그는 지난 시즌 도중 마무리투수로 전업하며 52경기서 8승1패 14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4.97을 기록했다.
절대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포수에서 전향한지 얼마 안 된 선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박수받을 성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너무도 갑작스레 괄목상대한 모습이다.

그러나 포수 이해창의 생각은 달랐다. 이해창은 "구위만 놓고 보면 지난해보다 덜 좋다. 날이 더워지면서 조금씩 100%에 가까워질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80~90%의 몸 상태로 평균자책점 제로 행진을 이어가는 걸까.
김재윤도 일부 동의했다. 그는 "지난 시즌 한창 좋을 때에 비해 공의 힘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 성적이 나오고 있다. 구위에 자신감이 없으니 제구에 훨씬 더 신경을 쓰게 된다"라며 "(이)해창이 형 말처럼 여름이 되면 지금보다 공에 속도도 붙을 텐데, 공이 가운데에 몰리면 여지없이 맞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지금의 제구를 유지한다면 시너지가 있긴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 성공한 '오승환 덕후' 김재윤
150km를 상회하는 묵직한 속구로 9회를 지우는 클로저. 한국야구는 2005년 오승환(현 세인트루이스)의 등장에 환호했다. 그리고 정확히 10년이 지난 뒤 김재윤이 1군에 이름을 알렸다. 물론 전성기 때 오승환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김재윤 역시 '마무리 난조'에 빠진 KBO리그 흐름을 독야청청하게 깨고 있다.
김재윤의 롤 모델 역시 자연히 오승환이다. 인터뷰마다 "오승환 선배를 닮고 싶다"는 얘기를 입버릇처럼 남겼던 김재윤이다. 진심이 통한 걸까. 오승환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kt 마무리투수가 나와 공을 비슷하게 던진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봤다. 관심이 많이 가더라. 자신의 볼을 믿고 자신있게 투구하면 훨씬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 같다"라고 칭찬했다.
김재윤은 그 기사가 공개되자마자 찾아봤다고 한다. 그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 정말…. 그 인터뷰를 해주신 기자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오승환 선배가 내 존재를 알고 계시다니. 기사를 읽는 내내 설렜다"라고 자랑했다.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 김재윤은 이어 "내가 데뷔했을 때 선배는 일본에서 뛰고 계셨다. 같이 한국에서 뛴 시기가 겹치지 않아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생각보다 좋게 말씀해주셨다. 나를 모르는 게 당연한데…"라고 밝혔다.
오승환만큼이나 김재윤의 성장을 반기는 이는 김진욱 kt 감독이다. 김 감독은 김재윤에 대해 묻자 "김재윤? 그런 선수가 우리 팀에 있나"라고 농을 친 뒤 "하도 등판하지 않아 깜빡했다. 팀 사정상 등판 텀이 긴데도 늘 괜찮다고 해준다. 감독으로서 고마운 선수다"라고 칭찬했다.
이를 전해들은 김재윤은 "빈말이 아니라 정말 괜찮아서 그렇게 보고드리는 것이다"라며 "감독님께서 기사마다 나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주셨다. 선수로서는 최고의 칭찬이다.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기분 좋은 부담이랄까. 이제 믿음에 보답할 차례다"라고 강조했다.
김재윤은 인터뷰마다 올 시즌 목표로 '지난해보다 많은 세이브'를 꼽았다. 지난해 김재윤은 14세이브를 기록했으니 앞으로 세 개 남은 것. 목표를 상향해야 하지 않냐는 말에 김재윤은 "사실 14세이브나 20세이브 등 수치에는 의미가 없다"라며 "굳이 꼽자면 블론세이브 0개가 내 목표다. 35세이브에 블론세이브 5개를 기록하는 투수와 15세이브에 무블론세이브 투수 중 택할 수 있다면 후자를 고를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어진 역할'에만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의미다. 김재윤은 "세이브는 내 힘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블론세이브는 전적으로 내 탓이다"라며 책임을 힘줘 말했다.

▲ kt의 우승을 꿈꾸는 '프랜차이즈 스타' 후보
'kt 유니폼을 입고 우승하는 순간' 김재윤이 그리는 꿈의 한 장면이다. "포수 출신이라 그런가. 오승환 선배와 진갑용 선배가 우승 확정 직후 포옹하는 세리머니가 너무 멋있었다. 그 장면은 매년 자료화면으로 나간다. kt 유니폼을 입고 우승하는 게 내 프로생활 궁극의 바람이다." 김재윤의 이야기다.
김재윤은 'kt부심'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도 'kt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김재윤. 그는 "삼성을 떠올리면 이승엽 선배, 롯데를 떠올리면 이대호 선배를 대지 않나.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팀을 상징하며 꾸준히 잘하는"이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오승환에 대한 팬심으로 시작해 kt에 대한 자부심으로 끝난 인터뷰. 김재윤은 매 경기 '오늘은 평균자책점 제로가 깨질 것이다'라고 되뇌이며 마운드에 오른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의 주문이 실패하고 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평균자책점 0.00을 시즌 끝까지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의 올 시즌 목표인 '블론세이브 제로'는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김재윤이 보여준 자신감과 책임감이라면 말이다. /ing@osen.co.kr
▲ 김재윤이 생각하는 팀내 외모 순위 TOP3부터 팬들에게 보내는 한마디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