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냄비받침' 책만들기 시도 합격, 소재가 다했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6.07 06: 49

결론부터 말하면 완벽하게 합격점이다.
‘빠름의 시대’에 종이책마저 각종 전자기기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는데 ‘냄비받침’을 통해 종이책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SNS를 탐방하는 재미보다 더 높은 관심을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냄비받침’은 20~30세대 청년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독립 출판이 방송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단순히 SNS에 올리는 이미지와 텍스트가 아닌, 1인 미디어를 꿈꾸며 나만의 스토리를 담겠다는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6일 오후 첫 방송된 KBS2 예능 ‘냄비받침’에서는 MC 이경규, 안재욱, 김희철을 비롯해 게스트로 출연한 걸그룹 트와이스와 배드민턴 선수 이용대가 자신만의 사연을 담은 책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과정이 담겨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이경규는 19대 대선후보로 나섰던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심상정의 참모들을 만나 인터뷰를 담은 책을 내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가장 먼저 TV를 통해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접했고 그들의 선거를 도왔던 선거캠프 직원들을 만나 각 후보의 전략 및 평소 생활 방식 등을 취재했다. 개그계 대부로 불리는 그가 과연 어떤 시각으로 후보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어떠한 결과물을 뽑아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또 평소 술자리를 좋아하는 안재욱은 ‘건배사’에 대한 정보를 모아보겠다고 했고, 걸그룹에 대한 정보가 많은 김희철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담아 ‘걸그룹 보고서’를 쓰겠다고 공언해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멤버들과 회의를 거친 끝에 트와이스의 대표로 나선 다현과 정연은 ‘트와이스 깔거야’라는 제목을 지닌 책을 만들겠다고 했다. 트와이스의 일상부터 특별한 순간까지 차곡차곡 담아 팬들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편 이용대는 갓 태어난 딸을 위해 좋은 책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출연했다며 아기가 성년이 되고나서 읽을 책을 미리 만들어주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목차에는 딸이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 절대 연애를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담겠다고 밝혀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종이 책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독자 수가 줄자 서점과 도서관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게 현실이다. 웹 콘텐츠와 전자책이 나왔다고 해서 종이 매체의 역할을 완벽하게 대신한다고 볼 수 없다.
심지어 책이 라면 냄비의 받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가슴 아픈 현실을 반영해 ‘1인 미디어 독립출판’이라는 재해석을 시도했고, 다시 종이 책을 찾게끔 하는 노력을 하려 한다. 누구나 스마트 폰 검색 한 번이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보니 개성과 창의력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는데, 개성은 자신의 SNS에 올리는 셀카 사진이나 해시태그에 비해 완성된 형태인 종이 책을 통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냄비받침’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타인의 삶에도 도움이 될 만한 방식을 제시함으로써 종이 책의 장점을 알리고, 그로 인해 종이 매체의 소멸을 막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purplish@osen.co.kr
[사진] ‘냄비받침’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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