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더와일드' PD "'이민호 다큐'라 불려도 상관없어요"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6.12 13: 59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MBC 다큐멘터리 ‘DMZ 더 와일드’의 제작진이 다큐멘터리의 변화와 배우 이민호를 프리젠터로 캐스팅한 이유 등을 밝혔다. 
UHD 개국 특집 MBC 스페셜 'DMZ, 더 와일드'는 지금껏 언론을 통해 소개되지 못했던 DMZ의 신비로운 생태와 지구상 최대의 온대 원시림 DMZ의 민낯을 공개하는 다큐멘터리로, 지난 4월3일 프롤로그를 시작, 12일 오후 11시10분부터 3주간 매주 월요일 방영될 예정이다.
특히 배우 이민호가 프리젠터로 참여해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이민호는 2015년 10월부터 2017년 봄까지 장장 1년 6개월간 이어진 촬영 기간 전반에 걸쳐 현장에 동참했다. DMZ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려는 ‘더 와일드’의 제작 취지에 동감한 그는 재능기부로 다큐멘터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민호의 참여로 ‘DMZ, 더 와일드’는 많은 화제를 낳았지만,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연출자 입장에서는 자연 다큐멘터리의 본질과 프리젠터 이민호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까다로울 법했다. 이에 ‘DMZ, 더 와일드’의 김정민 감독과 조철영 조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작진의 고충을 들어봤다. 조성현 감독은 스케줄상 인터뷰에 참여하지 못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Q. 이민호라는 한류스타가 프리젠터로 나섰기 때문에 화제는 됐지만, 그 균형을 지키는 것은 더욱 까다로웠을 것 같다. 자칫 DMZ보다 이민호가 더 크게 보일 수도 있는 상황 아닌가. 
A.(조철영 PD, 이하 조) ‘이민호 다큐’가 되진 않을까 걱정은 있다. 딜레마다. 
(김정민 PD, 김) 사실 합의가 내부적으로도 쉽사리 나지 않았다. 다행히 어떤 방향으로 편집을 해도 괜찮을 만큼의 촬영분은 확보를 한 상황이었다. 정글에 가는 프로그램을 연상케 할 만큼 이민호의 고생기로 엮을 수도 있었고, 그저 자연다큐멘터리로만 집중해도 괜찮을 만큼의 분량이 있었기에, 다양한 스펙트럼을 두고 어느 방향에 방점을 찍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제작진 내에서도 논의가 길었고, 상부와의 회의도 길었다. 어느 선이 가장 적당한 선인지에 대한 합의를 내는 과정이 길었다. 연출자로서 나 자신은 마음에 든다. 이민호가 짐을 싸고, 촬영에 나서는 걸 팔로우하면서 이민호의 여정기로도 편집을 해봤고, 그걸 빼고 넣고, 선배들의 조언도 듣고 하면서 완성본을 만들어갔다. 지금의 완성본이 가장 이상적인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촬영을 많이 해놓은 덕분에 입맛에 맞게 편집하는 게 가능했다. 
Q. 이민호가 전폭적으로 촬영에 참여를 한 프리젠터였다. 전에는 찾아볼 수 없는 형식이기도 하다. 혹시 이민호의 역할에 레퍼런스를 두었다면 어떤 작품이 있을까. 
A. (김) ‘그것이 알고싶다’의 김상중 같은 역할을 레퍼런스로 생각했다. 평소에는 스튜디오에서 촬영하지만 특집 같은 경우는 김상중이 야외 촬영을 하지 않나. 이민호가 처음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냐’고 물었을 때, 그런 걸 떠올리며 ‘그알의 김상중 역할’이라고 답했다. 우리처럼 프리젠터가 등장하는 다큐는 한국에서 드물었고, 그마저도 멘트만 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레퍼런스를 둘 만한 다큐는 없었다. 
해외 다큐멘터리에는 프리젠터가 현장에 들어가서 묻히고, 구르고 하면서 생생하게 전달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그런 프리젠터가 생물학자와 같은 전문가들이 많은데, 그런 전문가의 역할을 이민호가 할 순 없지 않나. 그래서 기존에 있는 대로 하지 말고 우리 식으로 하자고 말했다. 우리와 많은 시간을 보내자고 이민호에 요구했고, 거기에 상당히 충실해줬다. 처음 시도하는 스타일이라 적응의 시간이 길었다. 
Q. 프리젠터가 직접 현장에 함께 하며 다큐멘터리를 전하는 게 색다른 시도인 것 같다. 다큐멘터리의 새 장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데. 
A.(조)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장르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프리젠터가 그저 전달자가 아닌, 사람들의 귀와 눈이 되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부분에 열정이 있는 사람과 함께 같이 촬영을 하면서 시간의 기록을 쌓아가는 작업도 재밌을 것 같다. 다큐멘터리를 만든지 얼마 안 된 나로서는 이번 ‘DMZ, 더 와일드’라는 새로운 작업을 통해 배운 게 정말 많고, 다큐멘터리의 새 지향점을 생각해보는 소중한 기회였다. 
(김)다큐 연출자들 또한 전통적인 장르 규격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연예인이 참여하는 다큐를 두고 다큐냐, 예능이냐 따지는 게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세상이 됐다. 장르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진 시대에 맞게 다큐팀도 많은 노력을 한다. ‘휴먼다큐 사랑’같은 경우는 삽화와 애니메이션 기법을 다양하게 썼다. 이처럼 기존에 없던 걸 다큐에 녹여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는 그 중 하나로 프리젠터의 참여로 새로운 기법을 모색한 것이다. 
Q. 그렇다면, 다큐멘터리의 변화는 지금 어디까지 왔나.
(김) 다큐도 옛날처럼 소수의 식자들을 위해 존재하거나, 혹은 제작자가 선도적으로 알려주고자 하는 자세의 프로그램이 아니다. 점점 변해가고 있고, 경쟁과 선택 등을 통해 오히려 경쟁력을 가진 장르로 거듭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다양한 장르의 예능이 쏟아지는데, 그 속에서 오히려 다큐라는 장르가 신선한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단순한 즐거움이 아닌, 한 사람 머릿속에 길게 여운이 갈 수 있는 콘텐츠가 가능한 장르라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Q. ‘DMZ 더 와일드’의 이민호 출연을 두고 ‘이민호 다큐’가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연출자로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A.(조) ‘DMZ 더 와일드’가 잘 된다면, 이런 프리젠터 참여 다큐가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연예인 내레이션이 시작될 때에도 비판적인 시선이 있었는데, 지금은 잘 자리 잡았지 않았나. 이번 작품이 잘 된다면 다큐멘터리가 더 풍성한 장르로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 
(김) 사실 개인적으로 ‘DMZ 더 와일드’가 ‘이민호 다큐’가 되어도 상관없다. 어떤 이유든 간에, 보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다만, 고생한 스태프들의 땀과 노력이 사장될까봐 걱정인 것뿐이다. 이민호가 나오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를 보기 시작했고, 이민호의 모습이 제일 기억에 남더라도, 다큐 속 DMZ의 모습은 어떤 형태로든 시청자의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보는 사람이 있어야 다큐멘터리도 지속된다. 누구의 다큐로 생각하든지, 어떻게 보기 시작했는지는 상관없다.(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yjh0304@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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