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선발투수 '10승 선착', 다승왕 지름길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6.15 05: 48

역대 10승 선착 투수 35명 중 23명이 다승왕 
최근 6시즌에도 6명 중 4명이 다승 1위 
KIA의 '에이스' 헥터 노에시(30)가 올 시즌 KBO리그 투수들 가운데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았다.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10승 선착'은 선발투수의 시즌 성적을 예측할 수 있는 좋은 잣대다.

헥터는 14일 부산 사직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전에 선발등판, 7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3실점으로 시즌 10승을 달성했다. 헥터는 13경기 만에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로 리그에서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았다. 지난 시즌 21경기 만에 10승을 달성했던 때보다 8경기나 빠른 페이스다.
KIA 투수가 10승을 선점한 건 통산 6번째. 마지막은 지난 2011년 윤석민(16경기)이었다. 그해 윤석민은 27경기에 등판해 17승5패 평균자책점 2.45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평균자책점과 다승, MVP(최우수 선수)를 모두 휩쓸었다.
이처럼 '10승 선착'은 선발투수의 그해 시즌이 얼마나 화려할지 점칠 수 있는 가늠자였다. 지난해까지 KBO리그 35년 역사에서 10승 고지를 먼저 밟은 투수가 다승왕에 오른 건 총 23번(날짜 기준). 비율은 66.0%에 달한다. 원년 박철순(OB)과 이듬해 장명부(삼미)를 시작으로 10승 선착은 다승왕을 점칠 좋은 잣대였다.
▲ 최근 6시즌 중 '10승 선착' 다승왕은 4명
최근 시즌을 살펴봐도 강세는 뚜렷했다. 지난해 10승 고지를 가장 먼저 밟은 투수는 더스틴 니퍼트(두산)다. 니퍼트는 지난해 6월 21일 잠실 kt전서 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10승 고지를 가장 먼저 밟았다. 시즌 13경기 만에 따낸 10승. 당시 니퍼트는 개막 6연승을 질주하는 등 초반부터 페이스를 올렸다.
이후에도 3연승을 달리는 등 호조를 유지한 니퍼트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최종 성적은 28경기 22승3패, 평균자책점 2.95. 다승과 평균자책점 모두 리그 1위에 오른 니퍼트는 MVP를 받았다. 작년 두산의 선발진은 '판타스틱4'라고 불릴 만큼 최고였지만 그 중심은 니퍼트였다.
2015시즌 10승 선착 투수는 알프레도 피가로(삼성)였다. 피가로는 6월 19일 문학 SK전서 7이닝 3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10승. 첫 다섯 경기서 2승2패에 그쳤던 피가로는 이후 6경기서 6승을 따내는 등 페이스를 올렸고 14경기 만에 10승 고지를 밟았다.
그러나 이후에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피가로는 10승 달성 직후 7경기서 48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77로 활약했지만 2승2패에 머물렀다. 8월2일 잠실 두산전서는 8이닝 3실점 완투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피가로는 25경기 13승7패, 평균자책점 3.38로 시즌을 마쳤다. 10승 달성 이후 11경기서 3승 추가에 그친 것. 다승 순위는 7위였다.
2014시즌 10승 고지를 가장 먼저 밟은 건 앤디 밴헤켄(넥센)이었다. 밴헤켄은 6월 29일 잠실 두산전서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10승을 따냈다. 첫 10경기서 58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91로 3승4패로 활약했지만 3승4패에 그쳤다.
밴헤켄은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며 흐름을 탔다. 5월 27일 목동 SK전서 시즌 4승째를 올린 밴헤켄은 이후 무려 14경기서 전승을 거뒀다. 세계최초 14연승. 같은 기간 87이닝을 소화했고 평균자책점은 3.41이었다. 밴헤켄은 14연승에 힘입어 31경기서 20승6패, 평균자책점 3.51로 시즌을 마쳤다. 다승왕은 그의 차지였다.
2013년도 초반은 니퍼트의 분위기였다. 니퍼트는 7월 17일 잠실 NC전서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10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니퍼트는 10승 달성 직후 어깨부상을 이유로 무려 두 달 동안 등판하지 못했다. 결국 니퍼트는 9월 20일 잠실 LG전에야 복귀, 5이닝 무실점으로 11승을 기록했다 최종 성적은 19경기 12승4패 평균자책점 3.58. 두 달을 쉬어 규정이닝에도 못 미쳤지만 다승 공동 7위에 올랐다.
2012년의 장원삼도 15경기 만에 10승을 달성했고 그해 17승으로 다승왕에 올랐다. 앞서 언급한 윤석민도 마찬가지. 최근 6시즌 동안 10승 선점 투수가 다승왕을 차지한 건 4명에 달한다.
▲ '리그 최강' 팀 전력은 득…불펜이 변수
헥터의 10승 달성이 의미 있는 건 불과 13경기 만에 이뤄낸 성과라는 점이다. 지난 시즌 22승을 기록했던 니퍼트가 13경기 만에 10승 고지에 올라섰다. 역대 가장 적은 경기로 10승 고지를 밟은 건 1985년의 김일융(삼성)과 1993년의 정민철(빙그레). 이들은 12경기 만에 10승 고지를 밟았다. 김일융은 그해 25승을 거두며 김시진(삼성)과 함께 다승왕에 올랐다. 또한 1993년 당시 프로 2년차였던 정민철은 이후 6경기만 더 등판하며 13승3패, 평균자책점 2.24에 머물렀다.
그 다음이 13경기다. 1986년의 김일융을 시작으로 1987년 김시진, 1994년 조계현, 1995년 이상훈과 송진우, 2005년 손민한, 2010년 양현종, 지난해 니퍼트 등이 13경기 만에 10승을 달성한 인물이다. 그야말로 화려한 면면이다. 헥터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거기에 두 가지 요소가 헥터의 '역대급 승수 쌓기'를 가능케 할 전망이다. 첫째는 늘어난 경기 수다. 144경기 체제, KIA는 현재 63경기를 치렀다. 헥터가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소화한다면 앞으로 17~18경기 정도 등판이 가능하다.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전제가 뒷받침되면 20승은 물론 그 너머를 바라볼 수도 있다.
KIA의 전력이 두 번째 요소다. KIA는 올 시즌 63경기서 41승22패, 승률 6할5푼1리로 리그 1위에 올라있다. 불펜이 불안하지만 선발진과 타선의 힘을 앞세워 개막 직후부터 선두를 고수하고 있다. KIA의 팀 타율은 2할8푼9리로 리그 2위에 달한다. 헥터가 등판하는 날도 힘을 내고 있다. 헥터는 올 시즌 13경기서 평균 6.90점을 지원받고 있다. 리그 5위에 해당한다. 경계할 건 불펜이다. 헥터는 지난달 19일 광주 두산전서 7이닝 2실점 호투에도 불펜의 방화로 승리를 날린 바 있다. 그런 사례만 아니라면 역대급 승수 쌓기 도전이 가능할 전망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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