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커피 한 잔①] 고국진 PD “‘아드공’, 아이돌이 쓴 100% 실제 이야기”
OSEN 정준화 기자
발행 2017.06.30 16: 12

여러모로 ‘최초’의 예능 콘텐츠다. 일단 출연하는 아이돌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실제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이 차별화되는 지점. 이 과정을 예능 형식으로 풀고 이야기는 드라마에 담는다는 전략도 탁월하다. KBS 웹 콘텐츠 ‘아이돌 드라마 공작단’(이하 ‘아드공’)의 이야기다.
지상파 TV 프로그램의 경우 시청층이 점차 고령화 되고 있다. 10대와 20대의 젊은 시청자들은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익숙해짐에 따라 TV 앞을 떠난 지 오래다. 변화와 혁신이 필요했고, KBS 역시 움직임을 시작했다. 그 선봉에 고국진 PD가 ‘아드공’을 들고 나섰다.
제작 과정을 예능형식으로 담고 결과물을 드라마로 푼다는 이 포맷은 꽤나 신선하다. 여기에 실제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는 슬기(레드벨벳), 유아(오마이걸), 전소미, 디애나(소나무), 문별(마마무), 류수정(러블리즈), 김소희가 직접 대본을 쓰고 연기를 펼친다는 설정도 화제를 모으기 충분했다.

지난 29일 누적 조회수 1000만뷰를 돌파한 바. 올해 네이버TV 웹예능 채널 중 최초의 수치다. 5월 29일 네이버TV와 V LIVE, 유튜브를 통해 '1화 아드공 탄생 비화! 알고보니 드라마 오디션 탈락 동기들?'이 업로드를 시작하고 불과 한 달 남짓 만에 이룬 기록. 웹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화제성이 높은 TV 프로그램들을 압도했다는 점이 놀랍다.
콘텐츠도 흥미롭다. 멤버들의 작가가 돼 자신의 실제로 겪은 에피소드를 풀어놓고 이를 연기하는 덕에, 생각지도 못했던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알차게 담긴다는 것이 강점.
주고자 하는 메시지도 확실하다. 아이돌 멤버들이 꿈을 향해 가는 과정을 담은 메인 스토리는 우리의 삶과 닮았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 그 와중에 느끼게 되는 설움이나 고민, 이를 극복하고 결국 바라던 것을 이뤘을 때의 성취감 등은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고국진 PD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 아이돌 공작단, 어떻게 기획 시작하게 됐나요
“제가 올해로 PD 생활 13년차인데, 예전에 비해서 (TV 프로그램 속) 아이돌들의 비중이 낮아지더라고요. 음악프로가 있지만,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알리는 정도인 거 같어요. 점점 갈수록 방송 환경 자체가 집단 MC체제에서 나오는 캐릭터로 방송의 재미를 잡아가는 느낌이에요. 아이돌들이 설 자리가 없죠.”
“아이돌들이 방송활동은 앨범이 나올 때 프로모션정도인데, 그것마저 1회성 휘발성이죠. 출연을 한다고 해도 리액션 정도로 대체가 돼 버리니까 그런 것들이 안타까웠어요.”
“연차가 높고 연륜이 있는 MC 선배들하고 방송을 할 때는 당연히 조심스럽고, 어려울 수밖에 없죠. 또래 애들끼리 모아서 방송을 만들면 활발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인터뷰 형식이 아니라 드라마 형식으로 전달하면 보는 팬들이나 시청자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만드는 과정은 예능으로 보여주고 결과물은 드라마로 나오게 하면 임팩트 있는 솔직한 이야기를 전달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나온 기획안이에요.”
- 프로그램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프로그램 취지 자체가 똑같은 직업을 가진 또래 친구들이 무슨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었거든요. 이를 통해서 이들 역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또래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TV에 비춰지는 화려한 생활과는 달리 일반적인 사람들과 비슷하게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가수들의 이야기지만 결국에는 요즘 10대 20대들이 고민하는 이야기들이에요. 어떤 집단에서 잘하는 친구, 못하는 친구가 있을 테고, 뭘 갖고 싶지만 참아야하는 상황, 친하지만 경쟁해야하는 삶, 그런 것들이 곳곳에 내재돼 있죠. 성공의 가능성은 바늘구멍 작은데, 끊임없이 노력해야하는 상황. 결국엔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 기획의도대로 진행되고 있나요?
“드라마 모든 촬영이 끝나고 친구처럼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지내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아이돌들이 교류가 전혀 없더라고요. 또래 아이들이면 기본적으로 친할 줄 알았는데..편하게 진행하겠구나 했는데 사실 처음에는 조금 다들 어색해하는 모습이었어요.”
“또 ‘아드공’을 통해서 아이돌들이 제대로 된 이야기를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유아가 첫 사전 인터뷰 때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 작품이 연습생들에게 교과서 같은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라고요. 같은 일을 하려고 하는 후배들에게 아이돌들의 생활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희망을 가지고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멤버들도 더 열심히 솔직하게 임한 거 같고요.”
- 제작은 어떻게 진행 되었나요
“제작진은 일절 개입을 안했어요. 어떻게 할지 지켜보는 100% 관찰이었죠. 멤버들 존댓말 써가면서 통성명 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랐어요. 서로에 대해 잘 모르더라고요. 방송을 진행 할수록 서로 가까워졌는데,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방송으로 인해서 단톡방도 만들어지고 서로 가깝게 지내는 게 고맙고, 서로 응원하고 함께 돕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했어요.”
- 아이돌 멤버들이 직접 대본을 쓴다는 설정이 재미있는데..
“요즘엔 아이돌들이 모든 면에서 뛰어나고 다 잘 하는 거 같아요. 그 중에 하나가 연기였고요, 그들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보여주면 좋겠다 싶었어요. 자신의 역할을 자신이 연기한다면 좀 더 집중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강슬기 역을 강슬기가 하고 문별 연기를 문별이 하면 좀 더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고, 접근도 쉬울 것 같았아요.”
- 정말 멤버들이 대본을 다 썼나요?
“결과적으로 멤버들이 쓴 대본을 다 담지는 못했지만, 토시 하나 안 고치고 넣은 부분들이 많아요. 드라마 대본을 쓰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작가들의 도움이 필요하긴 했어요. 전체적인 콘셉트는 드라마 작가들이 잡고, 친구들의 실제 대본을 녹였죠. 그 친구들의 사전 인터뷰를 통해서 나온 이야기가 대본의 90% 이상이에요. 실제 개인 개인의 사연을 묶었어요.”
“드라마 자체만 봐도 이해가 가겠지만, 저 장면이 누구의 실제 사연인지 알 수 있어요. 디애나의 경우 변비약 다이어트를 털어놓았고, 슬기의 경우에는 너무 커져버린 사람들의 기대 때문에 노래 부르는 게 무섭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런 모습들이 모두 드라마에 그대로 담겼어요.”
“회사 앞 햄버거 집에서 햄버거를 먹다가 매니지먼트 실장이 봐서 화장실에서 먹었는데, 결국 살이 찔까 걱정돼 다시 뱉었다는 유아와 수정의 사연도 있고요.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는 에피소드와 멤버들의 사연은 거의 100%에 가까워요.”
“픽션이 가미된 드라마이긴 하지만 팩트에 가까운 사연들이다. 무대 밑에서 힘들어했던 과정들을 팬들이 알고 이 친구들의 노력을 파악한 다음 더 애정을 갖게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친구들도 자기 이야기기 때문에 더 감정이입이 잘 됐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Oh! 커피 한 잔②] ‘아드공’ PD가 말하는 7인7색 옆집소녀에서 이어집니다.)
/joonamana@osen.co.kr
[사진] '아드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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