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조를 재편해야 하는 롯데 자이언츠다. 그리고 그 키는 7년 만에 돌아온 조정훈의 건강에 달려있다.
롯데는 필승조 역할을 하던 장시환과 윤길현이 1군 엔트리에 없다. 여기에 필승조에 준하는 역할을 했던 박시영마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3명의 선수 모두 거듭된 부진으로 인해 전력에서 제외됐다.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고는 하나, 불펜 투수들의 질과 양이 모두 부족한 롯데 입장에서는 불펜에서 중심 역할을 해주던 선수를 거의 동시에 3명이나 제외한 것은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롯데는 필승조를 다시금 꾸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본격적으로 새로운 필승조의 구색을 살펴볼 수 있던 경기가 지난 11일 대전 한화전이었다. 롯데는 대전 한화전 연장 접전 끝에 5-4, 1점 차 신승을 거뒀다. 마무리 손승락이 9회말 김태균에게 솔로 홈런을 얻어맞아 블론세이브를 기록했지만 새로운 필승조 구성을 테스트했고, 성공적이라고 평할 수 있는 결과를 냈다.

새로운 필승조 구성의 상수이자 변수는 모두 1명의 인물로 좁혀진다. 7년 만에 1군 마운드에 복귀한 조정훈이다. 조정훈은 지난 9일 사직 SK전 0-6으로 뒤지던 8회에 등판해 1이닝 13구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2010년 6월13일 사직 한화전 이후 2583일 만의 1군 무대 등판을 마쳤다. 과거 자신의 주무기였던 포크볼을 다시 힘차게 뿌리면서 복귀를 알렸다.
조정훈의 1군 복귀 등판은 생각 이상으로 파급효과가 컸다. 최고 145km까지 나온 빠른공 구속과, 낙차 큰 포크볼과 커브의 완성도는 여전했다. 7년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건재함을 알렸다.
결국 11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조원우 감독은 “지금 장시환과 윤길현이 빠져있으니 필승조 투입 상황이 되면 조정훈을 내보낼 것이다. 불펜으로 괜찮을 것 같다. 지금 조정훈만큼 경험 있는 투수가 없다”면서 조정훈의 필승조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고, 결국 11일 복귀 두 번째 경기 만에 박빙의 순간 투입됐다. 조정훈은 3-3 동점이던 8회말 올라와 1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호수비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박빙 상황에서 1점을 틀어막는 것이 힘들었던 그동안의 불펜 상황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결과다. 조정훈은 이렇게 첫 필승조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하지만 조정훈의 건강은 롯데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7년의 공백은 3번의 팔꿈치 수술로 인한 것이었다. 그만큼 조정훈의 건강은 시한폭탄이다. 나아질 법하면 통증이 찾아와 수술을 반복했던 시기를 겪은 바 있다. 조원우 감독 입장에서는 현재 롯데 불펜에서 가장 좋은 구위와 변화구, 많은 경험을 보유한 조정훈을 계속해서 활용하고 싶겠지만, 조정훈은 어떻게든 관리가 필요한 대상이다. 박빙의 승부가 계속되는 1군에서 연투가 불가피한 필승조로서 활용하기에는 다소 위험부담이 따르는 부분이기도 하다.
조정훈의 적극적 활용을 천명한 이상, 롯데 벤치도 이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조정훈을 관리하면서 활용하기 위해선 현재 남아있는 불펜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조정훈의 건강을 관리하고, 그의 커리어를 살리면서 불펜의 활용도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11일 경기에서 2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며 승리 투수가 된 잠수함 배장호는 그동안 해냈던 ‘마당쇠’ 역할에 국한되지 않을 전망. 이제는 새로운 필승조의 일원으로 승리확률이 좀 더 높은 경기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시즌 초반 부진으로 2군에서 시간을 보낸 이정민 역시 11일 경기 1⅔ 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부활의 가능성을 알린 것도 희망적인 대목이다. 여기에 불펜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신인 강동호의 역할도 승격될 전망.
장시환과 윤길현, 박시영 모두 1군에서 어떻게든 활용을 해야 할 자원이다. 그렇기에 롯데가 새롭게 구축할 필승조들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장시환과 윤길현, 박시영의 활용폭도 후반기에는 달라질 전망. 결국 그 키는 조정훈이 얼마나 건강하게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과거의 ‘클래스’를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jhrae@osen.co.kr
[사진] 위-조정훈(롯데 자이언츠 제공), 아래-배장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