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을 묻거든 고개 들어 이승엽을 보게 하라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7.13 11: 19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정호승 시인이 남긴 문구다. 야구팬들은 누군가 전설을 묻거든 고개 들어 이승엽(41)을 보게 하면 될 것이다.
이승엽은 12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전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 5타수 3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삼성은 이승엽의 적시타에 힘입어 11-3 승리를 거뒀다. 10위 kt와 승차는 6.5경기까지 벌어졌다. 이제 8위 한화도 1.5경기 차로 가시권이다.
# 대기록 제조의 전설

이승엽은 이 경기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이승엽은 2회 선두 타자로 나서 볼카운트 2S로 불리한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고영표의 4구 체인지업을 받아쳐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지난 1995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이승엽은 15시즌 통산 1849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3리(6933타수 2099안타), 459홈런, 1461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이 안타는 이승엽의 프로 통산 2100번째 안타였다. 역대 4호의 대기록이다.
아울러, 이승엽은 안타 두 개를 더 추가하며 통산 2102안타를 기록하게 됐다. 2100안타를 기록한 뒤 은퇴한 장성호를 제치고 역대 최다 안타 3위 부문에 오르게 된 것이다.
경기 후 이승엽은 "포항에서 고영표와 경기했을 때 체인지업에 당했다. 이날 속구는 아예 버리고 체인지업에만 초점을 맞추려 했다. 첫 타석에서 안타가 나와 남은 두 개의 안타도 나온 것 같다"라고 밝혔다.
# '동료, 상대 팀, 팬들까지' 배려의 전설
그러나 이승엽의 가장 큰 매력은 겸손함이다. 11일 경기서 결승 솔로포를 때려낸 조동찬은 경기 후 "경기 전 (이)승엽이 형이 선수단에게 '이번 3연전 반드시 다 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라며 "그 덕에 선수들 모두 집중했다"라고 언급했다. 12일 경기를 마친 후 취재진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승엽은 민망한 웃음을 터뜨리며 "무슨 소린가. 경기 전에 한두 마디 한 것뿐이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만약 보탬이 됐다면 정말 손톱만큼일 것이다. 동찬이가 잘했다"라고 후배를 치켜세웠다.
상대에 대한 배려의 미덕도 빠지지 않았다. 이승엽은 올 시즌 옆구리 투수 상대로 타율 5할4푼2리(24타수 13안타), 1홈런, 9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승엽은 기록을 듣자 "왼쪽 타자는 옆구리 투수에 강하다는 속설이 있지 않나. 내가 잘 쳤다기보다는 유형의 문제다. 고영표도 절대 만만한 투수가 아니다"라고 단호히 주장했다.
'배려 대상'은 후배와 상대 팀을 지나 팬들까지 향했다. 이승엽은 "마지막 올스타전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미보다 팬들께 죄송함이 더 크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야구계가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팬들께 상처를 안겼다"라고 밝혔다. 연이은 음주 사고에 심판과 자금 거래 소식까지 전해지며 팬들은 실망의 목소리를 연이어 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전설의 마음은 편치 않은 것이다.
팬들은 전설의 마지막을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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