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정민은 영화 ‘군함도’에서 일제에 강제 징용된 악단장 이강옥 역을 맡아 감성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준다. 그의 편안한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연기를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존재한다. 언제 어디서든 놀 줄 아는 몇 안 되는 배우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류승완 감독이 늘 황정민이 아니면 안 된다고 말하는 이유를 ‘군함도’를 통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부당거래’(2010)부터 ‘베테랑’(2015), ‘군함도’(2017)까지 세 작품을 함께 만들어온 명콤비다. 최고의 티켓 파워를 가진 감독과 배우로서 여전히 비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 매번 그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다.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더하는 충무로 대표 배우 황정민과 감독 류승완은 ‘군함도’를 위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이미 수많은 작품을 통해 탄탄한 연기 내공, 티켓 파워까지 검증 받은 두 사람은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끌어가는 것은 물론 영화의 깊이를 더한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에 강제 징용돼 하시마 섬으로 끌려온 조선인들은 저마다 다른 사연을 지녔지만 궁극적으로 버티기 힘든 ‘지옥섬’에서 살아남아 탈출하고야 말겠다는 공통된 일념을 갖고 있다. 실제로 당시 군함도에 징용됐던 한국 사람들이 탈출을 시도,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살아남기 위해 참고 버텼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해 안타까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딸 소희(김수안 분)와 함께 하시마 섬에 온 이강옥 역의 황정민의 뚝심 있는 연기는 ‘군함도’의 단점을 극복하는 최고의 에이스 카드다. 투박하게 건드리지만 펑펑 울게 만드는 묘수를 발휘한다. 좋은 배우 뒤에 탄탄한 연출력을 자랑하는 류 감독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두 사람을 믿고 보는 관객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은 누적 관객수로 입증할 수 있다. ‘군함도’는 개봉 2일 차인 어제(27일)까지 155만 891명(영진위 제공· 이하 동일)을 동원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고 앞서 ‘베테랑’은 1341만 4200명, ‘부당거래’는 276만 6436명을 동원하며 성공적인 액션 무비로 거듭난 바 있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은 생생하게 살아있고, 액션이든 드라마든 어떠한 장르든 항상 유머 코드가 적절히 녹아있다는 게 장점이다. 매 장면 감정에 충실한 황정민이 만나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가는 모습을 보면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역시 ‘믿고 보는’ 감독과 배우다./ purplish@osen.co.kr
[사진]영화 포스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