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연상’ 류현진, 1088일 만의 최고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7.31 11: 04

류현진(30·LA 다저스)이 다저스 벤치와 구단에 무력시위를 했다. 보란 듯이 7이닝 고지를 밟았고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류현진은 31일(이하 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호투를 펼쳤다. 이날 전국 중계된 경기에서 류현진은 상대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와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6회까지 안타 3개, 볼넷 1개를 내줬으나 병살타 3개를 엮어냈고 7회 무사 1,2루에서도 실점하지 않는 등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준 끝에 무실점으로 선방했다.
류현진을 둘러싼 최근의 환경은 사실 썩 좋지 않다. 다저스는 끊임없이 선발투수 트레이드 루머가 나돌고 있다. 다르빗슈 유(텍사스), 소니 그레이(오클랜드) 등 우완 에이스감을 영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 트레이드로 선발을 영입한다면 류현진의 입지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었다. 가뜩이나 지금도 6명의 선발투수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밀려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최근 류현진에게 긴 이닝을 맡기지 않는 경향도 있었다. 실제 최근 4경기에서 류현진은 모두 2실점 이하 경기를 했다. 그러나 최다 이닝은 5⅔이닝이었다. 투구수도 80~90개 정도에서 끊었다. 팀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하지만, 류현진에 대한 믿음이 다소 부족하다는 측면으로도 해석이 가능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초반부터 호투를 거듭했다. 로버츠 감독이 굳이 교체를 고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6회까지 안타 3개를 맞았으나 모두 단타였다. 자신의 시즌 아킬레스건이었던 피장타에 대한 위협에서 상당 부분 벗어났다. 6회까지의 투구수도 74개에 불과했다. 결국 류현진은 6월 6일 워싱턴전 이후 처음으로 7회에도 마운드를 밟았다.
류현진의 위기관리능력은 7회가 백미였다. 선두 에르난데스에게 중전안타를 맞았고, 펜스의 빗맞은 타구는 2루수와 중견수 사이에 떨어지며 이날 처음으로 득점권에 주자를 보냈다. 하지만 포지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고, 크로포드의 중견수 뜬공 때는 에르난데스가 3루 주자 패닉을 홈에서 잡아내는 호수비로 류현진을 도왔다.
류현진이 7이닝 이상 투구, 무실점을 기록한 것은 2014년 8월 8일 LA 에인절스전(7이닝 무실점) 이후 1088일 만에 처음이다. 투구수는 85개에 불과했다. 한편 시즌 평균자책점도 종전 3.83으로 낮춰 올 시즌 최저치(4월 8일 콜로라도전 후 3.86)를 경신했다.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한 판이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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