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 이달 23일 개봉하는 영화 ‘브이아이피’(감독 박훈정)에는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 등 이름만 들어도 믿음이 가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북한의 고위층 자재 김광일(이종석 분)과 그를 둘러싼 대한민국 국정원 박재혁(장동건 분), 경찰 채이도(김명민 분), 북한의 보안성 리대범(박희순 분), 미국 CIA의 첨예한 대립은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강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의 앙상블을 그려온 이야기꾼 박훈정 감독의 솜씨를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장동건은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재혁이 국정원 이라는 조직에 입사를 했고 매너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필드에서 활동을 하다가 사무직으로 온 사람이니 오히려 양아치스러움을 감추고 사는 게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태풍’ 당시 실제 국정원 요원을 만난 적도 있었는데 평범한 회사원 같았다”고 캐릭터 분석 과정을전했다.
이어 그는 “‘브이아이피’는 신선한 소재를 기반으로 재밌는 스토리를 갖춘 영화다. 스토리만 따라 가도 재미있다고 생각한다”며 “네 명의 캐릭터 사이에 도는 긴장감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동건은 데뷔하자마자 톱스타로 등극해 오랜 시간 아시아를 사로잡은 배우이다. 영화 ‘마이웨이’ ‘워리어스 웨이’ ‘태풍’ ‘태극기 휘날리며’ ‘해안선’ ‘친구’ 등의 작품에서는 강렬한 남성미로, 드라마 ‘신사의 품격’ ‘이브의 모든 것’에서는 부드러운 매력으로 여심을 사로잡으며 부동의 스타 자리를 지켜왔다. 그랬던 그가 ‘브이아이피’에서는 전혀 다른 장동건을 보여줬다. 현실적응형 인물로 임무 수행을 위해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는 철저한 회사원인 것.
장동건은 그간의 작품들과 달리 휘몰아치는 감정과 에너지 소모가 없어 오히려 연기하기가 더 어색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만 돋보이려 하지 않았고 작품 속 인물들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빼낼 건 빼면서 지독한 광기와 안타까운 연민 사이를 복잡하게 오갔다.
“전작들도 그렇고 느와르 장르가 자주 들어온다. 밝은 역할은 잘 안 들어오는 느낌이다. 대중이 저를 바르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은데, 작품 선택에서는 대중이 알고 있는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심리가 작용하는 것 같다.”
40대 중반에 들어선 자신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그는 농담도 꽤 잘하고 장난도 칠 줄 아는 성격 좋은 ‘아재’였다. 1992년 MBC 2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25년 동안 구설수나 논란에 휘말리지 않고 올바른 길로 ‘정주행’해온 그이다.
이날 그는 자신의 일상에 대해 “거의 집에 있고 시간이 나면 운동을 한다. 요즘에는 아이들이 방학이라서(웃음) 같이 있다”면서 “가끔 친구들과 만나서 술을 마시면 항상 12시 전에는 귀가한다”고 했다. 누가 봐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모범 남편이다.
장동건은 예능 출연 계획이 없냐는 질문에 “사실 예능 프로그램은 자신이 없다”면서도 “이번에 한 번 도전을 해볼까하는 생각이다”라고 답하며 성격 좋게 웃어넘겼다. 겸손을 떠는 게 아니라 늘 겸손한 사람. 아마도 이런 장동건이라서 과거보다 늘 발전된 장동건을 마주하게 될 것 같다. 지금보다 한 걸음 더./ purplish@osen.co.kr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