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택시운전사', 왜 또 송강호냐고 묻는다면...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8.21 14: 55

송강호가 '택시운전사'로 한국영화사에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족적을 남겼다.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는 지난 20일 마침내 천만 고지를 돌파하며 올해 첫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1억 배우' 송강호가 주연작으로 천만을 넘긴 것은 이번이 세 번째. '괴물'(봉준호 감독), '변호인'(양우석 감독)에 이어 세 번째 쾌거다. 이로써 송강호는 '트리플 천만'이라는 한국 영화사에 또 하나의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택시운전사'에서 송강호는 아무 것도 모른 채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로 향하는 서울 택시기사 김만섭 역을 맡았다. 김만섭은 밀린 월세 10만원을 갚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서울 광주 왕복 10만원'이라는 거액을 제시한 장거리 손님, 독일 기자를 극장 앞에서 낚아채 광주로 내달린다. 그러나 그가 만난 것은 무고한 사람들이 줄줄이 죽어나가던 5월의 광주였다.
송강호는 '택시운전사'에서 언론과 정부가 알려주지 않았던 광주의 진실을 목도하는 김만섭 역을 맡아 또 한 번 격동하는 시대 속에 일렁인다. 그간 송강호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 속 어느 한 켠을 차지한 인물이 됐다. 분단의 아픔을 웃음과 눈물로 짊어진 북한군 중사부터 대통령의 이발사, 불의에 항거하는 변호사, 민주화항쟁의 참상을 목도하는 평범한 택시운전사까지, 송강호의 얼굴은 곧 대한민국의 역사였다.
대한민국의 역사 속 '시대의 얼굴'이 된 송강호가 '택시운전사'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이들은 기대했지만, 또 어떤 이들은 우려했다. '택시운전사'가 처음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서슬퍼럴 때였다. 이미 '변호인'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송강호가 다시 한 번 '택시운전사'를 통해 80년 광주 민주화항쟁을 얘기한다고 했을 때 걱정 어린 시선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송강호가 또다시 근현대사를 다룬 작품을 선택한 것에 '왜'라는 의문이 이어지기도 했다. 역사에 비극에 휘말린 평범한 소시민이라는 점에서는 '효자동 이발사'와 궤를 같이 하고, 근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역사 속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점에서는 '변호인'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작품. 송강호는 왜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고, 왜 '택시운전사'는 송강호일 수밖에 없는지 질문을 던지는 관객들도 있었다. 
그리고 송강호는 이 질문에 '택시운전사'라는 작품으로 답했다. 소시민이라는 스케치는 같지만, 송강호가 '택시운전사'를 통해 완성해낸 김만섭의 캐릭터는 전작들과는 결이 다르다. 광주의 실상을 실제로 목도한 후, 분노하고 절망하지만, 끝내 개인의 양심을 발휘해 역사를 뒤바꾸고야 마는 얼굴은 이제껏 본 적 없는 송강호다. 차마 보기 괴로울 만큼 처절한 광주의 그날, 시대의 아픔을 목격하는 송강호의 눈과 얼굴과 어깨는 영화관을 나선 뒤에도 잔상처럼 관객들과 머리와 눈에 오랜 시간 남아있다.
"이런 얘기를 감당할 수 있을까" 두려웠다던 송강호는 시대의 아픔을 목도하는 평범하지만 가장 특별한 얼굴로 5월의 광주를 2017년에 다시 불러냈다. '왜 또 송강호인가', 송강호는 이런 질문에 '택시운전사'로 답했다. /mari@osen.co.kr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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