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탐구]당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천만영화는?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17.08.21 15: 21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가 1000만 관객을 넘어 어디까지 흥행이 이어질 지 관심을 모은다. 역대 국내 개봉 영화 중 19번째, 한국 영화로는 15번째 천만클럽에 가입한 '택시운전사'에 다시금 역대 천만영화들이 환기되고 있다. 그간 천만영화들은 다음과 같다.
1. 명량(2014) - 1761만명
2. 국제시장(2014) - 1425만명

3. 아바타(2009) - 1362만명
4. 베테랑(2015) - 1341만명
5. 괴물(2006) - 1301만명 
6. 도둑들(2012) - 1298만명
7. 7번 방의 선물(2013) - 1281만명
8. 암살(2015) - 1270만명
9.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 1231만명
10. 왕의 남자(2005) - 1230만명
11. 태극기 휘날리며(2004) - 1174만명
12. 부산행(2016) - 1156만명
13. 해운대(2009) - 1145만명
14. 변호인(2013) - 1137만명
15. 실미도(2003) - 1108만명
16.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 1049만명
17. 겨울왕국(2014) - 1029만명
18. 인터스텔라(2014) - 1027만명
19. 택시운전사(2017) - 1035만명(20일 영진위 기준)
이 중 몇 편을 살펴보자면,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명량'은 지난 2014년 개봉 당시 역대 최고 오프닝 신기록을 기록하며 흥행 신드롬을 일으켰고, 개봉 12일만인 최단기간 1000만 관객을 모은 놀라운 영화다. 연출을 맡은 김한민 감독은 당시 흥행에 대해 "'명량'이 이순신 붐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까지 올 지는 몰랐다. 놀랍기도 기쁘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국민성 애국주의에 기대어 만들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가주의나 애국주의에 의존하지 않았다. 이순신의 정신 울림이 오기를 바랐다"라고 전했다.
2위에 오른 '국제시장'의 천만 돌파는 초반부터 어느정도 예견됐다. 이미 '해운대'로 흥행력을 입증받은 윤제균 감독에, 중장년층의 향수를 부르는 소재까지, 흥행은 보장됐었다. 개봉 초반 과도한 애국주의 등 정치색 논란이 불거지며 암초를 만나는 듯도 했으나, 영화의 감동 코드로 무난히 범대중적인 공감대를 자극해냈다.
6위에 오른 '도둑들'은 당시 한국영화 역사상 3년 만에 나온 1000만 경사였다. 지난 2009년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 '해운대' 이후 천만관객의 맥이 끊겼던 한국영화는 '도둑들'로 그 맥을 잇게 된 것. 기존 '천만영화'의 흥행공식이었던 신파, 사회적이슈 없이 케이퍼 무비 장르로 천만을 이뤄냈다는 것이 큰 특징이었다. 그리고 한국 최초의 부부 감독-프로듀서 영화라는 점도 이색적이어서 영화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10위를 차지한 '왕의 남자'는 다수의 영화관계자들이 뽑는 진정한 천만영화다. 문화를 넘어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킨 '왕의 남자'는 당시 신인이었던 배우 이준기가 흥행의 동력이 되며 역시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1000만 관객을 모은 것. 배우 감우성, 이준기, 정진영이 연기한 캐릭터들은 폭넓은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고, 신선하고 짜임새가 좋은 풍자적인 사극이란 점이 천만 관객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천만 영화의 탄생을 알린 12위에 랭크된 '부산행'은 기존 천만영화의 관습을 또 한번 바꾸고 새로운 흥행 모델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데뷔 영화가 천만 영화가 됐는데, 본격 데뷔작이 천만 영화를 달성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가장 큰 특징은 장르였다. 앞서 '해운대' 같이 재난 블록버스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부산행'은 처음으로 '좀비물'이라는 한국 영화계에서 다소 마이너로 취급되던 장르를 상업적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14위를 장식한 '변호인'은 송강호와 실화 소재의 힘이 만난 작품으로 '택시운전사'와 맥을 같이 하는 작품이다. 송강호는 극 중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 역을 맡아 폭발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 관객들은 그의 대사 하나하나에 반응했고, 80년대 세무변호사에서 인권변호사로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평범한 사람 송우석 변호사에게 열광했다. 
이 영화는 각본이 만들어지고 연출자를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직접 각본을 썼던 양우석 감독에게 메가폰이 넘어갔고 감독은 독립영화도 각오한다는 마음으로 영화 제작에 돌입했다. 하지만 송강호의 합류가 결정된 후 상업 영화로 틀이 갖춰지게 됐다. 송강호는 이 영화에 대해 "미화를 했다던지 헌정영화와는 전혀 다른 작품이다. 편협한 시각보다는 80년대라면 불과 30년 전, 얼마 전이다. 그 격동의 시대에 그렇게 살아온 사람을 통해서 우리가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게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게 이 영화의 최고의 지향점이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택시운전사'는 그간 천만영화들과는 차이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영화를 둘러싼 논란이나 과도한 이슈 없이 잔잔한 흥행을 이뤘다는 점이 그렇다. 부정적인 이슈도 없었지만, 이른바 '택시 신드롬'이라 불릴만한 사회문화적 현상이 강한 것도 아니었다. 역대 천만영화들과는 조금은 다른 지점이다.
그렇지만 19일만에 천만 돌파란 기록은 굉장히 빠른 속도다. 12일만에 1000만 돌파한 '명량'에 이어 역대 천만영화 중 두 번째로 빠른 기록이고, 지난 해 '부산행'과 동일한 속도다. 즉 '조용하지만 강하다'가 이 '택시운전사'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송강호와 실화 소재의 힘이 낸 시너지, 그리고 관찰자의 시점에서 당시의 광주를 덤덤하게 보여주는 '택시운전사'가 이른바 애국주의를 강조한 '국뽕 영화'가 아니라는 점은 오히려 현 시대 정서와 부합한 것으로 보인다. /nyc@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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