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사는 남자’가 역대급 황당 엔딩으로 마무리 되며 전무후무한 코믹극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지난 24일 오후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는 친딸과 추억을 쌓아가며 가족애를 되찾는 알리 백작(최민수 분)과 아버지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공부한 후 작가의 꿈을 이루게 된 이지영A(강예원 분), 그런 아내를 뒷바라지하며 뒤늦게나마 믿음직한 가장이 된 강호림(신성록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알리 백작과 이지영A는 서로를 향한 진심을 확인했고, 진정한 부녀가 됐다. 이지영A는 알츠하이머 의심을 받은 알리 백작을 위해 구구단과 일기장 쓰기를 숙제로 내렸고, 알리 백작은 이지영A가 은근히 자신을 신경써주길 바랐다. 두 사람과 강호림, 은비, 압달라(조태관 분)까지 다섯 명은 찜질방 나들이를 가는 등 함께 추억을 쌓으며 가족이 됐다.
알리 백작은 재산 환원을 위한 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다행히 알츠하이머가 아니었다. 한소장(김병옥 분)이 왜 알리 백작을 도왔는지도 공개됐다. 한소장은 과거 알리 백작이 겪은 인질 협상 사건의 관계자였다. 그는 “미안했다. 지켜드리지 못해서. 과거는 잊고 당신의 고향을 용서하시기 바란다”고 30년 만에 알리 백작에 사과했다.
이지영A는 알리 백작의 도움을 받아 미국으로 건너가 대작가가 됐다. 강호림은 그런 아내 이지영A를 응원하며 딸 은비를 살뜰하게 챙겼다. 이지영의 생일날, 가족들은 모두 모여 깜짝 파티를 해줬다. 하지만 곱게 끝날 리 없었다. 반전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갑자기 한 아이가 나타나 알리 백작에 “난 당신의 아들”이라고 말해 파티장을 발칵 뒤집었다. “결혼을 한 적이 없다고 했지 여자가 없다고 한 적은 없었다”고 말하는 알리 백작에 이지영A는 그만 주먹을 날리고 말았다. 알리 백작에 또 다른 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 반전이었다.
거기에 비행기 사고까지 일어났다. 알리 백작은 강호림의 가족부터 왕미란(배해선 분), 이지영B(이소연 분)까지 모두 자신의 전용기에 태워 보두안티아로 놀러가던 중 갑작스러운 비행기 사고를 당했고, 의문의 섬에 조난당했다. 갯벌투성이가 된 주인공들이 멍하니 갯벌을 바라보는 모습은 시청자들마저 멍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동안 ‘죽어야 사는 남자’는 시트콤같은 만듦새와 연출, 스토리로 ‘골 때리는’ 코믹극으로 평가 받았다. 알리 백작의 독백부터 코믹함을 배가시켜주는 클로즈업 장면까지 새로운 기법들이 눈에 띄는 연출과 최민수의 코믹 연기, 알리 백작의 딸 찾기 중 벌어지는 황당한 에피소드들은 ‘죽어야 사는 남자’를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코믹극으로 완성시켰다.
황당 엔딩에 불만을 보이는 시청자들도 있지만,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결의 드라마였던 만큼 ‘죽어야 사는 남자’다운 엔딩이었다고도 볼 수 있었다. 차라리 훈훈하고 뻔한 엔딩보다 이런 시트콤 뺨치는 반전이 신선함을 선사했다. 다만 그동안 투척했던 떡밥을 조금 더 명쾌하게 회수하고, 늘어짐 없이 극을 더 쫀쫀하게 진행시켰다면 완벽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비록 2% 부족했지만 마지막까지 ‘독특한 코믹극’의 끝판왕이었던 ‘죽어야 사는 남자’다웠다. / yjh0304@osen.co.kr
[사진] ‘죽어야 사는 남자’ 방송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