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화 논란' 보다 더 커진 '주장' 김영권의 '실언'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7.09.01 05: 19

불지옥을 만든 홈팬들의 눈물이 나게 만들었다. 무승부로 생긴 아쉬움은 선수의 발언으로 절망에 가깝게 됐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서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후반 초반 이란 선수의 퇴장으로 수적 우세를 점했지만 끝내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승점 14)은 3위 시리아(골득실 +1)와 4위 우즈벡(이상 승점 12, 골득실 -1)을 따돌리고 2위를 유지했다. 한국은 내달 1일 우즈벡 원정길에 올라 5일 자정 최종예선 최종전을 치른다. 남은 본선 직행 티켓 1장이 걸린 최후의 일전이다.

이란전의 중요성을 직시한 국민들과 대한축구협회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더해지며 6만 3124명의 관중들이 상암벌을 채웠다. 서울월드컵경기장 개장 이후 6만 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찬 19번째 A매치였다. 아울러 이 경기장 입장관중 역대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란전 입장권은 지난 29일 이미 5만 4천 장이 판매되며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축구대표팀의 서포터즈인 붉은악마는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태극전사들이 그라운드를 밟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열화와 같은 함성으로 반겼다. 반면 이란 선수들이 들어올 때는 야유를 보내며 사기를 꺾었다.
붉은악마를 위시한 붉은 물결은 90분 내내 상암을 '들었다 놨다' 했다. 전반 중반 함성 소리에 한국의 골키퍼 김승규와 중앙 수비수 김민재의 미스 커뮤니케이션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창단 20주년을 맞이한 붉은악마는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결과가 무승부로 마치며 허탈해진 상황에서 주장 김영권(27,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발언으로 아쉬움이 더욱 커지고 말았다.
지난 2015년 동아시안컵에서 주장 완장을 찬 뒤 2년 만에 다시 주장으로 경기에 나선 점에 대해서는 "주장이 아닐 때보다 힘들었다. 선수들을 컨트롤 해야 했다. 체력도 힘들었다. 견뎌내야 한다"고 답했다.
문제의 발언은 호흡이 맞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김영권은 "훈련을 하면서 세부적인 전술들을 맞춘 게 있었는데 경기장 함성이 워낙 커서 소통 잘 되지 않아 연습한 걸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영권은 전북 수비수 3명과 함께 수비진을 이뤘다. 중앙 수비수로서 수비진 조율 역할을 맡았는데 전반 내내 소통의 부재가 드러났다. 상대의 공격이 아닌 우리의 실수로 여러 번 기회를 내줬다.
실수는 차치하더라도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없는 발언이다. 물론 엄청난 함성 소리 때문에 옆에 있는 사람과 소통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점에 대해 관중들 함성 때문에 듣지 못했다는 것은 경솔한 발언임이 분명하다.
물론 소속팀에서처럼 한 몸 같이 움직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대표에 선발될 정도의 능력이라면 최소한 소통은 펼쳐내야 한다. 하지만 경기력 자체가 좋지 않았던 김영권의 발언은 분명 문제 소지가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김영권이 주장이라는 점이다. 대표팀의 주장의 발언으로 경기장 함성을 실수의 원인으로 꼽은 것은 중국화와 또다른 문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 10bird@osen.co.kr
[사진] 서울월드컵경기장=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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