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색 변화구' 류현진, 어떻게 '팔색조'가 됐나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09.07 05: 50

 점점 완벽한 '팔색조'가 되어간다. 
류현진(30•LA 다저스)은 강속구 투수가 아니다. 직구 평균 구속은 경기마다 조금씩 편차는 있지만 보통 144~146km 정도다. 그럼에도 메이저리그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뛰어난 제구력이다. 더불어 수술 공백 이후에는 주무기 체인지업 외에도 다양한 변화구를 갖춘 '팔색조'로 변신하고 있다.
류현진은 6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애리조나 상대로 쾌투를 선보였다. 6이닝 3피안타 7탈삼진 1실점. 볼넷이 5개로 많은 것이 흠이었으나 4회 2루타 2방을 맞으며 1실점으로 막아냈다.

지난달 31일 애리조나 원정경기에서 4이닝 8피안타(3피홈런) 6실점으로 부진한 것을 만회하는 호투였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류현진이 상승세인 애리조나 타선 상대로 6이닝을 잘 막아줬다. 좋은 피칭이었다"고 칭찬했다.
# 4색 변화구의 완성
애리조나와 리턴매치에서 류현진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볼배합에서 인상적이었다. 앞선 경기에서는 패스트볼(33개)과 커터(28개)를 많이 던졌다. 80구 중 51개로 76%나 됐다. 4분의3이다. 반면 주무기 체인지업은 15%에 그쳤다. 슬라이더는 단 2개. 
6일 경기에서는 100개의 투구수 중 패스트볼(29개) 커터(20개) 빠른 볼 비율이 50% 밑으로 떨어졌다. 반면 이전 경기에서 적었던 체인지업(30개)과 슬라이더(15개)를 많이 던졌다.
눈길을 끄는 것은 슬라이더 비율. 올 시즌 류현진의 전체 투구 중 슬라이더 비율은 단지 3.3%에 불과하다. 이날은 경기 초반부터 슬라이더를 많이 구사했다. 결과적으로 시즌 3%였던 슬라이더는 이날 경기에선 15%로 대폭 늘었다. 슬라이더 15개 중에 10개가 스트라이크, 제구도 좋아 효과적이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지난 경기와 비교해 상대 라인업이 조금 바뀌었다. 새 선수들을 상대로 구종을 다양하게 했다. 그러면서 여러 구질을 잘 활용한 것 같다"고 만족스럽게 말했다. 
여러가지 구종을 던지는 투수들은 많다. 보통 보여주기식으로 이런저런 변화구를 다 던지는 투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여러 구종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이다. 류현진은 이날 삼진 7개를 잡은 결정구로 체인지업이 3개, 슬라이더가 2개, 커터가 2개였다.
정민철 해설위원은 "구종의 다양성, 그리고 그 완성형에서는 류현진이 다저스 투수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고까지 말했다. 변화구로 첫 번째 옵션인 체인지업, 시즌 초반 자주 던졌던 커브, 시즌 중반부터 효과적인 무기가 된 커터에다 좀처럼 던지지 않던 슬라이더까지 제대로 구사했다. 
고교 시절 슬라이더를 주로 던진 류현진은 한화에 입단하자마자 선배 구대성으로부터 체인지업을 배웠다. 이후 체인지업은 지금까지도 그의 주무기가 됐다. 올 시즌 중반에는 휴스턴의 댈러스 카이클의 피칭 동영상을 보며 그립을 따라배운 커터를 던지면서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놀라운 모방능력을 지닌 그는 변화구를 차례로 업그레이드했다. 
# 경기 도중에도 변화무쌍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면 그날 잘 긁히는 공이 있다. 일례로 슬라이더는 밋밋한 반면 체인지업이 잘 떨어지기도 한다. 그날 제구가 좋은 공 위주로 던지기 마련이다. 류현진의 장점은 마운드 위에서 변화와 적응력이 뛰어나다. 
6일 경기에서 류현진은 슬라이더를 경기 초반부터 자주 던졌다. 직전 경기에서 단 2개만 봤던 슬라이더는 애리조나 타자들에게 낯선 구종. 빠른 구속에 살짝 휘는 커터(평균 139.9km)를 주로 봤던 애리조나 타자에게 스피드는 조금 떨어지지만 휘는 각이 큰 슬라이더(평균 126.6km)가 스트라이크로 제구가 되자 효과적이었다. 
전날까지 류현진의 커터 피안타율은 0.136에 불과했다. 후반기 커터가 주무기였다. 그런데 이날 1회 던진 커터 4개가 모두 볼이 되면서 제구가 잘 안 되자 슬라이더를 더 요긴하게 구사한 것이다. 3회까지는 슬라이더 비율은 23.1%(12구/52구)까지 높았다. 반면 커터는 8개(15.3%)였다. 2회까지 삼진 3개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로 잡아냈다. 
볼(B)/스트라이크(S) 비율도 슬라이더는 4B/8S로 좋은 반면, 커터는 6B/2S로 나빴다. 1회 1사 후 아이네타를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고도, 결정구 커터가 연속 볼이 되면서 볼넷으로 내보냈다. 2사 1루에서 전날 홈런 4방을 친 J.D. 마르티네스를 77마일 슬라이더로 타이밍을 무너뜨리며 빗맞은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해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4회까지 슬라이더 14개를 던졌던 그는 슬라이더를 줄이고 커터를 늘려갔다. 4회 1사 1,2루에서 데스칼소에게 커브에 이어 던진 슬라이더가 정타로 맞으면서 좌측 펜스를 맞는 1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이후  5~6회에 슬라이더는 단 1개만 보여줬다. 애리조나 타자들이 슬라이더에 적응해가자 체인지업-슬라이더에서 체인지업-커터로 볼 배합에 변화를 줬다. 
로버츠 감독은 "오늘 류현진의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터가 모두 좋았다"고 칭찬했다. 
/orange@osen.co.kr [사진] 로스앤젤레스(미 캘리포니아주)=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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