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승부처] '박건우 거르고 김재환' 적중한 kt의 과감함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9.07 22: 08

타율 6위(.349), 홈런 3위(33홈런), 타점 7위(98타점). 올 시즌 김재환의 타격 지표들이다. 가히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다. 그러나 kt 벤치는 김재환과 승부를 택했다. 의아한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되어 돌아왔다.
kt는 7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전을 7-3으로 승리했다. 3-3으로 맞선 연장 10회 박기혁의 결승타와 멜 로하스, 유한준의 홈런포가 터지며 대거 4득점했다.
그러나 결승 득점 앞에는 kt 벤치의 과감한 작전이 숨어있었다. 이날 kt 선발투수는 류희운. 그러나 류희운은 6볼넷을 남발하며 3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4회부터 불펜이 가동됐지만 안정감이 있었다. 1-1로 맞선 4회 무사 1·3루서 마운드에 오른 홍성용은 첫 타자 최주환을 유격수 병살타로 잡아냈다. 3루주자가 득점해 리드를 빼앗겼지만 선방이었다. 홍성용은 5회까지 실점하지 않고 버텼다.

kt는 6회 오정복의 동점 솔로포로 균형을 되찾았다. 6회부터는 '고졸 신인' 이종혁이 마운드를 밟았다. 이종혁은 6회 양의지에게 몸 맞는 공 하나만 내주는 짠물 피칭을 선보였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종혁은 1사 후 민병헌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어 류지혁 타석, 풀카운트에서 1루주자 민병헌이 2루를 향했다. 류지혁은 삼진. 그러나 포수 장성우의 송구가 뒤로 빠졌고 민병헌은 3루까지 향했다. 순식간에 2사 3루.
kt 벤치는 즉시 엄상백을 투입했다. 엄상백은 첫 타자 박건우와 힘겨운 승부를 펼쳤다. 결국 포수 장성우가 일어나서 공을 받았다. 고의4구. 박건우 뒤에는 김재환이 있었다. 김재환은 이날 전까지 126경기에서 타율 3할4푼9리, 33홈런, 98타점을 기록 중인 두산의 4번타자였다. 올 시즌도 3할-30홈런-100타점-100득점 고지 등정이 유력하다. 8월(27경기 .278, 5홈런)에 다소 주춤했지만 9월 5경기서 타율 5할, 2홈런, 5타점으로 완전히 살아났다.
거기에 kt 상대 전적도 매서웠다. 김재환은 이날 전까지 kt 상대 12경기에서 타율 4할3푼8리, 5홈런, 10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김재환의 9개 구단 상대 전적 중 가장 좋았다.
김재환의 이날 경기 부진은 kt 벤치의 선택에 불을 지폈다. 김재환은 1회 2사 1루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어 3회 2사 2루서는 삼진, 5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시프트에 걸리며 유격수 직선타로 물러났다.
결과적으로 kt 벤치의 선택은 들어맞았다. 적극적으로 덤빈 김재환은 초구와 2구에 연속으로 파울에 그쳤다. 3구 볼을 지켜본 김재환은 4구 속구(147km)에 방망이를 헛돌리며 맥없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위기를 넘기자 기회가 kt로 향했다. kt는 8회 선두 정현의 우전 안타로 곧바로 반격 개시했다. 결국 두산 벤치는 유희관 대신 김명신을 투입했다. 오정복의 안타로 무사 1·2루, 비록 박기혁의 번트 때 2루주자가 3루에서 잡히며 아웃카운트만 늘었지만 kt는 윤석민의 1타점 적시타로 끝내 한 점을 뽑았다.
kt는 9회 민병헌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으며 균형을 헌납했다. 그러나 연장 10회 박기혁의 1타점 적시타와 멜 로하스의 투런포, 유한준의 솔로포를 묶어 7-3까지 리드를 벌렸다.
김재환은 연장 10회 선두타자로 나섰으나 좌익수 뜬공으로 그쳤다. 이날 경기 5타수 무안타의 침묵. 8회 선보인 kt 벤치의 과감했던 선택은 위기를 넘기고 분위기를 바꾸며 경기를 챙기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ing@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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