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②] '쇼미6' 행주 "자극 주고 싶었던 넉살, 자극 주는 우원재"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7.09.09 08: 00

 서바이벌에서는 어떤 라이벌을 만나느냐도 상당히 중요하다. 자극을 주는 참가자도 있고, 자극을 주고 싶게 하는 참가자도 있을 것이다. Mnet ‘쇼미더머니6’에서 우승한 행주는 그 둘을 모두 만났다. 그것도 톱3 파이널 무대까지 함께 한 넉살, 우원재다. 끝까지 세 사람은 선의의 경쟁, 치열한 승부를 펼치며 시즌6를 장식했다.
행주는 지난 2010년 방사능 앨범 ‘리듬파워’로 데뷔한 바 있다. 시즌4에 한 차례 지원했다가 시즌6 재수 끝에 리듬파워(보이비, 지구인, 행주) 최초로 ‘쇼미더머니’ 우승자가 됐다. 지코, 딘 프로듀서를 만나 시즌6의 레전드 무대인 ‘레드선’을 탄생시켰고, 그 전까지 넉살의 독주체제였던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행주대첩’이라는 별명이 그의 반전을 모두 포괄하는 별명이 됐다.
끝까지 싸웠던 넉살은 방송 초부터 ‘어차피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우승후보였다. 우원재는 힙합을 시작한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완전한 신예로 이번 ‘쇼미더머니’의 새 발견이었다. 최근 OSEN은 행주와 만나 톱3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행주와 나눈 일문일답.
-힙합에서 착하다는 말을 듣는 건 마냥 좋은 건가?
▲착한 것보다 순수해야 하는 것 같다. 순수하지 못한 사람은 절대 멋있는 래퍼가 될 수 없는 것 같다. 제가 제일 중요한 건 랩을 들으면 그 사람이 보여야 한다. 로꼬 랩을 들으면 로꼬가 보인다. 깔끔하고 담백하다. 우원재, 넉살도 마찬가지다. 가사, 랩 스타일, 그냥 주는 무브까지 이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순수한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자메즈와 일대일 디스전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다들 무서웠다고 하시는데 저는 오히려 그때 즐거웠다. 매순간 스토리를 만들려면 제가 주어진 환경에서 제일 어려운 상대나 어려운 미션을 선택하는 게 중요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정말 무섭고 노련한 래퍼는 자메즈였다. 자메즈랑 저랑 리스펙트를 많이 했다. 느리게 랩하는 게 멋있다고 서로 칭찬하는 성격이었다. 자메즈는 워낙 랩배틀을 잘해서 같이 하고 싶었다. 대신 스포츠처럼 했다. 레슬링 게임하는 느낌이다. 그런 마인드라서 되게 재밌게 했다.
-‘쇼미더머니4’ 준우승자이기도 한 위너의 송민호가 한 화보 인터뷰에서 그 디스전을 인상 깊게 봤다고 하더라. 가사가 정말 멋있었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가?(행주는 이 자리에서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다.) (송민호는) 확실히 랩을 잘하시는 것 같다. 하하하. 기분 되게 좋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다. 자메즈라는 래퍼가 디스배틀을 너무 잘한다. 좀 충격적일 정도로 말이다. 이전 시즌에 자메즈가 나와서 디스배틀을 한 무대를 보고 연락했다. 전화해서 너무 팬인데 한곡하고 싶다고 했는데, ‘쇼미더머니’가 끝나고 도와줬다. 그 정도로 자메즈의 디스배틀은 리스펙트가 생긴 무대였다. 그런 자메즈를 상대로 저는 보여줘야 했고, 송민호 씨가 너무 좋게 봐주신 거다.
디스배틀은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은데 제가 진짜 싫은 사람이라면 악랄하게 깎아내릴 수 있는 거다. 갑자기 상대방을 디스해야 하는 라운드는 솔직히 어렵다. 이걸 이용하려면 리스펙트가 있는 사람이랑 하면 되는 것 같다.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랑 하면 스포츠맨십이 생기는 것 같다. ‘너는 이게 부족한데 내가 이건 더 잘해’와 같이 지저분해지지 않는다. 적어도 우린 성공한 것 같다.
-과열되다보면 실수하지 않도록 다스리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미션이 주어질 때마다 노련함의 차이는 확실히 나타난다. 예를 들어 우원재를 되게 높이 샀던 건 디스배틀에서였다. 디스배틀이다 보니 다들 조우찬(13)을 무서워했다. 디스를 받아도 어이없고 해도 문제였으니까. 그런데 우원재의 ‘산타는 없거든요’ 그 가사가 어마어마했다. 다른 사람들이면 몸을 사리다가 졌거나 아니면 자극적으로 했다가 욕을 먹었거나 했을 수 있다. 거기서 살아남은 게 우원재라서 끝까지 살아남았던 것 같다.
-디스하지 않고 힙합, 가능할까.
▲가능하다. 디스가 있어야만 힙합이 아니니까. 힙합 안에서 디스가 있는 거다. 그걸 문화로 만든 게 힙합이다. 사실 디스는 저희끼리 리스펙트 안하면 험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멋있게 표현해야 한다.
-그렇지만 좋은 라이벌은 필요하지 않나. 행주를 자극하는 사람은 누군가.
▲매번 제가 말했는데 저희 팀에 있던 영비(양홍원)다. 랩을 너무 위협적으로 잘한다. 랩만 놓고 봤을 때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잘해서 그게 무섭더라. 한 곡을 같이 작업할 때 더 느꼈다. 한 곡으로 타 팀과 승부하는 것이다 보니 최고의 시너지를 내야하고 동시에 개인적으로도 잘해야 하지 않나. 딕션, 발성 등 하드웨어가 저보다 뛰어나다. 더 멋스럽게 느껴졌다. 제가 더 멋있으려면 다른 장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플로우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라이벌이라고 하면 톱3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넉살이랑 저랑은 참가자들 중에서 나잇대가 비슷하기도 하고 거의 친구 느낌이었다. 동시에 저는 넉살이라는 래퍼가 상징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시작부터 우승후보였고 그것에 걸맞은 실력을 누구나 인정하지 않나. 호불호가 없었다. 그랬던 래퍼인데 넉살이 2차 예선 무대를 보고-편집은 됐지만- 지금 가장 위협적인 사람 중 하나로 저를 지목해줬다. 그때부터 시작된 거다. ‘‘쇼미더머니’에서 넉살에게 자극 줄 거야’라고. 라운드를 거듭하면 할수록 만날 때마다 결승전은 형이랑 나라고, 위에서 만나야 한다고 계속 반복했다. 그랬는데 진짜 그렇게 됐다. 저희 둘한테 진짜 멋있더라. 파이널에서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는데 마치 전우애 같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쇼미더머니’가 뭐라고 우리가 이렇게 목숨 걸고, 매일 밤잠 설치고, 잠에서 깨자마자 가사 외우려고 중얼거리고 했는지, 그럼에도 상대방이 실수해라가 아니라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더라. 그런 마음이 유일하게 더 느껴졌던 게 넉살이었다. 우원재는 여기 와서 처음 봤다. 2차 예선 때 보고 충격적이었다. 바로 달려가서 너무 멋있었다고 연락처를 교환을 했다. 저에게 자극을 주는 참가자였다. / besodam@osen.co.kr
[사진] Mnet, 아메바컬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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