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②] 블랙나인 "죽을 것 같았던 공황장애, 힙합 선물해줬다"
OSEN 김나희 기자
발행 2017.09.11 10: 33

래퍼 블랙나인은 지난 1일 Mnet 예능 '쇼미더머니6'(이하 쇼미)에서 마이크 선택을 받기 전, "6년 전부터 공황장애가 심해서 약을 먹고 있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185cm라는 큰 키와 다부진 체격의 그에게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아픔이었기 때문. 
무엇보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쓴 리허설 무대로 타이거JK&비지에게 "지금까지 무대 중 최고였다"는 극찬을 받았다고. 아쉽게도 시청자들이 이를 방송에서 보진 못했지만, 블랙나인은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이로 인해 자신의 음악세계가 바뀌었음을 피력해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케 만들었다.
이하 블랙나인과 일문일답. 

Q. 방송에서 한때 공황장애로 힘들었던 시기를 털어놨어요.
"당시 JK 형님과 비지 형님이 제가 어떤 병을 가지고 있고 힘들어하는지 알고 계셨어요. 그래서 네가 원재랑 함께 그런 주제를 가지고 음악을 하면 제일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주셨죠. 형님들은 제게 그런 아픔을 계속 숨기고 있으면 음악적으로도, 살아가면서도 한계를 느낄 거라고 했어요. 하지만 밝히면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다고, 시야가 달라질 거라고 하셨죠. 본인도 그랬다고요. JK 형님도 과거에 말도 안 되게 아픈 경험이 있으셨으니까요. 그걸 토대로 많은 위로를 해주셨어요. 용기를 주셨죠. 그래서 저도 그 곡이 가장 많이 애착이 가요."
Q. 형님들의 말처럼 힘들었던 경험을 털어놓고 나니 실제로 많은 것들이 달라졌나요?
"엄청요.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뭐가 달라지겠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곡을 쓴 다음에 리허설할 때도 그렇고 연습할 때도 그렇고 계속 울컥해서 랩을 못할 정도인 거예요. 이후 다른 곡들을 작업하는데 뭔가 방향성 같은 게 아예 달라졌어요. 힙합은 어쨌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음악이니까, 앞으로 더 진솔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죠. 형님들이 그 장을 만들어주신 거예요."
Q. 말씀을 들으니 앞으로 발매할 신곡기 무척 기대되네요. 혹시 지금 준비 중인가요?
"준비 중이에요.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나올진 모르겠지만 대박인 곡이 나올 것 같아요. 제 생각에요.(웃음) 사람들이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Q. 힙합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22세 때부터요. 중학교 때부터 랩하는 걸 좋아하긴 했어요. 가사를 쓰진 않았지만 그땐 평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커서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서워서 못했죠. 그래서 공부하고 운동해서 체대에 갔어요. 그런데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21세 때 온 거예요. 죽는 건 아닌데 발작이 오면 정신이 지배당한 것 같이 마치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엔 어린 마음에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거라도 해야겠다' 싶어 힙합을 시작하게 됐고요. 지금은 그 어리석은 마음이 너무 고마워요. 당시 그토록 힘들었던 공황장애가 지금에 와선 제게 고마운 병이 됐죠."
Q. 힙합을 혼자서 공부했나요?
"공항장애가 오면 몸이 굳어서 움직이질 못할 때가 있어요. 그때 힘든 마음에 매일 일기를 썼는데 가사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도 나중에 읽어보니까 가사적인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게 랩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니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됐죠. 이후 자연스럽게 부모님과 조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저흰 다 같이 살고 있거든요. 부모님은 당시 제가 뭐라도 하길 원하셨고 제가 음악을 한다고 하자 '모든 지원을 다 해줄 테니 괜찮아지기만 하라'고 하셨죠."
"그때부터 유튜브를 보면서 혼자 공부했어요. 외국 래퍼들이 얘기하면서 가사 쓰고 랩하고 녹음하고 그런 걸 찾아보면서 알아가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예전엔 랩만 했지 가사가 어떻게 써지는 걸 하나도 몰랐는데 그걸 하나하나 알아가는 단계가 정말 좋았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랩을 하고 있었고 작업물이 만들어져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뿌리고 그랬죠."
Q. 힙합을 하고 난 후 병이 호전됐나요?
"진짜로 하고 싶은 걸 하니 좋아졌어요. 신기하고 고마웠죠. 제 의지대로 행동하는 게 태어나서 처음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한 5년 정도는 회사도 없고 크루도 없이 활동했어요. 제가 이그니토 형을 좋아해서 음악을 만들면 페이스북 메시지로 보내고 그랬는데 어느 날 형이 제게 피드백을 줬죠. 그 이후로 형에게 많이 배웠어요. 그런 식으로 조금씩 성장한 것 같아요. 공연은 지난 2015년에 처음으로 서봤는데요. 그때부터 공연을 할 수 있는 곳에선 다 해본 것 같아요. 의정부 길거리에서 버스킹도 많이 했고요. 공연을 하고 싶으면 라인업비를 내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도 다 했어요. 공연을 할 수 있으면 어디든 다 간 것 같아요."
Q. 이번 '쇼미6'로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셨겠네요.
"제가 부모님이라 같이 '쇼미6'를 본 적이 있어요. 제가 하는 모습이 나오자마자 엄마 아빠가 전화를 많이 받으시더라고요. 그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저희 할머니는 '쇼미6' 재방송을 계속 보세요. 모든 편을 다 보고 계세요.(웃음)"
Q. '쇼미6' 하차 후 필굿뮤직과 전속계약을 맺어 화제가 됐어요. 
"제가 탈락하고 나서 JK 형이 '앞으로 음악 어떻게 할 거냐', '같이 하는 사람 있냐'고 물어보셨어요. 오래전부터 알던 형처럼 걱정을 많이 해주셨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같이 하자고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Q. 소속사에 들어가고 나서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게 생겼어요. 그게 제일 좋아요. 동료들도 생겨서 서로 조언도 해주고 작업실도 생기고. 모든 게 새롭고 행복해요. 말도 안 되게 행복해서 실감이 안 나요."
Q. 소속사 식구들이랑 자주 만나나 봐요.
"매일 같이 있어요. 잠만 집에서 자요. 항상 같이 작업하고 음악 하고 그래요. 소속사 아티스트 거의 전부 다가 그런 것 같아요."
Q. 주노플로랑 경쟁자에서 한 식구가 됐는데 처음에 느낌이 이상하진 않았나요?
"주노플로가 최근 의정부로 이사를 왔어요. 저도 의정부에서 살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친해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쇼미6'에서 함께해서 가장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주노플로는 진짜 연습이랑 작업밖에 안 하더라고요. 자극이 되는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동생인데도 되게 형 같아요. 음악적 신념도 포부도 커요. 랩을 정말 잘 하는 것 같아요."
Q. 앞으로 어떤 래퍼가 되고 싶나요?
"팝가수 중 시아(Sia)라는 분이 있어요. 아티스트 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았죠. 위로도 받았고요. 가사를 해석하고 나서는 더 힘을 얻었어요. 그걸로 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자기 이야기로 남들한테 삶의 원동력을 주는 사람이오. 제 랩과 이야기들이 그런 분들한테 재료가 됐으면 좋겠고 이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힘이 되고 싶아요. 제가 씨야한테 받은 만큼 위로를 드리면 목표를 이뤘다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Q. 본인의 음악이 대중적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니요. 제가 대중적인 걸 지양하는 건 아니지만 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마이너적인 감성이 나오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음악도 바뀌고 있어요. 마이크 선택 전 JK 형이 해준 말만으로 제 음악이 반 이상이 바뀌었어요. 산을 넘은 느낌이랄까? 힙합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거라 사람들이 공감을 못하니까 대중적이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건데 그걸 대중적으로 잘 푸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쇼미6'는 끝났지만 제 음악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분에 넘치게 좋게 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그런 것들이 앞을 제가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인 것 같아요. 좋은 앨범을 내서 주신 관심들에 갚아나가고 싶어요. 절대 실망시켜드리진 않을 거예요. 제 모든 진심을 담아 감사드립니다. 그걸 다 음악에 담겠어요." / nahee@osen.co.kr
[사진] 필굿뮤직 제공, '쇼미6'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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