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타율 2할7푼5리(9위)의 kt가 KIA만 만나면 달라진다. KIA전 팀 타율 3할3푼2리로 쓴맛을 잔뜩 안겨주고 있다.
kt는 1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KIA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팀간 14차전을 20-2로 완승했다. 선발투수 돈 로치는 7이닝 1실점 호투로 팀 승리의 주춧돌을 놓았다.
그러나 일등공신은 단연 타선이었다. kt 타선은 장단 25안타를 퍼부으며 20득점, KIA 마운드를 폭격했다.

이날 경기는 kt보다 KIA 쪽이 더 중요한 경기였다. 선두 KIA는 경기 전까지 2위 두산에 1.5경기 앞서있었다. 3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매직넘버는 2. 만일 이날 KIA가 kt를 꺾고, 두산이 한화에 패했다면 순식간에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언뜻 'KIA가 kt 3연전을 잡아 우승을 확정지을 것이다'라고 생각할 법했지만, kt는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었다. kt는 이날 투타 모두 KIA를 압도하며 시즌 팀간 전적을 6승8패로 따라붙었다.
kt는 올 시즌 삼성과 8승8패, 5할 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나머지 팀들에게는 모두 절대적 열세를 띄었다. 승패마진에서 SK와 7승9패를 거둔 것이 삼성전 성적 다음으로 좋은 기록. 아이러니하게 그 다음이 선두 KIA전 성적이다. 유달리 고비마다 KIA의 발목을 잡았던 kt다. 김진욱 kt 감독조차 "우리 선수들은 KIA를 만나면 자신감을 갖는다. 그 점에서 좋은 성적이 나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주문하는 것은 없다"라고 진단했다.
1일 경기는 그 화력이 폭발한 경기였다. kt는 25안타를 터뜨리며 20득점을 올렸다. 이는 kt의 창단 후 한 경기 최다 안타, 득점이었다. 특히 7회에는 타자일순하는 집중력을 앞세워 무려 12점을 뽑아냈다. kt가 한 이닝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것도 창단 이후 처음이었다.
이로써 kt는 올 시즌 KIA전 14경기서 팀 타율 3할3푼2리(503타수 167안타)를 기록하게 됐다. 물론 1일 경기 kt 타선의 파괴력이 엄청났기에 팀 타율이 급증한 부분은 있다. 그러나 kt는 1일 경기를 제외한 KIA전 13경기에서도 팀 타율 3할1푼2리를 기록했다. 이는 LG(.319) 다음으로 높은 KIA전 상대 타율이다.
유한준(.545)과 윤석민(.457, 4홈런 16타점)을 필두로 멜 로하스(.400), 정현(.342), 오태곤(.308) 등 kt 주전 타자들 대부분이 KIA를 만나면 펄펄 날았다.

일각에서는 시즌 막바지 두산과 KIA를 연이어 만나는 kt를 두고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두산과 KIA 모두 kt에 한 번씩 발목잡히며 우승 경쟁 유리한 고지 선점 기회를 놓쳤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특정 팀 밀어주기 논란'이 나올 정도였다.
김진욱 감독은 이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김 감독은 "우리는 그저 우리 야구를 할 뿐이다. 특정 팀을 봐줄 상황도, 이유도 없다"라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바로 그 '우리 야구'의 절실함이 두산과 KIA에게 쓴맛을 안겨주고 있다.
김 감독은 최근 kt의 기세를 일컬어 '고춧가루 부대'라는 표현 대신 자신의 별명 커피에서 따온 '블랙커피'라고 표현했다. KIA로서는 블랙커피의 뜨거우면서 쓴맛을 견뎌야만 왕관을 쓸 수 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