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불의의 부상으로 강판을 당했지만, 부상 이전까지 투구는 1차전 연장 패배의 후유증을 이겨내는 투혼의 역투였다. 롯데의 후반기 질주를 이끌었던 그 모습 그대로 한국 무대 가을야구 데뷔 등판을 마쳤다.
레일리는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4피안타 1사구 3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부상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1회 선두타자 박민우를 실책으로 출루시켜 불안한 출발을 보인 레일리였다. 또한 2회부터 4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는 등 안정적이진 않았던 레일리였다. 2사 후 출루 등의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위기에서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마운드를 버텨나갔다.
타선도 2회 무사 만루 기회에서 병살타로만 1점을 뽑아내는 등 레일리를 도와주지 못했다. 그래도 레일리는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투구를 펼쳐나갔다.
5회까지 투구 수는 83개였다. 최소 6회까지는 버티며 불펜에 바통을 넘겨주면 됐다. 그런데 여기서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겼다. 6회 선두타자 나성범과 풀카운트 9구 승부를 펼치면서 2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그런데 나성범의 배트가 부러졌고 이 부러진 배트가 날아와 레일리의 왼쪽 발목을 강타했다. 레일리는 쓰러졌고, 배트가 맞은 자리에는 출혈까지 생겼다. 결국 레일리는 더 이상 이닝을 소화할 수 없었다.
절뚝이면서 마운드를 내려오던 레일리였다. 그러나 아픈 다리에도 불구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걸음걸이는 당당했다. 후반기 대질주를 이끌었던 에이스의 위용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레일리의 투혼에 선수단 역시 더욱 똘똘 뭉쳤다. 비록 타선은 터지지 않았지만 이후 올라온 박진형-조정훈-손승락이 남은 3⅔이닝을 실점 없이 틀어막으며 짜릿한 1점 차 승리, 그리고 준플레이오프 시리즈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jhrae@osen.co.kr
[사진] 부산=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