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20대들의 촉촉한 사랑과 이별, 그리고 밴드 아일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7.10.24 14: 30

밴드 아일(Aisle)을 만났다. 지난해 결성돼 지난 13일 데뷔 EP ‘첫차’를 낸 신예 밴드다. 드럼의 김유찬, 기타의 이명욱, 보컬의 주지훈, 기타의 지한결(왼쪽부터), 이렇게 4명이다. ’기다리던 밤’ ‘기억산책’ ‘첫차’ ‘우산’ ‘Good Bye’ 등 5곡이 담긴 앨범을 듣다보면 이들의 정서가 그대로 읽힌다. 그것은 20대 청춘들만이 누리고 겪을 수 있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촉촉한 감성이다. 특히 보컬의 음색이 멋지다. 스트레이트하면서도 섬세한 결이 느껴지는,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가졌다.
= 사무실이 다 환하게 빛나는 것 같다. 각자 소개부터 자세히 부탁드린다.

(주지훈. 위 사진) “보컬을 맡고 있는 주지훈이다. 빠른 93년생으로 인천 부평에서 살고 있다. 대학에선 컴퓨터공학이 전공인데 군제대후 복학해 지금은 4학년 2학기다.”
= 멤버들 군대는 다 갔다왔나.
(주지훈) “다 갔다왔다. 이명욱과는 부원중 친구이고, 지한결과는 산곡고 선후배 사이다. 드럼을 치는 김유찬과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다.”
(이명욱. 위 사진) “기타를 치고 있고, 빠른 93년생이다. 음악은 중3 때 아버지를 졸라 기타를 산 뒤 유튜브로 독학했다. 주지훈이 합류하기 전에 이미 2012년부터 3명이 ‘원플레이스’(One Place)라는 이름으로 밴드활동을 했다. 제대 후에는 프로듀싱을 배우고 싶어 학원에 등록했고 이후 장비도 사고 작업실도 꾸리게 됐다. 어쿠스틱 기타는 테일러의 114CE, 일렉 기타는 펜더의 빈티지 58텔레캐스터를 쓴다.”
(지한결. 위 사진) “그냥 93년생이다(웃음). 팀의 막내다. 중1 때 취미로 기타를 잡았다가 결국 대학까지 실용음악과를 나왔다. 고등학교 때부터 형들과 음악을 하다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다. 기타는 펜더의 스트라토캐스터다.”
(김유찬. 위 사진) “드럼을 치는 김유찬이다. 92년생이다. 드럼은 중2 때 기악시험 수행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따고 싶어 드럼 치는 친구를 졸라 배웠다. 생각보다 드럼이 너무 재미있더라. 중고교에서 밴드부를 했고, 고2 때 만난 1년 후배 지한결과는 고등학교 졸업후에도 같이 공연을 하고 다녔다. 그러다 당시 다른 팀의 기타리스트이자 서브보컬이었던 이명욱을 만나 원플레이스를 결성, 3년 동안 활동했다. 주지훈이 마침 우리 연습실 옆방을 쓰고 있어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다. 당시 주지훈은 어쿠스틱한 음악을, 저희는 록밴드를 지향했었다. 각자 썼던 곡들을 꺼내보니 어쿠스틱과도 다르고 록과도 다르더라. 그래서 지금의 아일이 됐다.”
#. 정리하면 이렇다.
주지훈 : 마장초 부원중 산곡고 공주대
이명욱 : 부원초 부원중 부평고 가천대
지한결 : 천마초 제물포중 산곡고 백석예대
김유찬 : 마장초 부원중 산곡고
= 아일이 결성된 것은 정확히 언제인가.
(주지훈) “제대를 하면 함께 밴드를 하자고 한 것은 2015년 6월이고, 진짜 아일이라는 이름으로 밴드를 시작한 것은 (군대에 다들 갔다온 후인) 2016년 여름부터다.”
= 팀명 아일은 어떻게 지었나.
(주지훈) “처음에는 ‘아일랜드’가 떠올랐고 검색해보니 섬이라는 단어에 ‘아일’(isle)이 있더라. 어감이 예쁘고 입에 잘 달라붙었다. 그런데 이미 아일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뮤지션들이 2명이나 있어, ‘아일’(Aisle)로 지었다. 팬들과 음악적으로 소통하는 ‘통로’가 되겠다는 뜻도 마음에 들었다.”
= 현 소속사인 문화인과는 어떻게 계약을 맺게 됐나.
(김유찬) “작년에 밴드를 시작하면서 저희가 갖고 있는 곡들을 데모로 만들어서 네이버 뮤지션리그에 올렸다. 그런데 운좋게도 차트에서 높은 성적을 거뒀다. 그것을 보고 문화인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그게 지난해 11월 일이다.”
= 소속사가 생기니 어떤 변화가 생겼나.
(이명욱) “아무래도 지원을 잘 해주니까 편하다. 필요한 세션이나 엔지니어도 잘 붙여주고.”
(김유찬) “밴드가 흔들릴 때도 잘 잡아준다.”
(주지훈) “네이버 V앱에 문화인 채널이 있어 그 채널에서 3,4번 방송을 했다.”
= 데뷔EP를 함께 들어보자. 첫곡은 ‘기다리던 밤’이다.
(김유찬) “이 곡과 2번째곡 ‘기억산책’, 타이틀곡인 3번 트랙 ‘첫차’는 내가 썼다. ‘기다리던 밤’은 애인과 헤어지고 나니까 그 애인을 기다리던 밤 생각이 많이 난다는 내용이다. 좋은 기억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조금은 경쾌하게 썼다. 원래는 어쿠스틱 기타로만 만들었는데 이명욱이 건반 색깔을 입히자 굉장히 잘 어울렸다. 드럼 리듬은 기본적으로 셔플로 갔다.”
= 보컬 음색이 독특하다. 나이대가 훨씬 위로 들린다. 풋풋하기보다는 양초로 성대를 약간 그슬린 듯, 온기가 느껴지는 음색이다.
(주지훈) “아마추어들의 나쁜 버릇을 없애려 무척 노력했다.”
(이명욱) “지금 계절에 딱 맞는 음색이다. 여름에 나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웃음).”
= ‘기억산책’도 들어보니까 이별 이야기다. 또 헤어졌나. 그리고 지금 초반에 들리는 건 스트링 아닌가.
(김유찬) “미디로 썼다. ‘기다리던 밤’과 동일한 여자친구 얘기다.”
(주지훈) “모두 같은 여자친구다(웃음).”
(김유찬) “데이트가 끝나면 여자친구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혼자 돌아오는 길이 있다. 그런데 이별을 하니 그 길의 풍경이 무척 다르게 보였다. 그 추억들을 하나하나 되새기면서,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면서 곡을 만들었다. 이 곡의 포인트가 단어를 툭툭 던지는 것인데, 주지훈이 이를 읊조리고 대화하듯이 굉장히 잘 해줬다. 기타 리프는 살랑살랑거리게끔 지한결이 잘 만들었다.”
= 타이틀곡 ‘첫차’는 어떤 곡인가. 이 곡에서도 헤어짐의 스멜이 스멀스멀 난다.
#. ‘첫차’ 가사 = 길었던 새벽 별빛 아래 홀로 조금 취해버린 나의 맘과 너의 맘이 우리의 말이 어느새 갈 곳을 잃었는지 / 걷기엔 조금은 지쳤나 봐 아무도 없는 정류장에 앉아 너의 이름 불러본다 내게도 선명히 들려온다 / 꼭 잡은 손 마주 앉은 우리 함께 걷던 거리 손 내밀며 날 부른 소리 이른 새벽 지쳐있던 우릴 밝혀준 별이 다가온다 / 이제는 부서진 맘 이기적인 난 네가 없는 첫차를 타고 참았던 눈물을 흘려본다 소리 내서 울어본다 / 되돌아가고 싶어 미쳐버린 난 어디론가 크게 외쳐봐도 소리 없이 네게서 떠나간다 처음 그곳 제자리로
(이명욱) “(김)유찬은 이별전문이다(웃음).”
(김유찬) “군대 가서 만든 노래다. 이 노래 전에 ‘막차’를 썼는데 다들 그러더라. ‘막차’는 있는데 왜 ‘첫차’는 없냐고. 그래서 스토리가 서로 연결되는 곡을 쓰게 됐다. 저희 노래들이 다 그렇지만 멤버 자신들의 이야기와 경험담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만나고 이별하고, 그 순간순간의 감성과 감정을 녹여내려 하고 있다.”
= 보컬이 내지르는 스타일이 아니다. 혹시 공연장에서 보컬이 밴드 사운드에 묻히지는 않나.
(김유찬) “안 묻히는 편이다.”
= ‘우산’은 주지훈이 쓴 곡이다. ‘젖은 내 마음에 우산을 씌워줘’ 이런 가사가 기막히다.
(주지훈) “비오는 날 당시 잘 되어가던 ‘썸녀’라 비를 피하다가 만든 곡이다. 예전 읽었던 시 중에서 ‘돌이 비를 맞아 점점 깎이는데 아무도 위로를 안해준다’ 이런 내용이 있었다. 이번 앨범에는 밴드식으로 구성이 커졌는데, 개인적으로는 다른 노래가 된 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초기 버전으로도 만들고 싶다.”
= 그 썸녀랑은 어떻게 됐나.
(주지훈) “헤어졌다. 지금은 다른 여자친구랑 2년째 잘 지내고 있다. 요즘은 행복한 노래만 나온다(웃음).”
= 마지막 곡 ‘Good Bye’는 이명욱이 썼다.
(이명욱) “여자친구를 소개받아 만났을 때 느낌을 그대로 담아봤다. ‘굿바이’는 흔히들 말하는 작별인사가 아니라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긍정적이고 좋은 메시지다. 여친이 이 노래 들어보고 굉장히 좋아하더라.”
= 앨범 재킷에는 수많은 별들이 떠있다.
(김유찬) “앨범을 만들면서 버스, 정류장, 별 이런 이미지를 검색해봤다. 그러다 이 사진을 발견했는데 사진 출처를 따라가보니 크로아티아의 사진작가가 자기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었다. 그래서 정식 구매했다. ‘첫차’ 가사에 나오는 ‘지쳐있던 별이 다가온다’는 구절과 잘 어울리는 사진이다.”
= 올해 계획이 잡힌 게 있나.
(김유찬) “11월18일 벨로주에서 문화인 기획공연이 있다. 앤츠, 알레프, 유효 등 같은 소속사 아티스트들과 함께 한다.”
= 앞으로 아일은 어떤 음악을 할 것인가.  
(주지훈) “우리가 다양한 생각들을 풀어냈을 때 팬들이 여러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끔 하고 싶다.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소통을 하고 싶다.”
(이명욱) “우리가 살면서 겪는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다. 각자 스타일은 다르지만 20대 때 겪어보는 경험들, 사랑과 이별을 잘 풀어서 음악으로 만들겠다.”
(지한결)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고 들어주는 음악을 하고 싶다. 솔직한 음악을 하되 그 안에서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고 싶다.”
(김유찬) “음악을 듣는 이유가 즐거움과 위로 아닌가. 우리 노래도 아플 때 위로를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 kimkwmy@naver.com
사진=문화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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