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지금의 '예드 붐' 전에, '안녕 프란체스카' 있었다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11.02 11: 16

그야말로 예능드라마 붐이다. 각 방송사에서 예능드라마라는 이름으로 시트콤과 미니시리즈 사이에 있는 드라마를 내놓고 있다. 지금의 이 ‘예드 붐’ 이전에, 우리에겐 ‘안녕, 프란체스카’가 있었다.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는 평범한 인간가족으로 위장한 뱀파이어들의 서울 생활기를 그린 작품으로,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시즌3에 걸쳐 방송됐다. 배우 심혜진, 이두일, 정려원, 이켠, 박희진, 故 신해철, 김수미, 박슬기 등이 ‘안녕, 프란체스카’를 거쳤다. 
검은 머리를 늘어뜨리고 매일 검은 색 융드레스를 차려 입었던 심혜진의 등장은 그야말로 쇼킹이었다. 어린 외모의 박슬기가 알고 보니 ‘왕고모’여서 다른 가족들에게 반말을 하며 호통 치는 장면이나, ‘안성댁’ 박희진의 “이게 무슨 퐝당한 시추에이션?”, 김수미의 “젠젠젠 젠틀맨이다”와 같은 유행어는 금세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반전과 독특함을 오가는 ‘안녕 프란체스카’는 최근 ‘병맛 코드’라 불리며 하나의 장르로 인기를 끌고 있는 B급 유머의 결정체였다. 덕분에 시대를 앞서간 시트콤이란 평가도 받았다. 이런 ‘안녕 프란체스카’를 예능드라마의 시초로 볼 수 있는 건, 바로 그들이 가진 풍자와 서사성 때문이다.
시트콤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좌충우돌 일상을 코믹하게 다루며, 한 회가 독립된 에피소드로 이루어진다. ‘안녕 프란체스카’ 또한 독립된 에피소드로 진행됐지만, 말장난이나 가벼운 유머로만 에피소드를 이어가지 않았다. 에피소드를 뜯어보면 ‘안녕 프란체스카’는 당시 사회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시켰고, 관념을 깨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집어넣어 풍자 드라마의 성격을 더욱 강하게 했다.
태생은 루마니아 귀족 뱀파이어이지만, 당장 가족들을 굶기지 않기 위해 하루 종일 쭈그리고 앉아 비둘기 튀김을 만든 프란체스카의 모습은 경제 불황에 시달렸던 대중을 떠올리게 했다. 이켠의 동성애적 코드는 ‘바보 이켠’이기 때문에 더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웃음을 줄 수 있었다. 각종 사회적 이슈와 사건, 사고를 시청자들에게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끔 만든 ‘안녕 프란체스카’의 솜씨는 2017년인 지금 봐도 세련됐다.
이런 ‘안녕 프란체스카’의 성공으로 MBC는 비슷한 맥락의 ‘거침없이 하이킥’을 탄생시켰다. 시트콤이라고 하기엔 드라마성이 더욱 짙은 장르인 예능 드라마가 2006년 그 즈음의 시트콤 부흥기에서 시작됐던 것. 배우 심혜진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고상하고 우아한 이미지를 프란체스카의 엉뚱한 우아함으로 비튼 ‘안녕 프란체스카’는 지금의 ‘예드 붐’을 있게 한 명작이었다.
각 방송사에서 앞다투어 내미는 예능 드라마들 중 ‘안녕 프란체스카’처럼 10년 뒤에도 세련됐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역작이 탄생할 수 있을까. 제 2의 똘끼 충만 ‘안녕 프란체스카’가 탄생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 yjh0304@osen.co.kr
[사진] ‘안녕 프란체스카’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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