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한용덕 감독님 환영, 김성근 감독께 죄송"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11.02 05: 50

"기쁘면서도 죄송하다".
한화는 지난달 31일 제11대 사령탑으로 한용덕(52) 감독을 선임했다. 2003~2004년 유승안 전 감독 이후 첫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감독이 나왔다. 한용덕 감독을 중심으로 장종훈 수석코치, 송진우 투수코치도 한화로 돌아왔다. 전설의 이글스맨들이 다시 뭉쳤다.
한화를 대표하는 선수 김태균(35)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지난 2001년 한화에 입단한 김태균은 당시 선수생활 막바지였던 한용덕 감독과 첫 인연을 맺었다. 포지션은 달랐지만 자상했던 대선배로 기억한다. 한용덕 감독이 선수 은퇴한 뒤에는 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다.

김태균은 "한용덕 감독님은 선수 때부터 함께했다. 코치가 되신 후에도 항상 선수들 편에서 믿어주고 챙겨주며 이해해주시는 분이었다. 우리 감독님으로 오실 것이란 소문을 들었고, 다시 팀에 돌아오시게 돼 기쁘다. 장종훈, 송진우 코치님도 복귀하신 것에 대해 환영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함께 고생했지만 팀을 떠난 전임 코칭스태프에 마음의 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태균은 "우리 팀 선배 코치님들이 돌아오셔서 좋지만, 팀을 떠난 감독·코치님들도 생각난다. 전부 다 고생하셨는데 성적이 나지 않아 죄송했다. 그 부분에 정말 큰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화는 시즌 중 김성근 전 감독이 중도 퇴진하며 3명의 코치들이 물러났고, 시즌을 마친 뒤에는 11명의 코치들과 재계약을 포기했다. 코칭스태프 절반 이상이 물갈이됐다. 감독 교체와 함께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나갔다. 이 과정에서 김태균을 중심으로 한화 고참 선수들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지난 10년간 한화에는 김인식-한대화-김응룡-김성근 등 4명의 감독들이 거쳐갔다. 3시즌 풀타임을 채운 감독이 없었기에 한용덕 감독의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김태균은 "결국은 우리 선수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코치님들의 잘못이 아닌데 안타깝다. 특히 김성근 감독님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 나부터 더 잘했어야 했는데…"라며 자책한 뒤 "선수들이 잘하면 누구든 명장이 될 수 있다. 새로 오신 감독·코치님들께서는 아픔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태균은 최근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보며 복잡미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이번에 KIA의 우승을 보면서 마음이 찡했다. 다른 팀 우승을 보고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처음이었다"며 "나도 (선수생활이) 많이 남지 않았다. 우승 한 번은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용덕 감독 체제에서 그 꿈을 꼭 이루고 싶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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