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결산] WPA가 말한다…구단별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①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2.28 06: 20

야구는 정말 9회말 2아웃부터일까?
야구공은 둥글다. 1회초 플레이볼 되는 순간 승리 확률은 정확히 반반이다. 50%의 선상에서 출발하는 경기는 안타나 볼넷, 득실점으로 확률이 널뛴다.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결정되는 순간 이긴 팀의 승리확률은 100%가 된다.
9회 동점 상황의 솔로포와 10점 차 이상에서 나온 투런포의 승리 기여도는 같을 수 없다. 여기서 출발한 지표가 WPA(Win Probability Added, 추가한 기대 승률)다. 0~100%의 승리 확률에 특정 선수의 플레이가 얼마만큼 영향을 끼쳤는지 나타난다. 같은 안타나 홈런이라도 경기 상황에 따라 승리 기여도가 다르다.

KBO리그 공식 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가 집계하는 WPA를 살펴보면 이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올 시즌 구단별로 WPA 상승폭 1위 순간을 살펴보면, 가장 짜릿하고 극적인 순간을 복기할 수 있다. 야구 갈증에 시달리는 팬들에게는 이 순간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응원팀의 극적인 장면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KIA : 7월 18일 고척 넥센전 1-2 열세 9회초 1사 1루
이범호 투런포, 승리 확률 18.4% → 79.4% (+61.0%)
사실 KIA의 올 시즌 WPA 상승폭 1위 순간은 8월 11일 수원 kt전. 당시 6-7로 뒤지던 KIA는 9회 2사 1·2루 기회를 잡는다. 타자 한승택은 kt 클로저 김재윤 상대로 2타점 3루타를 뽑아냈다. 스코어 8-7 역전.
한승택의 안타 전까지 14.7%였던 KIA의 승리 확률은 80.3%까지 뛰었다. 하지만 KIA는 남은 19.7%를 채우지 못하고 9회 끝내기 안타를 맞는다. 따라서 2위의 순간을 선정했다.
5연승을 달리던 KIA는 이날 선발 헥터 노에시의 7이닝 2실점 역투에도 빈타로 넥센에 끌려다녔다. 하지만 1-2로 뒤진 9회 1사 후 안치홍이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이범호가 투런포를 때려내며 역전을 만들었다. 승리 확률 61.0%를 가져오는 한 방이었다.
KIA는 불펜 방화로 9회 3-3 동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연장 10회 로저 버나디나의 결승포로 다시 리드를 잡았고, 이를 지켜내며 6연승을 완성했다.
# 두산 : 7월 12일 잠실 넥센전 2-3 열세 9회말 2사 만루
김재환 2타점 1루타, 승리 확률 29.2% → 100.0% (+70.8%)
당시 5위 두산은 4위 넥센과 5경기 차로 벌어져 있었다. 반드시 잡아야 하는 맞대결. 선발 장원준이 7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KBO리그 역대 두 번째로 11년 연속 100이닝 투구를 돌파했다.
그러나 패색이 짙던 상황. 두산은 2-3으로 뒤진 9회 안타와 상대 실책, 고의4구를 묶어 2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아웃카운트 하나 남은 상황에서 타자는 김재환. 김재환은 김상스 상대로 우전 2타점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다. 29.2%였던 두산의 승리 확률이 100.0%를 찍는 순간이었다.
# 롯데 : 6월 27일 사직 LG전 7-10 열세 10회말 무사 만루
김문호 3타점 2루타, 승리 확률 31.6% → 83.0% (+51.4%)
드라마 그 자체였던 경기다. 롯데와 LG는 동점과 역전을 거듭하며 연장 12회 승부를 펼쳤다. 그 사이 시간은 자정을 넘겼다. KBO리그 역대 6번째 '무박2일' 경기였다.
경기는 치열했다. 롯데는 5-5로 맞선 연장 10회 대거 5실점하며 그대로 패하는 듯했다. 하지만 10회 공격에서 황진수의 1타점 적시타에 몸 맞는 공, 내야 안타가 더해지며 무사 만루 기회가 이어졌다. 손아섭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스코어는 3점 차.
타석에는 김문호가 들어섰다. 김문호는 볼카운트 1B-1S에서 진해수 상대로 중견수 키 넘기는 큼지막한 2루타를 때려냈다. 주자 세 명 모두 홈을 밟으며 스코어는 동점으로 이어졌다. 무사 2루서 경기를 끝내지 못한 롯데는 11회 전준우의 끝내기 안타로 무박2일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 NC : 8월 10일 마산 롯데전 1-2 열세 9회말 1사 1루
스크럭스 투런포, 승리 확률 23.4% → 100.0% (+76.6%)
5연승을 달리던 롯데. NC로서는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양 팀 선발의 팽팽한 호투로 경기 분위기는 뜨거웠다. 롯데 조쉬 린드블럼은 7이닝 1실점, NC 이재학은 8이닝 2실점으로 역투했다. NC는 4회 무사 1·2루 기회에서 박석민이 삼중살로 물러나는 등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1-2로 패색이 짙은 9회, 선두 박민우가 손승락 상대로 볼넷을 골라나갔다. 후속 나성범이 진루타 없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재비어 스크럭스가 있었다. 스크럭스는 손승락의 초구 커터를 받아쳐 그대로 담장을 넘겼다. 끝내기 홈런. 23.4%에 불과했던 NC의 승리 확률이 순식간에 100%로 이어졌다.
# SK : 7월 5일 문학 KIA전 14-15 열세 8회말 2사 만루
나주환 3타점 3루타, 승리 확률 38.5% → 92.5% (+54.0%)
KBO 역사에 손꼽힐 만한 역대급 대첩이었다. KIA는 초반 SK의 맹타를 견디지 못했다. 4회까지 1-12 열세. 김기태 KIA 감독도 어느 정도 이튿날 경기를 볼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KIA는 7경기 연속 두 자릿수의 기염을 토하고 있었다. 5회에만 11타자 연속 안타로 12점을 올려 역전을 이끌어냈다. 두 기록 모두 KBO리그 신기록.
이런 경우 흐름을 탄 KIA가 승리를 가져가야 했다. 실제로 7회 2사 1·2루, 최정 타석을 김윤동이 지우며 그러는 듯했다. 하지만 SK는 12-15로 뒤진 8회 2사 1·2루서 이재원의 2타점 2루타로 한 점 차까지 추격했다.
이어 폭투와 연속 볼넷이 겹치며 2사 만루, 나주환이 바뀐 투수 임창용 상대로 싹쓸이 3루타를 뽑아냈다. 스코어 18-15 SK의 역전이었다. SK는 9회 2실점했지만 결국 한 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나주환의 안타는 38.5%에 불과하던 승리 확률을 92.5%까지 끌어올렸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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