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런 영광스러운 기록들이 찾아올까?
파란만장했던 2017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KIA타이거즈가 웃었다. 지난 2009년 이후 8년만에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통산 10번의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승리하는 불패의 전설을 이어갔다. 김기태 감독의 지도력과 하나로 뭉친 선수들은 드라마를 연출하며 창단 이래 최고의 기록들을 다수 만들어냈다. 과연 이런 영광스러운 기록을 다시 한번 창출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할 정도이다.
▲20승 원투펀치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은 창단 최초로 동반 20승을 달성했다. 힘겨워보였지만 각각 kt와의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승리를 안았다. 특히 양현종은 10월 2일 수원 kt전에서 20승이 무산될 수도 있는 아찔한 장면에서 중견수 김호령의 호수비로 승리를 이루었다. 한 팀에서 동반 20승은 KBO 리그 두 번째였다. 1985년 나란히 25승을 거둔 삼성 김일융(과 김시진 이후 32년만이다. 헥터는 2년 연속 30경기와 200이닝을 돌파했고 선발 15연승까지 세웠다. KIA는 두 원투펀치를 앞세워 우승을 일구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양현종, KS 1-0 완봉
2017 한국시리즈는 양현종의 대관식 무대나 다름없었다. 두산에게 1차전을 내주어 분위기가 넘어간 상황에서 2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해 9회까지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원래는 7회까지만 던지기로 했으나 투구수가 많지 않아 끝까지 마운드를 책임지었다. 1-0 완봉승은 한국시리즈 최초의 기록이다. 양현종은 5차전 9회말 1사 만루에서 불을끄고 우승까지 결정지었다. 한국시리즈 MVP에 이어 정규리그 MVP와 골든글러브까지 손에 넣었다. 역시 최초의 기록이었다. 한 팀의 에이스가 아닌 대한민국 에이스로 발돋음했다. 연말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상' 수상자로 어김없이 호명되었다.

▲선발 4명, KS 릴레이 승리
KIA는 강적 두산과 펼쳐진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을 내주었으나 5차전까지 내리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2차전 양현종의 1-0 완봉승이 반전의 발판을 제공했다. 이어 팻딘과 임기영이 호투로 3차전과 4차전의 승리를 이끌었다. 1차전에서 부진했던 헥터는 5차전에서는 6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던지다 7회 갑자기 부진해 6점을 내주었다. 그러나 김세현, 김윤동에 이어 양현종의 불펜진이 틀어막아 승리투수가 되었다. 선발투수 4명이 나란히 1승씩 거둔 것은 한국시리즈 최초의 기록이다.
▲3할타자 7명
KBO 리그 출범이후 규정타석 최다 3할 타자를 배출했다. 9명의 주전타자 가운데 7명이나 타율 3할을 넘겼다. 타격왕 김선빈을 비롯해 최형우, 이명기, 로저 버나디나, 안치홍, 나지완, 김주찬까지 3할 클럽에 가입했다. 김주찬은 시즌 초반 1할대의 빈타에 허덕이다 3할까지 치고 올라오는 놀라운 회복력을 보였다. 김선빈은 공포의 9번으로 생애 최초 타격왕에 올랐다. 김선빈과 함께 돌아온 안치홍도 3할 타율로 진가를 입증했다. 이명기는 SK에서 이적해 1번타자로 타선을 이끌었고 최형우는 든든한 4번타자로 자리를 잡아 시너지 효과를 주었다.
▲팀 최고 타율, 팀 최다 안타
다수의 3할타자는 한 시즌 팀 최고 타율과 최다 안타 신기록 작성으로 이어졌다. KIA타선은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팀타율 3할(.302)을 넘었다. KBO리그 출범 이후 최고의 타율이었다. 아울러 팀 1554안타를 터트려 역대 신기록까지 만들어냈다. 7명의 3할 타자들이 쉼없이 안타로 상대 마운드를 괴롭히며 득점을 올렸다. 이 덕택에 팀 득점도 유일하게 900점(906점)을 넘겼다. 2016년 두산(935점)에 이어 역대 2위의 기록이었다.

▲8G 두 자리 득점, 11타자 연속안타, 1이닝 12득점
3할타자와 가공할 응집력은 8경기 연속 두 자릿 수 득점의 대기록으로 이어졌다. KIA는 6월 중반부터 무시무시한 화력을 과시하며 상대 마운드에 맹폭을 가했다. 6월 27일 광주 삼성전부터 5일 인천 SK전까지 8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KBO리그는 4경기 연속이 종전 최다였다. 일찌감치 기록을 깼고 8경기까지 이어갔다. 메이저리그와 NBP리그에도 없는 신기록이었다. 특히 7월 5일 인천 SK전에서는 1-12로 뒤진 5회초 공격에서 11타자 연속 안타를 터트려 한 이닝에만 12점을 뽑아냈다. 두 개의 KBO리그 신기록을 작성했다.
▲버나디나의 기록행진
버나디나는 팀 역대 최고의 외국인타자 반열에 올랐다. 개막 이후 신통치 않은 타격으로 미운 오리였다. 한때 퇴출까지 검토할 정도였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의 믿음의 기용으로 탄력을 받더니 무시무시한 타자로 돌변했다. 팀 역대 최초로 100타점-100득점, 팀 역대 외국인 최초로 20홈런-20도루와 사이클링 히트까지 작성했다. 타격, 주루와 탁월한 외야 수비능력까지 과시했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5할2푼6리, 7타점의 맹위를 떨쳐 우승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 100만 관중
KIA는 관중에서도 기념비를 세웠다. 창단 이후 최초로 100만 관중을 돌파한 것이다. 개막 초반부터 선두를 유지한데다 드라마틱한 승리가 잦아지자 구름관중이 몰려들었다. 8월의 한 여름 찜통 더위인데도 만원 관중이 찾아왔다. 모두 10번이나 만원관중을 기록했고 9월 23일 kt전에서 100만 관중을 돌파하는데 성공했다. 챔피언스필드 건립으로 관람환경이 획기적으로 좋아졌고 우수한 경기력에 팬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서는 마케팅도 한몫을 했다. 김기태 감독은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이 아니었다면 우승하기 힘들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9회말 7점차 역전패
옥의 티도 없지 않았다. 전반기 뜨거웠던 타격이 시들해지며 후반기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8경기차 1위였으나 한때 두산에게 공동 1위를 허용할 정도로 위태로운 시기도 찾아왔다. 흔들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불펜진의 부진이었다. 9월초 믿기지 않는 대참사를 겪었다. 9월 3일 넥센과의 고척돔 경기에서 7-1로 앞서다 9회말 7점을 내주고 역전패를 당했다. 공교롭게도 필승조 휴식일이었는데 한승혁을 비롯해 불펜투수들이 아웃카운트 2개만 잡고 제구력 난조까지 겹치며 역전패했다. 9회말 최다득점차 역전패였다. 불펜진 강화는 내년의 숙제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