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만 바라본 롯데의 2차 드래프트 전략. 실질적인 기대치는 어느 정도로 매겨야 할까.
롯데는 올해, 2년 마다 한 번씩 열리는 2차 드래프트에서 ‘즉시 전력 수집’이라는 확실한 컨셉을 잡았다. 1라운드에서 좌완 고효준(전 KIA), 2라운드에서 좌타 외야수 이병규(전 LG), 3라운드에서는 우완 사이드암 오현택(전 두산)을 택했다. 모두 30대 중반의 베테랑 선수들이었다. 다른 구단들이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젊은 원석들을 골라내려는 노력을 펼쳤지만, 롯데는 순전히 팀의 약점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들을 채울 수 있는 즉시 전력감을 선택했다.
롯데의 확실한 테마는 이들을 내년 시즌 분명히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있다. 조원우 감독은 줄곧 좌완 투수, 좌타자, 잠수함 투수에 대한 갈증을 표현해 왔고, 자체 육성으로 아쉬움이 있던 부분을 2차 드래프트에서 쉽게 보완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들에 대한 기대치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상황. 이들 3명의 1군 출장 경기 수의 총합은 1189경기에 이른다(고효준 312경기+이병규 642경기+오현택 235경기).

일단 현재 가장 활용도가 가장 높고, 큰 기대를 하고 있는 자원은 고효준이다. 롯데는 그동안 좌완 투수 기근에 시달려왔다. 오랜 기간 동안 강영식과 이명우라는 좌완 듀오가 불펜에 버티고 있었지만, 활약이 들쑥날쑥했다. 올 시즌 후반기 이명우가 반등에 성공하며 좌완 불펜 한 축을 꿰찬 상황이지만, 내년에도 같은 활약이 이어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또한 신예 좌완으로 기대를 모은 김유영은 상무 입대가 확정돼 2년 간 팀을 떠난다. 강영식에게는 방출 통보를 했다. 임지유, 차재용 등의 기대주 자원들이 있지만 아직 유망주에 불과하다. 결국 1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좌완 자원은 이명우 1명밖에 남지 않았다. 고효준을 택해야 했던 이유다. 일단 고효준이 1군에 합류하면서 좌완 투수의 양을 충원했다. 여기에 고효준이 원포인트 상황은 물론 길게 던져야 하는 상황에서도 투구가 가능하다는 점은 롯데의 투수 운영 폭을 넓혀줄 전망. 선발 투수로도 활용 가능한 만큼 내년 시즌, 고효준은 롯데 투수 운영의 중요한 키를 쥐게 될 전망이다.
이병규의 경우 민병헌의 영입과 손아섭의 잔류 등으로 외야수로서 입지는 그리 넓지 않다. 김문호, 박헌도, 나경민 등의 기본 자원들도 있기에 이병규도 이 틈바구니 속에서 외야 자리 경쟁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이병규에겐 확실한 타격 능력이 있다. 롯데에는 귀한 좌타자라는 부분도 플러스 요인이다. 부드러운 스윙으로 정확성과 선구안, 그리고 일발 장타력까지 뽐낼 수 있기에 LG에서도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이병규가 자신의 재능을 만개하지 못한 것은 부상 때문이었다. 2006년 데뷔했지만 100경기 이상 출장 시즌이 3시즌 뿐이다. 2014년 116경기 출장, 450타석(360타수)을 소화했다. 당시 16홈런 87타점 OPS 0.956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분명 건강하다면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이병규의 활용도와 기대치는 부상 관리 여하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포화상태의 외야 자리보다는 현재 비어 있는 지명타자가 이병규의 실질적인 포지션이라고 봐야 한다. 여기에 박헌도 등 우타자들과 플래툰 시스템으로 자리를 나눠가질 공산이 크다.
오현택 역시 우완 사이드암 요원으로 롯데에 필요했던 자원이다. 한때 ‘잠수함 왕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이드암 계열 투수가 풍족했지만, 현재는 1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배장호 밖에 없다. 올해 5월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올 시즌 대부분을 쉬어야 했지만, 재활은 순조롭다는 평가. 시즌을 함께 시작한다면 배장호와 함께 사이드암 투수의 역할을 분담해야 할 위치다. 우완 일색의 불펜진에 다양성을 더해줄 자원인 만큼 오현택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롯데 불펜의 모습도 획일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미 롯데는 2차 드래프트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2011년 2차 드래프트에서 투수 김성배가 필승조와 마무리로 맹활약했고 2013년에는 투수 심수창과 내야수 이여상을 뽑아 전력으로 활용했다. 심수창은 한화로 FA 이적하면서 롯데에 보상선수라는 유산까지 남겼다. 과거 기억들을 떠올리면 롯데에 2차 드래프트는 나름 좋은 기억들만 갖고 있다. 과연 3번째 2차 드래프트의 선택도 롯데에 좋은 기억들을 안겨줄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