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 ‘1987’(감독 장준환)이 개봉 첫 날부터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을 얻고 있다. 1987년 1월 서울대생 박종철 군이 치안본부 대공수사단에 연행돼 조사를 받던 중 고문으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승리의 6개월을 그렸다.
올 7월 개봉한 ‘택시운전사’(감독 장훈)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그렸다면, ‘1987’은 그에 대한 연장선이자 민주주의의 단초가 된 6월 민주항쟁을 스크린에 구현한 것이다. 198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직선제를 거부하며 4.13 호헌조치를 선언했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이어 연세대생 이한열 군이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쓰러지면서 반정부 시위는 폭발적으로 확산됐었다.
‘1987’은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종교계와 전문직을 필두로 각계각층으로 퍼져나갔던 호헌반대운동 과정을 그린다. 천주교계에서 각 교구별로 사제가 중심이 되어 단식농성에 들어갔으며, ‘호헌철폐와 민주제 개헌 지지’를 주장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기독교계에서는 목회자들이 단식기도를 벌였고, 불교계도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장준환 감독은 실존 인물들의 고통과 노력을 기리는 뜻에서 대부분 실명을 사용했고, 가상 인물인 대학생 연희(김태리 분)를 그 시대를 살았던 보통 사람으로서 설정했다. 김태리가 정치 사회에 무관심했지만 점차 그 부당함을 깨닫고 갈등하며 각성하는 대중의 심리를 잘 파고 들었다.
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택시운전사’는 독일기자 피터와 서울의 택시기사의 시선으로 광주 민주화 운동을 그렸다. 그 때의 불씨가 혹독한 시절에도 꺼지지 않고 더욱 빛을 발하면서 그날 이후 살아남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결코 꺼지지 않는 불길로 지켜주고 있다. 비록 진압당했지만, 그것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자랑스러움이었으며 오욕의 역사가 아니라 긍지의 역사였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사’나 ‘1987’ 모두 항쟁기간을 가장 뜨겁게 살았던 시민들의 절실한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며 권력의 탄압이나 왜곡선전에도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겼다는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냈다./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