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의 위치에서 한 발은 내려왔다. 그러나 두산 베어스는 한 뼘 더 성장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뒤 맞은 2017 시즌. 전력 유출이 없었던 만큼, '어차피 우승은 두산'이라는 말도 뒤따랐다.

쉽지는 않았다. 시즌 초반 주축 선수가 부진했던 가운데, 외국인 투수 마이클 보우덴을 비롯한 민병헌, 양의지, 김재호 등 핵심 전력이 부상으로 빠졌다. 그러나 두산은 그 때마다 '백업의 힘'과 함께 젊은 선수의 부쩍 성장했고, 결국 후반기 7할이라는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3년 연속 진출한 한국시리즈에서 정상을 지키지 못했다. 아쉬움이 컸지만, 두산은 성장과 함께 한층 더 단단해진 팀이 됐다.
▲ '백업? 주전?' 박세혁의 무한 성장
이제는 더이상 백업이라는 수식어가 낯설 정도다. 올 시즌 박세혁(27)은 주전 포수 양의지 부상 속 주전 포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팀의 상승 분위기를 이끌었다. 97경기에 나온 그는 타율 2할8푼4리 5홈런이라는 준수한 타격 성적 속 수비에서도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김태형 감독에게 흐뭇한 미소를 안겼다.
또한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양의지가 2차전부터 허리 부상으로 나서지 못하자, 선발로 나와 타율 4할4푼4리(9타수 4안타)로 활약하며 팀의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며 큰 경기에 대한 자신감도 한껏 채웠다.

▲ 'KBO 최초 5이닝 사이클링히트' 시작된 정진호의 야구
올 시즌 정진호(29)는 자신의 이름을 강력하게 알리는 순간이 있었다. 6월 8일 박건우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자 선발 출장의 기회를 잡은 정진호는 2루타-3루타-안타-홈런을 연이어 날리며 KBO리그 최초 5이닝 사이클링히트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올 시즌 성적은 97경기 2할8푼3리 5홈런 31타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했다.
내년 시즌 두산의 고민은 FA로 이적한 민병헌의 공백을 채우는 일이다. 민병헌은 5년 연속 3할 타율, 4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인 타격을 뽐내왔다. 그러나 정진호의 올 시즌 모습이 내년의 도약으로 이뤄진다면 두산으로서는 민병헌 공백 채우기는 생각보다 끝날 수 있을 전망이다.
▲ '내야 만능키' 류지혁, 국대 내야수 대열에 합류
내야 어느 포지션에 놓아도 제 역할을 한다. 류지혁의 가방 속에는 항상 내야 전포지션 글러브가 들어있다. 올 시즌 주전 유격수 김재호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발목 부상을 당한 뒤 후유증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자, 류지혁이 이 공백을 훌륭하게 채웠다.
시즌 초 실책이 나오기는 했지만, 점차 1군 옷이 알맞게 됐고, 안정적이고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면서 주전 선수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된 그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도 선발되며 국제 경기 경험까지 쌓았다. 특히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4-4로 맞선 연장 10회초 1사 1,2루 상황에서 담장을 직격하는 큼지막한 적시타를 날렸고, 또 일본과의 결승전에서도 센스있는 호수비와 함께 안타까지 신고하며 새로운 '일본 킬러'로 자리매김했다.

▲ '명품 좌완' 함덕주, 판타스틱5도 기대하라
지난 2013년 두산에 입단한 함덕주(22)는 올 시즌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스프링캠프에서의 좋은 모습을 보여줘 선발로 낙점된 그는 첫 선발 등판이었던 4월 6일 kt전에서 4⅔이닝 2실점 호투를 펼쳐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네 번째 등판이었던 4월 23일 SK전에서 5⅓이닝 4실점을 기록하며 데뷔 첫 선발승리를 챙겼다.
전반기 중간 중간 흔들렸던 그는 전반기 막바지 5경기 불펜으로 나와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자신감을 충전했고, 후반기 15경기(선발 10차례)에서 6승 1패 평균자책점 2.91로 호투를 펼치며 '명품 좌완' 대열에 합류했다.
플레이오프 4경기에 모두 등판한 그는 6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쳐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탠 함덕주는 시즌 종료 후 APBC 대표팀으로 나서면서 국제 대회를 경험했다.
지금과 같은 모습이라면 내년에도 '선발 함덕주'의 모습을 이어질 예정이다. 아울러 두산은 조쉬 린드블럼, 세스 후랭코프 외국인 듀오에 이어 장원준, 유희관, 함덕주로 연결되는 '판타스틱5' 선발진을 꿈꿀 수 있게 됐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