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결산] ‘기적의 후반기’ 롯데, 5년 만에 누린 행복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12.28 13: 34

‘기적의 후반기’, ‘폭풍 질주’. 롯데 자이언츠는 5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기쁨을 누렸다. 후반기 기적과 같은 질주가 없었다면 불가능 했던 일이었다. 롯데는 뜨거운 여름, 행복한 가을을 보내며 2017년을 마무리 지었다.
롯데는 올 시즌 80승62패2무(승률 0.563)의 성적으로 정규시즌 3위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 1999년 세운 구단 프랜차이즈 한 시즌 최다승 기록(75승)을 갈아치우며 구단 역사상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특히 후반기 39승18패1무의 폭발적인 질주로 롯데는 후반기 대질주를 일굴 수 있었다. 지난 2012년 이후 5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한 것은 당연했다. 비록 준플레이오프 첫 단계에서 NC에 시리즈 전적 2승3패로 탈락했지만, 롯데는 올해 행복한 한 시즌을 보냈다. 계약이 만료된 조원우 감독은 재신임을 받으며 3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이대호가 친정팀으로 6년 만에 복귀를 하면서, 부산의 야구 바람을 다시 일으켰고,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 유망주의 틀에서 벗어나 에이스로 거듭났다. 여기에 마무리 손승락과 선발 송승준의 회춘투, 조정훈의 드라마틱한 복귀, 마지막으로 5년 만에 100만 관중 돌파 등 롯데의 2017년 이야깃거리는 풍부했다.

▲ ‘돌아온 캡틴’ 이대호가 일으킨 ‘구도’의 바람
2017년 1월, 일본과 미국 무대에서 활약하던 한 남자가 집으로 돌아왔다. 이대호가 4년 총액 150억 원이라는 역대 FA 사상 최고 금액을 받고 롯데로 귀환했다. 30대 중반을 향해가며 외국 생활에 외로움을 느끼던 이대호를 롯데는 따뜻하게 안았다. 이대호의 합류로 롯데는 4번 타자의 고민을 해결했고, 클럽하우스 리더를 얻었다. NC와의 개막전 복귀 축포를 날린 이대호는 넥센과의 사직 홈 개막전에서도 결승포를 터뜨리며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이후 이대호는 크고 작은 부상을 딛고도 142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2푼 34홈런 111타점 OPS 0.924의 성적을 남기며 롯데의 상징이라는 것을 확인시켰다. 또한 덕아웃의 리더로 가을야구 경쟁을 펼칠 때 선수단을 추스르고 아우르는 등 주장의 역할까지 해냈다. 결국 팀은 3위 자리를 차지했고, 이대호의 이름은 사직구장에서 연신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 유망주 틀 깬 박세웅, ‘안경 에이스’의 재림
한국시리즈 우승 2회의 롯데 자이언츠. 두 번의 우승에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바로 故 최동원과 염종석이라는 ‘안경 쓴 우완 에이스’가 마운드에서 우승을 이끌었다는 것. 세월이 흘러 2017년, 롯데에 다시 ‘안경 쓴 우완 에이스’가 나타났다. 박세웅이다. 유망주의 틀에 갇혀 있던 박세웅은 올해 28경기 171⅓이닝 12승6패 평균자책점 3.68의 성적을 남겼다. 생애 첫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고, 평균자책점도 처음으로 3점대를 마크했다. 전반기 동안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 속에서도 박세웅은 17경기 9승3패 평균자책점 2.81로 오롯이 마운드를 지켰고, 롯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비록 후반기 부진(3승3패 평균자책점 5.07)으로 기록이 다소 오르긴 했지만, 유망주의 틀을 깨고 롯데 마운드의 현재와 미래임을 동시에 확인한 한 해였다.
▲‘베테랑 듀오’ 송승준-손승락의 회춘 부활투
‘영건 에이스’ 박세웅의 활약에 베테랑들도 응답했다. 선발진에서 송승준, 마무리에서 손승락이 베테랑의 관록을 보여줬다. 송승준은 올해 선발진에서 제외되며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젊은 선수들에게 자리를 뺏긴 셈이었다. 그러나 송승준은 젊은 선수들의 틈바구니를 파고들었고,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4월25일 한화전 첫 선발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내리 4연승을 따냈고, 11승5패로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4년 만의 두 자릿수 승수. 8월 6일 사직 넥센전 통산 100승에 가입했고, 같은 달 24일 LG전에서 선발 100승까지 수확했다. 송승준이 선발진에서 회춘했다면 마무리 손승락은 리그 최고의 클로저로 부활했다. 후반기 대질주 속에서 팀이 연일 접전의 승부를 펼치는 가운데 굳건히 마운드를 지켰다. 후반기 29경기에서 22세이브를 챙기며 평균자책점 1.86을 기록했다. 시즌 종료 시점 손승락은 37세이브를 수확, 3년 만에 세이브 부문 리그 1위를 탈환했고, 롯데 구단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의 주인공까지 됐다.
▲ ‘드라마틱 그자체’ 조정훈의 복귀
7월9일 사직 SK전. 롯데는 8회초, 0-6으로 패색이 짙어 있었다. 그러나 이날 사직구장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고, 뭉클한 장면도 연출됐다. 2010년 6월 13일 사직 한화전 이후 2583일 만에 조정훈이 1군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 조정훈은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다. 팔꿈치 수술만 3번을 받으면서 선수생활 자체가 불투명했던 과거를 딛고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7년의 기다림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팀은 패했지만 조정훈의 이름은 사직구장을 감싸고 있었다. 복귀전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2009년 ‘악마의 포크볼’로 다승왕을 따냈던 클래스는 여전했다. 이후 조정훈은 건강하게 마운드를 지켰고, 필승조 자리까지 꿰찼다. 26경기(23이닝) 4승2패 8홀드 평균자책점 3.91의 성적으로 복귀 첫 시즌을 성공리에 마무리 했다.
▲ 마운드의 대반전, 롯데를 가을로
마운드의 대반전이 없었다면, 롯데의 가을도 없었을 것이다. 모든 변수들이 상수로 전환됐다. 박세웅의 역투와 송승준, 손승락의 부활이 대표적이었다. 여기에 영건 투수 김원중과 박진형이 각각 선발과 불펜에서 가능성을 비췄다. 조정훈의 복귀도 한 몫했고, 외국인 투수들도 때맞춰 제 자리를 찾아갔다. 선발 중간 마무리 모든 요소들이 톱니바퀴처럼 착착 맞아 들어갔다. 롯데는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4.56으로 전체 3위에 올랐다. 특히 후반기에는 평균자책점 3.93으로 전체 2위를 차지했고 선발진은 퀄리티 스타트 33회(공동 1위),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 17회(단독 1위)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시즌 블론세이브가 21회였지만 후반기에는 단 6번에 불과했다. 올해 롯데의 대약진은 마운드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었다.
▲연이은 판정 논란의 중심
롯데는 올 시즌 유독 판정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석연찮은 판정의 피해자가 됐던 사건들이 많았다. 4월29일 잠실 두산전, 4회초 이대호의 타구가 홈플레이트를 맞고 튀긴 타구가 아웃 판정을 받자 이대호는 파울이라며 강력하게 어필했다. 조원우 감독 역시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이후 이대호는 ‘과격 행동’을 이유로 퇴장 판정을 받았다. 이는 시작이었다. 5월3일 수원 kt전 오태곤의 3루수 땅볼 때 3루수-포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오태곤의 수비 방해 주루 논란이 있었고, 5일 사직 KIA전 연장 10회에서는 서동욱의 타구가 1루에서 아웃판정을 받자 KIA측의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다. 이후 약 8분이 지나서야 판정은 번복됐다. 당시 롯데 선수단은 거센 빗줄기 속에서 비디오 판독을 기다렸다. 화면을 다시 살펴본 결과, 판정을 뒤집을만한 요소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같은 달 21일, 잠실 LG전 투수 박진형의 보크 역시 논란에 휩싸였고, 7월 20일 울산 삼성전, 손아섭의 홈런 타구가 오독으로 2루타로 정정됐던 것은 롯데를 둘러싼 판정 논란이 절정으로 치닫은 사건이었다. 그리고 롯데는 판정 논란이 있던 경기에서 대부분 패했다.
▲ 가을야구와 함께 찾아온 100만 관중
‘구도’의 부활이라고 말할 수 있는 원년이었다. 이대호의 합류, 그리고 후반기 대약진으로 성적이 수직상승하자 사직야구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지난 9월26일 한화전, 100만 관중 돌파에 성공했고, 최종 103만8492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지난 2012년 136만8995명의 관중을 동원한 뒤 명맥이 끊겼단 100만 관중의 역사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성공했고 100만 관중을 달성했던 롯데다. 결국 올해 다시 가을야구에 진출하면서 롯데는 100만 관중을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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