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박호산은 20년 넘게 연기 경력을 쌓았지만 드라마로서는 SBS '원티드', '피고인'에 이어 이번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3번째다. 이 작품에서 만난 문래동 카이스트 캐릭터는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았다.
하지만 박호산은 자신의 연기보다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와 동료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리더를 믿은 만큼 현장에서 즐기면서 후회없이 연기했고 배우들과 호흡도 좋아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잘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2상6방 케미 최고"
-문래동 카이스트, 이렇게 사랑받을 줄 알았나요
"드라마를 세 작품 밖에 안 했어요. 촉이 있는 건 아니라 그저 열심히 했고 무엇보다 운이 좋았어요. 캐릭터 자체로 특색 있는데다 좋은 동료를 만났잖아요. 무엇보다 완벽하게 작품을 이해하는 장수를 만난 덕분이죠. 드라마를 잘 모르지만 신원호 PD는 직접 편집하는데 배우들의 연기적 호흡을 정박에 맞춰서 잘라줘요. 연기자 입장에선 너무 고맙죠. 조연의 연기까지 다 이해해주는 거니까요.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감각적인 천재예요. 따라갈 수밖에 없는 대단한 연출가죠."
-해롱이와 케미가 무엇보다 돋보였어요
"케미로 치면 2상6방 식구들 다 좋은데 해롱이(이규형 분)가 워낙 건드는 성격이고 그걸 욱하고 받아치는 게 유대위(정해인 분) 오기 전까진 문래동 뿐이었으니까 돋보였던 것 같아요. 실제로 이규형이랑 대학로에서 2인극을 할 정도로 워낙 친해서 연기적으로 잘 맞았고요. 이번에 이규형이 잘돼서 정말 기분 좋아요. 잘하는 친구라 참 예쁘거든요."
-문래동과 해롱이 유대위와 해롱이, 누가 더 베스트일까요?
"당연히 유대위랑 해롱이죠(웃음). 참 예쁘고 더 잘됐으면 하는 두 동생들이에요. 가장 형님인 최무성부터 이규형, 정해인, 박해수, 정민성 등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연출, 제작진 어벤저스 팀에 전 그저 숟가락만 올렸을 뿐이에요."
-만약에 다른 캐릭터를 맡았다면요?
"문래동 카이스트가 아니었다면 팽부장요. 정웅인이 너무 잘해서 나도 잘해 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팽부장도 멋진 캐릭터잖아요. 매력적인 츤데레. 정웅인 원래 성격이 딱 그렇거든요. 술도 많이 사주고요 하하."
◆"신원호PD라면 무조건"
-촬영 때를 돌이켜 보면 어떤 추억인가요?
"캐스팅 확정은 6월에 됐는데 가을에 3회 촬영이 들어갔어요. 오래 기다렸죠. 하지만 촬영 자체가 너무 행복했어요. 막판엔 굉장히 춥지만 재밌었고요. 우리끼리 힘들고 고생해야 행복한 작품이 나오는데 딱 그랬죠. 13회에 제가 이감되고 예고편이 나오는데 모르는 내용이더라고요. 정말 끝났구나 싶었죠. 예고편을 보면서 집에서 소주를 땄답니다."
-박호산에게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란?
제가 연극판에서 알려진 계기가 '왕의 남자' 원작인 '이'에서 공길 역을 맡았을 때거든요.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TV 매체쪽에서의 '이'죠. 제가 인지도를 준 작품이니까요. 거리에 다니면 다들 잘 보고 있다고 정겹게 인사해주시고 식당에서 서비스도 주시니까 흐뭇할 따름이에요. 감사합니다."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도 있겠어요
"작품 선정 기준은 없어요. 좋은 작품이면 되죠. 연극, 뮤지컬, 드라마, 영화 가리지 않고 주제가 훌륭한 작품에서 자주 인사드릴게요. 온도 차가 큰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데 '피고인'에서 검사부장했으니 이번에 정반대로 범죄자를 한 거거든요. 차기작도 기대해주세요."
-시즌2, 혹은 신원호 PD의 차기작이라면?
"무조건 달려가죠. 신원호 PD 작품이라면 무조건요. 제가 술 먹고 말을 놓기로 해서 '은인이다'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다음 날 촬영 때 다시 말을 높였어요(웃음). 정말 대단한 연출가라서 또 같이 하고 싶어요. 시즌2 얘기는 농담 삼아 여자 교도소 얘길 하긴 했는데 전혀 정해진 게 없어서 그저 좋은 캐릭터 만들어서 또 시청자분들께 다가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comet568@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