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리포트] '팔꿈치 이상무' 오승환, TEX 후회하게 만든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8.02.27 10: 02

'돌부처' 오승환(36·토론토)은 텍사스에게 보란 듯이 복수할 수 있을까.
오승환의 에이전시인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대표 김동욱)은 27일(이하 한국시간)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토론토와 계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1+1년에 2019년 팀 옵션의 조건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오승환이 올해 구단이 제시한 기준을 채울 경우 계약은 자동 연장된다. 몸값은 최대 750만 달러(약 80억 원). 올해는 연봉 200만 달러(약 21억 원)에 옵션 150만 달러(약 16억 원)이며, 이듬해는 연봉 250만 달러(약 27억 원)에 옵션 150만 달러 수준이다.

스프링캠프 시작 후 계약. 이렇게까지 늦어질 거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스토브리그 초반만 해도 분위기는 순조로웠다. 윈터 미팅 시작과 동시에 오승환을 향한 러브콜이 이어졌다. 시장 전체에는 한파가 몰아닥쳤지만 구원투수의 몸값은 대체적으로 흐름을 비껴갔다. 오승환에게는 나쁠 리 없는 상황이었다.
오승환은 장고 끝에 텍사스의 손을 잡았다. 미 현지 언론은 7일, "오승환과 텍사스가 계약 합의했다"고 전했다. 1+1년 최대 925만 달러(약 101억 원). 당초 현지 언론에서 예상하던 금액의 절반 수준인 데다 옵션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하지만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 자리를 보장한 텍사스의 구애에 끌렸다.
메디컬테스트만 남겨둔 상황이라 순조로운 마무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계약 확정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초조한 상황이었다. 텍사스는 오승환의 팔꿈치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MRI에서 발견한 팔꿈치 염증을 염려했다. 하지만 계약 의사는 계속 드러냈다. 결국 몸값을 깎기 위한 선택이었다. 텍사스는 "팔꿈치에 염증이 있으니 부상 위험이 높다"는 이유를 댔다.
오승환 측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웠다. 오승환은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 시절부터 팔꿈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 세인트루이스와 계약을 앞두고도 이 부분이 발견됐지만, 세인트루이스는 문제 삼지 않았다. 물론 구단마다 메디컬테스트 기준은 다르니 이 점을 따질 수는 없다. 하지만 오승환의 팔꿈치가 염려되면 계약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텍사스의 태도에 오승환 측은 실망했고, 결국 계약 파기를 선언했다.
오승환은 계약 무산 후에도 불펜 포수를 고용해 개인 훈련에 매진해왔다. 에이전시는 물밑에서 오승환 향한 러브콜을 신중히 검토했다. 로스 앳킨스 토론토 단장은 오승환 측에 수년째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텍사스가 문제삼은 팔꿈치 문제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때문에 메디컬테스트부터 계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텍사스에게 상처받았지만 그걸 토론토가 달랬다. 오승환도 "나의 경력을 존중해준 팀이다. 협상 과정에서도 나를 필요로한다는 진정성을 느꼈다"라고 밝혔다. 선수 입장에서는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 태도다.
이제 오승환은 토론토의 불펜 투수다. 공교롭게도 토론토의 올 시즌 첫 원정이 텍사스다. 토론토는 개막 홈 7연전 직후 알링턴 원정을 떠난다. 오승환의 등판 가능성은 상존한다. 과연 오승환이 텍사스의 선택을 후회하게 만들까. /ing@osen.co.kr
[사진] 피닉스(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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