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만 할 수 있다면…."
지난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약 40여 명의 선수들이 이른 아침부터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일본 시코쿠아일랜드리그plus 산하 독립야구단 4팀의 한국 공개 트라이아웃이 있었기 때문.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다가 방출된 좌완 투수 김웅(25)도 이 중 한 명이었다.
김웅은 2012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전체 26순위)로 LG에 입단했다. LG에서 1군 등판이 없었던 김웅은 2015년 시즌 종료 후 실시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로 옮겼지만 역시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결국 지난 시즌 종료 후 방출 통보를 받게 됐다.

비록 소속팀은 없어졌지만, 김웅은 야구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다. 비시즌 동안 꾸준히 몸을 만들며 프로의 부름을 준비했다. 그는 "운동은 꾸준히 했었다. 일본에서도 몸을 만들어갔다. 한국에서도 부산에서 계속 공을 던지며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독립리그를 주관한 관계자는 "(김)웅이가 몸을 잘 만들었다. 아마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트라이아웃 당일. 피칭을 마친 뒤 김웅은 아쉬움 가득한 표정이었다. 긴장을 했는 지 "힘이 너무 들어갔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합격을 해도 한국을 떠나 낯선 타지 생활을 해야돼 고민이 될 법 했지만, 김웅은 "야구만 할 수 있다면 괜찮다. 사회인 야구도 괜찮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만큼 김웅에게 야구는 '절실함'이었다.
고민없이 일본 독립리그 무대에 도전장을 낸 것은 롯데에서 친하게 지냈던 이지모(30) 덕분이기도 했다. 이지모는 2016년 롯데에서 방출된 뒤 트라이아웃으로 일본 독립리그 무사시 히트 베어스에 들어가 몸을 만들었고,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에 육성 선수로 다시 출발하게 됐다. 특히 이지모는 두산 1차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많은 기대를 받기도 했다. 김웅은 "(이)지모 형과는 친해서 매일 3번 씩은 연락하는 사이"고 웃어보이며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리고 약 3주 뒤. 김웅은 자신이 원했던 야구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고치 파이팅독스가 훈련에 초청하며 관심을 보였다. 구체적인 계약 단계는 아니지만, 약 2주 정도 함께 훈련한 뒤 정식 계약을 맺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아직 완전한 합격은 아니지만, 다시 한 번 소속팀을 가지고 야구를 할 수 있게된 길이 열렸다.
26일 일본에 건너간 김웅은 오는 3월 10일까지 최종 점검을 받을 예정이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