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배우들의 연이은 성추문으로 영화계가 떨고 있다.
영화계는 잇단 성추문으로 멍들고 있다. ‘흥부’를 연출한 조근현 감독이 ‘미투(#me too) 폭로’로 성희롱 사건이 알려진 이후 조재현, 조민기, 최일화, 오달수 등이 성추문에 휩싸였고, 이밖에도 영화 제작자, 영화음악감독 등이 미투 폭로의 도마 위에 올랐다. 영화계로서는 충무로를 이끌어왔던 영화인들의 연이은 성추문 폭로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흥부’를 연출한 조근현 감독은 신인 여배우들을 성희롱해 영화 홍보에서 전면 배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조근현 감독은 “여배우는 자빠뜨리는 법을 알아야 된다”, “깨끗한 척 조연으로 남느냐, 자빠뜨리고 주연하느냐 어떤 게 더 나을 것 같아” 등 부적절한 발언으로 여배우들에게 수치심을 안기는 언행을 일삼았다. 성희롱 사실이 알려진 후 돌연 출국,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다.

배우들의 성추문은 더욱 충격적이다. ‘봉이 김선달’, ‘역린’, ‘뫼비우스’ 등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던 조재현은 현장에서 여자 스태프들을 성희롱, 성추행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자 “고백하겠다. 전 잘못 살아왔다. 전 죄인”이라며 “이제 모든 걸 내려놓겠다. 정말로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다. 조재현은 촬영 중이던 드라마 tvN ‘크로스’에서도 하차했고, 2009년부터 맡아왔던 DMZ 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장 자리를 사퇴했다. 또한 교수로 재직 중이던 경성대학교에서도 사직서를 제출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민기 역시 끝없는 폭로로 추악한 성추문의 중심에 섰다. 조민기는 청주대학교 학생들에게 위계를 이용한 성추행, 성희롱을 저지른 사실이 연이어 폭로됐다. 게다가 지난 26일에는 강간미수 의혹까지 불거지며 모두에게 충격을 안겼다. 강간미수 폭로에 대해서는 아직 사실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조민기를 둘러싸고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은 분명히 충격적이다.
최일화는 먼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 후 뒤늦게 폭로가 터져 나온 경우다. 최일화는 지난 26일 공식입장을 통해 “저 또한 배우의 한 사람으로 성추행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시엔 그것이 잘못인지도 몰랐던, 가볍게 생각했던, 저의 무지와 인식을 통렬히 반성한다”며 “모든 걸 내려놓고 앞으로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고 자진 사과했다. 이후 최일화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미투 폭로’가 이어진 상황. 영화 ‘마지막 숙제’(김희찬 감독)에 캐스팅돼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었던 최일화는 영화에서도 하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의혹에 침묵을 지켰던 오달수는 오랜 입장 정리 끝에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지난 26일 JTBC ‘뉴스룸’을 통해 피해자의 인터뷰가 방송되면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앞서 한 포털사이트 댓글을 통해 의혹이 불거졌던 오달수는 묵묵부답을 유지하다 의혹 5일 만에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다. 익명 댓글에서 제기된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뉴스룸’ 인터뷰를 통해 오달수와 연극 ‘쓰레기들’을 함께 작업했고, 성추행 뿐만 아니라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뉴스룸’ 방송 후에도 오달수 측은 여전히 “성추문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오달수는 출연하는 작품마다 천만 관객을 이끈다는 이유로 ‘천만 요정’이라는 이름으로 사랑받았고, 현재 ‘이웃사촌’(이환경 감독),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김지훈 감독), ‘컨트롤’(한장혁 감독), 그리고 여름 개봉을 확정한 ‘신과 함께-인과 연’(김용화 감독)까지 4편의 영화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의혹만으로도 충무로에 던지는 충격파가 크다.
영화계는 현재 이어지고 있는 성추문이 끝이 아니라 시작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OSEN에 “충무로를 이끈 배우들의 연이은 성추문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이러한 병폐가 완전히 뿌리 뽑히길 바란다”고 밝혔다. 과연 영화계를 충격으로 이끌고 있는 영황니들의 성추문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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