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②] 박건형 "공연계 미투 참담..피해자 아픔에 집중할 때"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8.03.17 13: 30

뮤지컬로 데뷔했고, 데뷔 후 매년 뮤지컬에 나서며 누구보다 공연을 사랑하는 배우 박건형. 최근 연예계에 번진 ‘미투 운동’ 사태로 인해 뒤숭숭한 공연계를 보는 그의 마음도 좋을 리 없다. 박건형은 이에 “지금은 좀 더 냉정이 필요할 때”라며 소신을 드러냈다.
최근 JTBC ‘착하게 살자’부터 히스토리 채널 ‘말술클럽’까지 신선한 예능에 연이어 출연한 박건형은 OSEN을 만나 드라마부터 예능 출연, 공연 소감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드라마 출연에 대한 질문에 박건형은 “드라마도 하고 싶다. 하지만 공연을 하다보면 연습 기간, 공연 기간까지 3, 4개월 소요되는데, 요즘 드라마는 갑작스러운 상황들이 많아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2월 공연을 끝낸 뮤지컬 ‘모래시계’에서는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박상원이 연기한 우석 역을 맡아 우직한 검사로 변신했다. 드라마에서 뮤지컬로 22년 만에 재탄생한 ‘모래시계’에 참여한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는 질문에 박건형은 “물론”이라고 답했다. 더불어 그는 ‘모래시계’라는 뮤지컬이 앞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드라마를 뮤지컬로 만들 때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이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이 명대사를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이런 고민을 엄청나게 했다. 특히 24부작 드라마를 180분에 녹여야 한다는 건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보이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에게 익숙한 거대 뮤지컬들은 오랜 기간 동안 다듬어졌고, ‘모래시계’와 같은 이제 막 태어난 창작뮤지컬은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 작품이기 때문에 응원의 시선으로 바라봐 줬으면 한다.”
 2001년 뮤지컬 ‘더 플레이’로 데뷔했고, 2004년 제 10회 한국 뮤지컬대상에서 신인상으로 인생 첫 수상을 했던 박건형. 그에게서 뮤지컬이란 단어는 뗄 수 없는 정체성이었다. 공연을 사랑하고 예능과 드라마를 하는 와중에도 뮤지컬 무대를 떠나지 않았던 그에게 최근 ‘미투 운동’으로 인해 각종 성추문에 휩싸인 공연계의 침체를 언급했다. 박건형은 오랜 시간 생각에 잠겼고, ‘해야할 말은 제대로 해야 한다’는 자신의 신조답게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공연계 뿐 아니라 문화계에 일어난 ‘미투 운동’을 바라보며 참담함을 느끼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이는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그럴수록 이 운동의 본질에 우리가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해자가 위치해 있는 장르가 같이 싸잡혀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는 건 본질에 어긋나는 것 아닐까. 더불어, 피해자들을 응원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박건형은 “나 또한 방관과 응원은 종이 한 장 차이이고, 지금의 분노와 응원이 옳은 방향인가 하는 부분에서 많은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마음속에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이 교차하는 듯 했다. 지금의 상황을 곱씹어보던 박건형은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하지 않을까. 냉정이 필요한 때라고도 생각한다”며 자신의 소신을 전했다.
“이번 사태는 정말 민감한 부분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깊게 많은 생각을 해야 할 때다. 지금은 과열된 비난보다는 피해자의 아픔, 용기에 더욱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최근 분위기가 비난에 더욱 치우쳐져 피해자들의 아픔과 용기가 묻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복잡한 표정의 박건형은 민감할 수 있는 질문에도 고민을 거듭하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애썼다. “우린 참 빨리 달려오기만 했는데, 이런 세상에 ‘말술클럽’을 통해 느림과 머무름이 전달될 수 있다면 좋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 yjh03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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