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고경표가 과도한 몰입으로 미운털이 박힐 뻔했다. 하지만 그를 감싸던 선배가 결과적으로 전체에 민폐를 끼치고 말았다. tvN '크로스'가 참신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씁쓸하게 막을 내렸다.
지난 1월 29일 시작된 '크로스'는 병원과 교도소를 넘나들며 복수심을 키우는 천재 의사 강인규(고경표 분)와 그를 어렸을 때부터 감싸준 휴머니즘 의사 고정훈(조재현 분)의 이야기를 예고했다. 고정훈의 딸 고지인(전소민 분)과 이주혁(진이한 분), 손연희(양진성 분)도 핵심 캐릭터.
첫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고경표는 강인규 캐릭터에 몰입한 나머지 태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를 조재현이 옆에서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진지하고 캐릭터에 몰두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다"고 칭찬하며 무마하기도.

그런데 문제는 고경표가 아니라 조재현이었다. 첫 방송 이후 한 달 정도 큰 문제 없이 흘렀는데 문화 예술계 및 방송계로 번진 미투 운동의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조재현이 지목됐다. 특히 그는 첫 폭로 이후 끊임없이 불거지는 논란으로 잠정은퇴까지 선언했다.

결국 '크로스' 측은 조재현을 버려야 했다. 그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발표하자 제작진은 "극 중 배역의 캐릭터를 고려해 최대한 빠른 시기에 해당 드라마에서 빠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시청자들의 양해를 부탁했다.
'크로스' 자체가 고경표와 조재현의 투톱 체제인 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사안이 중대한 까닭에 제작진으로서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조재현의 하차를 이끌어야했을 터. 이로 인해 조재현이 맡은 고정훈은 병원장 손영식(장광 분)에게 살해되는 스토리로 극에서 빠졌다.
12회부터 하차 수순을 밟은 조재현을 뒤로하고 '크로스'는 냉정하게 마지막까지 달렸다. 시청률 그래프가 크게 요동치치 않을 정도로 시청자들은 의리를 보였고 20일 종영까지 팬들의 격려와 응원은 쏟아졌다.
조재현이라는 변수가 작용하지 않았다면 더 탄탄하게 승승장구했을 '크로스'다. 장기이식센터 병원에서의 장기밀매라는 낯선 장치와 배우들의 호연이 아쉬울 따름. 조재현이 이렇게 뒤통수를 칠지 몰랐기에 두고두고 씁쓸한 작품으로 남게 됐다. /comet568@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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