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이지은의 고난, 역경이었다.
21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연출 김원석, 극본 박해영)'에서 마음을 먹먹하게 한 이지은의 명품 연기가 빛났다.
먼저 이날 동훈(이선균 분)은 사무실 안에 있는 커피 등 비품들을 자신의 옷자락에 숨기며 퇴근하는 지안(이지은 분)을 목격, 하지만 모른 척했다. 지안은 한 번 해본 솜씨가 아닌 양, 자연스럽게 회사를 나섰다.

그 정도로 지안은 사정은 좋지 않았다. 지안은 밤에도 일을 멈추지 않을 정도로 돈이 절실한 아이였다. 밤 늦도록 음식점 설거지를 맡았고, 남은 음식들은 따로 봉지에 싸서 챙기기도 했다. 지안은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와, 불도 켜지 않은 방에서 인스턴트 커피와 챙겨온 남은 음식들로 끼니를 떼웠다.
하지만 방 안에는 지안을 괴롭히는 광일(장기용 분)이 숨어있었다. 광일은 "그래도 먹고는 사나보다? 없는 척하냐"고 시비, 지안은 쳐다도 보지 않고 벌어온 돈을 던졌다. 광일은 "이렇게 찔끔 주면 얼굴 자주보자는 거지?"라고 협박, 지안은 "누가 내 공간에 들어오는거 되게 싫어한다고 말했는데"라고 말하며 무표정을 일관하며 이를 무시하려 애썼다.
지안에겐 아픈 사연이 또 있었다. 말을 하지 못하는 할머니 봉애(손숙 분)의 요양원 비용이 밀려있었던 것.
봉애 역시 손녀에게 피해가 될까, 복지사들에게 가족들과 연락이 안 된다며 거짓말을 쳤다. 지안이 찾아왔음에도 괜찮으니 빨리 돌아가라며 손짓으로 말했고, 지안은 결국 밤늦게 다시 나타나 할머니가 누워있는 침대 채 끌고와 요양원에서 도주했다. 할머니가 추울까 목도리며 이불로 꽁꽁 싸맨 상태로 바깥으로 나온 지안, 하지만 갈 곳 없는 지안은 지나가는 버스만 계속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이때 지안은 친구 기범(안승균 분)에게 SOS, 하지만 게임 중독자인 그는 "게임하다 중간에 끊긴다"며 귀찮아했다. 그럼에도 일을 나설 수 밖에 없는 지안은 안전한 기범 집에 할머니를 눕히며 "저 친구가 올거다, 누가 와도 문 열어주지 마라"며 불안한 마음으로 이를 단속했다.
역시나 지안 집에는 광일이 드나들었다. 문을 담궈도 몰래 이를 따고 들어오려는 순간, 지안과 마주쳤다. 지안은 "내 공간에 들어오는거 싫어한다고 말하지 않았냐"고 목소리에 힘을 줘 말했다. 하지만 광일은 그런 지안을 노려보면서 급기야 폭력을 가했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지안을 마구 패던 광일은 "네 인생은 종쳤다, 넌 평생 내 돈 못 갚을 거고 평생 나한테 시달리면서 이자만 갚다 살거다"면서 "질질 짜면서 죽여달라고 빌어봐라, 내가 죽여주마"며 협박, 지안은 빚도 모자라 폭력에도 시달리며 힘겨운 나날들을 살아갔다.
사실 지안이 필사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은 이유가 있었다. 바로 방에 홀로 누워있는 할머니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흘린 피를 담담히 닦으며 또 다시 인스턴트 커피를 타마시는 지안의 뒷모습은 많이 지쳐있었다.
다음날 상처때문에 선글라스를 켜고 출근한 지안, 동훈은 그런 지안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꾸만 신경쓰이는 지안이었다. 이때, 동훈은 누군가로부터 뒷돈을 받게 됐다. 마침 돈이 궁했던 동훈은 조용히 이를 챙겼고, 선글라스를 껴고 있던 지안이 이를 목격, 동훈은 행여나 들켰을까 불안해했다.
모두 퇴근한 후에도 이를 의식한 듯 자리에 남아있던 동훈에게 지안은 "밥좀 사달라, 배고픈데 밥 좀 사주세요"라며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어두운 공간에서도 선글라스를 껴고 있는 지안을 본 동훈은 데이트 폭력이라 오해, 이어 겨울에도 양말을 신지 못한 지안의 발에 눈길이 갔다. 안쓰러운 듯 계속 신경쓰이던 지안, 그런 지안은 동훈에게 술자리까지 제안했다.
특히 "오늘 그냥 집에 들어가셔라"는 묘한 말을 남긴 지안, 알고보니 이는 모두 동훈의 뒷돈에 눈독들인 지안이 유인한 것이었다. 지안은 회사내 청소부 아저씨와 작전을 펼쳐, 일부러 회사내 전기를 모두 끊었고, 자신이 목격했던 동훈의 뒷돈을 서랍에서 훔쳐 달아났다.
거친 폭력을 당해도 항시 무표정을 일관하며 세상에 관심이 없는 듯한 지안이 달라진 순간이었다. 지안은 "
뇌물이라 신고도 못하는데 누가 먹든 무슨 상관이냐"면서 뒷돈에 욕심을 부린 것. 이는 비극적인 자신의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작은 몸부림이었다.
의지할 곳 없이 홀로 고난과 역경에 부딪혀 살아가야하는 지안의 안쓰러운 모습은, 바라보기만 해도 눈물이 날 정도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이는 완벽히 지안에 몰입해 빛나는 연기를 보여준 이지은이기에 가능했다. 동훈 앞에선 무서울 정도로 시크하면서도 차가운 모습을, 광일에게선 두려움을 감추려 일부러 거세게 날을 선 모습을, 하나 뿐인 가족인 할머니 봉애 앞에선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 어려운 역경을 홀로 이겨내려는 단단한 모습을 보였다. 다양한 눈빛과 대사전달로 이 모든걸 아우르는 이지은의 새로운 연기 변신, 앞으로 '나의 아저씨'에서 보여줄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해본다. /ssu0818@osen.co.kr
[사진 '나의 아저씨' 방송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