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던 전망이 급격하게 돌변했다. 이제는 “개막 로스터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오타니 쇼헤이(24·LA 에인절스)가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21일(한국시간) “30개 구단의 어려운 선택”이라는 제목의 컬럼에서 오타니 문제를 다뤘다. MLB.com은 개막을 앞둔 에인절스의 최대 고민이 오타니라고 짚으면서 “어리석게 보이지만, 어려운 결정”이라고 표현했다. 오타니의 ‘선택’을 받기 위해 고민했던 에인절스가, 석 달도 지나지 않아 오타니의 상태에 또 고민하고 있는 현실을 풍자한 표현이다.
언론과 구단의 공방전까지 가열이다. USA투데이는 22일 구단 관계자의 말을 인용, "에인절스가 오타니를 개막 로스터에 포함시킬 것이다. 개막전에 지명타자로 출전하고, 개막 3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빌리 에플러 단장은 곧바로 "그 기사는 틀렸다. 우리는 지금 시점에서 오타니에 대한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확정적인 것 같았던 개막전 25인 로스터 진입 여부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시범경기 성적이 워낙 좋지 않아서다. 투·타 겸업 도전으로 큰 화제를 모았으나 투수로서도, 타자로서도 어느 하나 잘 풀리는 게 없다. 다른 선수라면 일찌감치 마이너리그 캠프로 떨어지거나 방출됐어도 할 말이 없는 숫자다. 워낙 큰 관심을 받은 선수라 그만큼 비난도 두 배다.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커서 좋을 것은 없다.
마이크 소시아 에인절스 감독은 “오타니가 계속 나아지고 있다”며 두둔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의 성적을 놓고 보면 긍정적인 대목이 없다. 마운드에서는 계속 난타를 당하고 있고, 타석에서는 수준 높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지 못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장 개막이 열흘도 남지 않아 시간적 여유도 없다. 슬럼프가 시즌 초반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빌리 에플러 단장은 말을 아끼고 있다. 에플러 단장은 지난 주 “오타니가 개막 로스터에 들어간다고 확답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판단하기 너무 이른 시점이다. 사람들의 호기심은 인정하지만 때때로 결론에 도달하는 순간까지 상황이 더 개선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둬야 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타니를 마이너리그로 내리면 몇몇 이득도 있다. 일단 선수의 확실한 미국 적응을 도울 수 있다. 오타니는 1~2년을 쓰고 버릴 선수가 아니다. 팀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것이 더 도움이 된다. 에플러 단장도 “오타니는 엘리트 레벨의 유망주지만 완성된 선수는 아니다. 23살에 완성이 되기는 쉽지 않다”면서 “트리플A를 압도했던 유망주를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리는 것은 다른 구단에서도 있는 일”이라고 가능성을 열었다.
여기에 오타니가 마이너리그 레벨에서 시즌을 시작, 개막 첫 15일 이상을 머물 경우 자유계약선수(FA) 취득을 1년 미룰 수 있는 무시할 수 없는 이득도 있다. 2015년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도 그런 절차를 밟았다. 적응을 시키는 동시에 FA 취득도 1년 미루는, 즉 구단으로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이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오타니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팀의 에이스 및 중심타자로서의 잠재력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제는 로스터 한 자리에 들어갈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더 급하다. 오타니는 오는 23일 불펜피칭을 한 뒤, 25일 선발 출격할 예정이다. 타자로는 27일 LA 다저스와의 시범경기부터 다시 라인업에 들어갈 전망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