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성공은 노력과 기회가 좋은 타이밍에 만날 때 이뤄진다. 롯데 영건 윤성빈(19)이 성공의 전제조건 중 하나인 기회를 얻는다. 이제 노력의 산물인 준비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남았다.
롯데는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릴 SK와의 경기에 윤성빈을 선발로 예고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당초 이날 선발로 우완 에이스 박세웅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박세웅이 캠프 기간 중 팔꿈치에 미세한 통증을 호소했고, 끝내 개막에 대기하지 못함에 따라 구상을 바꿨다. 여러 후보들이 있었지만 윤성빈이 기회를 얻었다.
재능은 확실한 선수다. 엄청난 하드웨어를 갖췄다. 고교 시절 아마추어 무대를 평정했다. 메이저리그(MLB) 구단들도 관심을 보였을 정도다. 예상대로 롯데의 2017년 1차 지명을 받았다. 계약금만 4억5000만 원이었다. 모처럼 나온 대형투수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몸이 상해 있는 상태였다. 롯데는 당장보다는 미래를 봤다. 지난해 1년은 재활에 매진했다. 25일이 1군 데뷔전이다.

당초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봤다. 굳이 무리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었다. 불펜이 아닌, 확실한 선발자원으로 봤기에 2군으로 내리더라도 선발로 쓴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오키나와 연습경기, 그리고 시범경기를 통해 확실한 가능성을 봤다. 그렇게 예상보다 빨리 1군 선발 데뷔전을 가진다. 사실 박세웅의 부상이 아니면 없었을지도 모를 등판이었다. 예상외의 변수에 일찍 기회를 얻은 셈이다.
조원우 감독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많은 프로야구에서 기회를 잡는 것은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실제 대다수의 포지션을 기존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예 선수들은 적당한 운도 반드시 필요하다. 박세웅의 부상은 불운이지만, 윤성빈으로서는 한 번의 행운이 온 셈이다. 대개 이 정도 재능을 갖춘 선수들은 한 번의 성공이 큰 발판을 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는 꽤 오랜 기간 헤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범경기를 통해 구위는 기대감을 모았다. 최고 시속 150㎞에 이르는 빠른 공을 앞세운 구위, 그리고 포크볼은 확실히 매력이 넘친다. 그것을 염두에 두고 선발 등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키나와에서 가진 SK와의 연습경기 당시에도 위력투를 뽐냈다. 조 감독도 “구위 자체는 워낙 좋다. 경기를 계속 뛰면서 만들어질 수도 있는 선수라고 본다”며 은근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SK 선발은 김광현이다. 팔꿈치 수술 후 1년간 재활을 했지만, 복귀 후 쾌조의 컨디션을 뽐냈다. 구력이나 경력은 물론 전체적인 완성도를 놓고 봐도 윤성빈과 큰 차이가 난다. 윤성빈이 김광현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할 것이라 예상하는 이는 별로 없다. 그래서 오히려 홀가분하게 던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밑져야 본전이다. 되레 압박을 받는 쪽은 SK다. 크게 될 선수는 이런 첫 걸음부터 남다른 싹을 드러내기도 한다. 윤성빈이 슈퍼스타의 자질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