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밀 로저스(33)과 박병호(32)가 개막전부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넥센은 24일 고척돔에서 열린 ‘2018시즌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화와 개막전서 박병호의 멀티안타와 로저스의 호투 등을 내세워 6-3으로 이겼다. 넥센은 2016년부터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한 후 3년 만에 처음으로 개막전 승리를 따냈다.
▲ 명상으로 평정심 찾은 로저스

비시즌 넥센의 가장 큰 전력보강 포인트는 로저스와 박병호였다. 지난 시즌 넥센은 110만 달러를 주고 1선발감으로 영입한 션 오설리반이 단 3경기 만에 퇴출당하면서 크게 흔들렸다. 공격에서는 결정적 순간 한 방을 쳐줄 대형타자가 없었다. 공수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없었던 셈이다.
로저스와 박병호는 넥센의 문제점을 단번에 해결해줄 카드였다. 장정석 감독은 미국전지훈련을 다녀온 뒤 “역시 로저스다. 마운드에서 무게감이 달랐다. 박병호도 팀에 젖어들었다.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을 잘 챙기고, 외국선수들까지 잘 다룬다. 두 선수가 넥센 투타의 기둥”이라 치켜세웠다.
개막전서 두 선수의 위력은 유감없이 드러났다. 로저스는 2회까지 2실점하며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 선수들에게 줄줄이 안타를 맞아 ‘간파당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직구는 최고 150km로 힘이 있었지만, 커브볼이 타자들을 제대로 현혹하지 못하고 많이 맞았다.
평소에 흥이 넘치는 로저스다. 장정석 감독에게도 “헤이”라고 할 정도로 유쾌하다. 이랬던 로저스가 평정심을 되찾은 비결은 다름 아닌 ‘명상’이었다. 3회부터 달라진 투구내용을 보인 로저스는 6⅔이닝 9피안타 1볼넷 6삼진 3실점 2자책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경기 후 로저스는 “2회가 끝나고 라커룸에서 명상을 했다. 그랬더니 좋은 피칭이 나왔다”면서 웃었다. 7회 투수코치가 올라와 강판을 명할 때도 반항하지 않고 곧바로 수긍했다. 로저스는 “투수코치에게 내가 끝내고 싶다고 했지만 팀에서 정해진 투구수가 있기에 수긍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고 밝혔다.

▲ 존재만으로 힘이 된 박병호
박병호 효과도 컸다. 박병호가 뒤에 있다는 것만으로 서건창, 초이스, 김태완이 효과를 봤다. 박병호 앞에 주자를 모아두면 한 방에 대량실점을 할 수 있다. 투수들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앞의 선수들과 정면승부를 피할 수 없었다. 박병호 뒤의 김하성, 고종욱, 이정후, 박동원도 마찬가지였다. 박병호가 살아나갈 확률이 높으니 주자를 앞에 두고 유리한 상황에서 타석에 섰다.
박병호는 2회 첫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4회부터 만루상황에서 첫 안타를 신고했다. 박병호가 3루 강습타구를 치고 전력질주하자 3루수 오선진의 송구실책도 나왔다. 그만큼 박병호는 투수는 물론 야수들에게도 엄청난 부담을 주는 대형타자였다.
경기 후 박병호는 “박병호 효과는 잘 모르겠다. 그냥 김태완이 잘 쳤다”면서 겸손한 대답을 했다. 하지만 김태완은 “박병호 효과가 확실히 있었다. 뒤에 워낙 잘 치는 선수들이 많으니까 투수들이 부담을 갖고 나랑 승부하는 것 같다”면서 증언했다.
개막전부터 로저스와 박병호는 넥센 투타의 기둥역할에 충실했다. 앞으로 두 선수가 건강하게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는 것만 남았다. 로저스는 “앞으로 매 경기서 100구-8이닝을 던질 수 있다”면서 자신감을 뿜었다. 박병호는 “개막전부터 감이 좋다. 감독님이 원하는 (홈런)숫자가 있지만 매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차분하게 시즌을 맞았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고척=박준형 기자 soul101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