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 ‘145㎞→152㎞’ 호투 김광현, 재활 아닌 개조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3.25 16: 51

“김광현이 수술대에 오른 것을 본 사람이 없다. 수술을 했다는 자체를 의심해야 한다”, “재활을 하러 보냈더니 개조가 돼 돌아왔다”
SK 동료들은 팔꿈치 수술 후 돌아온 김광현(30·SK)을 두고 농담을 던졌다. 그만큼 동료들도 김광현의 엄청난 회복세에 놀랐다는 의미다. 그런 김광현이 동료들의 농담이 우스갯소리가 아님을 증명했다. 완벽한 복귀전으로 올 시즌 기대감을 키웠다.
김광현은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78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감격의 승리를 따냈다. 김광현의 승리는 2016년 9월 30일 잠실 LG전 이후 처음이다. 선발승으로 따지면 2016년 9월 4일 마산 NC전 이후 567일 만이다.

그렇다면 수술 전 김광현과 수술 후 김광현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김광현의 1군 마지막 등판은 2016년 10월 8일 인천 삼성전(2이닝 3실점) 이후 533일 만이었다. 선발로 따지면 2016년 9월 16일 인천 삼성전(5이닝 4실점) 이후 555일 만이었다. 당시는 이미 김광현의 팔꿈치 인대 상태가 상당 부분 손상된 상태였다. 때문에 김용희 전 감독은 김광현을 선발 로테이션에서 빼는 대신, 시즌 마지막 3경기는 불펜에서 활용했다.
당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한 김광현은 SK와 4년 총액 85억 원에 계약한 뒤 곧바로 수술대에 올랐다. 재활로도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만, 남은 선수 생활을 고려하면 한 번 쉬어가는 것이 맞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김광현은 2017년 1월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고 그 후 2017년 전체를 재활에 매진했다.
2016년 9월 16일 삼성전 당시 김광현은 1회 첫 타자인 박해민을 상대로 138㎞ 패스트볼을 던졌다. 1회 최고 구속은 144㎞였다. 슬라이더는 최고 130㎞에 그쳤다. 구속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2회 최고 구속은 145㎞였고 슬라이더도 130㎞대 초반에 머물렀다. 그 후로는 구속이 뚜렷하게 떨어졌다. 3~5회에는 패스트볼 구속이 140㎞를 간신히 넘겼다. 자연히 슬라이더 구속도 120㎞대로 추락했다.
강속구 투수가 강속구를 잃어버리니 타자들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른 변화구도 쉽게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김광현은 이날 5이닝 동안 4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구속이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김광현의 팔꿈치는 그 당시부터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었던 셈이다. 결국 김광현은 이날 등판 후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졌다. 5이닝 이상을 꾸준하게 버틸 수 있는 팔꿈치 상태가 아니었다.
1년의 피나는 재활을 했다. 그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복귀전이었다. 일단 구속이 많이 올랐다. 이날 김광현은 최고 152㎞의 포심패스트볼을 던졌다. 평균도 148㎞에 이르렀다. 팔꿈치가 아팠을 때보다 6~7㎞ 가량이 오른 수치다. 슬라이더도 위력을 되찾았다. 이날 슬라이더 최고 구속은 무려 145㎞였다. 자신감이 붙은 슬라이더는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를 완벽하게 침묵시켰다.
1회 2사 1루 상황에서 이대호와의 승부는 상징적이었다. 자신감을 되찾은 김광현은 초구 152㎞짜리 빠른 공으로 이대호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2구도 150㎞ 패스트볼, 3구는 151㎞짜리 패스트볼로 1B-2S의 유리한 카운트를 잡았다. 2011년 이후 처음으로 김광현을 만난 이대호도 미소를 지었다. 쉽지 않다는 의미로 읽혔다. 결국 144㎞ 슬라이더가 한가운데를 파고들어 이대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했다.
김광현은 꾸준히 구속을 유지했다. 4회 이후 150㎞ 이상을 던지지는 못했으나 대부분의 패스트볼이 140㎞ 후반대, 슬라이더는 130㎞ 중·후반대를 유지했다. 적어도 80개 정도의 투구수까지는 위력을 이어갈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앞으로 투구수를 끌어올리고, 또 그 과정에서 통증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기는 하지만 분명 인상적인 복귀전이었다. 시작이 이 정도면, 완벽히 달릴 수 있는 내년에는 더 어마어마한 공을 기대할 만하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