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곽도원에 협박”..현실이 된 ‘미투 운동’ 변질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8.03.26 06: 51

결국엔 현실이 됐다.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시작됐을 때 사회적 자정작용을 기대했다. 이와 함께 변질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성윤리에 대한 의식 변화를 좀 더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결국엔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지난달 한 네티즌의 허위 폭로글로 미투 운동의 희생양이 됐던 배우 곽도원이 연희단거리패 후배들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협박까지 받았다는 것.
곽도원의 소속사 오름엔터테인먼트의 임사라 대표는 지난 24일 자신의 SNS에 연희단거리패 후배들(이윤택 고소인단 중 4명)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임 대표는 “그제 곽 배우가 연희단거리패 후배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힘들다,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분들 입에서 나온 말들은 참 당혹스러웠다. ‘곽도원이 연희단 출신 중에 제일 잘 나가지 않느냐, 다 같이 살아야지, 우리가 살려줄게’라고 했다”며 “후배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배우의 마음을 알기에, 저는 이 자리에 있는 4명의 피해자뿐만 아니라 17명 피해자 전체를 도울 수 있는 스토리 펀딩을 제안했고, 스토리 펀딩이 부담스러우면 변호인단에 후원금을 전달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후배들은 ‘우리가 돈이 없어서 그런 줄 아느냐’고 화를 냈다”고 했다.
그런데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의 요구는 황당했다. 임 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곽도원에게 ‘피해자 17명 중에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건 우리 넷뿐이니 우리한테만 돈을 주면 된다’며 계좌번호를 알려줬다는 것이었다. 거기다 이들 배우는 곽도원에게 ‘너도 우리 한 마디면 끝나’라고 협박성 발언을 하기까지 했다.
임 대표는 “오늘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가 왔다. 불쾌했다, 사과해라, 뿐만 아니라 ‘너도 우리 한 마디면 끝나’ 식의 형법상 공갈죄에 해당할법한 협박성 발언들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런 협박은 먹힐 리가 없다. 뭔가 걸리는 일이 있었다면, 여기에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그들 말대로 돈으로 입부터 막아야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곽도원은 이미 앞서 한 네티즌의 성희롱 주장글로 논란에 휩싸였고 곧바로 “사실무근”이라고 하면서 논란이 종결되긴 했으나 논란 자체로 이미 상처를 받고 피해를 입었다.
분명히 곽도원은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스토리 펀딩을 제안했지만 곽도원의 후배들이 이를 거절하고 자신들이 피해자 중 적극적으로 활동한다는 이유로 돈을 받으려고 하고 곽도원을 협박까지 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피해자들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꼴이다.
‘미투 운동’은 분명 성폭행, 성추행 피해자들을 위한 운동이고 나아가 이를 예방하기 위한 운동인데 어느 순간 변질돼버렸다. 허위 ‘미투’ 폭로가 나왔고 이로 인해 곽도원이 피해를 입었고 거기다 협박까지 당해 함께 연극을 했던 후배들에게 상처를 받기까지, 이미 변질돼버린 ‘미투 운동’이 안타까울 뿐이다. /kangs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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