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있을 것이다." 두산 베어스의 지미 파레디스(30)가 정규시즌 활약을 약속했다.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닉 에반스에서 지미 파레디스로 외국인 타자를 교체했다. 에반스가 2년 간 3할-20홈런을 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수비 활용도가 떨어졌고, 몸 상태까지 완전하지 않아 두산도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새롭게 영입한 파레디스는 양타자에 내·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또한 미국 메이저리그는 물론 일본 무대 경험이 있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문제가 없다는 것도 가산 요인이었다.

그러나 파레디스의 시작은 썩 좋지 않았다. 스프링캠프에서 수비와 타격 모두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파레디스는 시범경기에서도 타율 1할8푼2리 9삼진을 기록하며 우려를 샀다. 그러 김태형 감독은 개막을 앞두고 "에반스가 KBO리그에 처음왔을 때 초반 부진했던 모습보다는 낫다"라며 파레디스의 반등을 기다렸다.
에반스는 지난 2016년 KBO리그 첫 입성 당시 4월 18경기에서 타율 1할6푼4리로 부진한 뒤 2군에 내려갔고, 다시 1군에 복귀해서는 맹타를 휘두르며 그해 타율 3할8리 24홈런, 이듬해 타율 2할9푼6리 27홈런으로 활약했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맞이한 개막전 2경기. 파레디스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개막전에서 잘 맞은 타구는 아웃이 됐지만, 중견수와 2루수-유격수 사이에 절묘하게 떨어진 타구로 첫 안타를 뽑아냈다. 그리고 25일 두 번째 경기 첫 타석에서 홈런을 뽑아냈다. 아델만이 3구 째 던진 체인지업이 다소 밋밋하게 가운데로 몰렸고, 이를 노렸던 파레디스는 정확하게 타격해 우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0m. 파레디스의 '한 방' 능력을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파레디스의 홈런으로 1-4에서 2-4로 된 두산은 3회 두 점, 7회 1점을 추가로 내며 역전에 성공했고, 개막전 패배를 설욕했다.
경기를 마치고 파레디스는 한결 더 홀가분해진 모습으로 "행복하고 이렇게 홈런이 빨리 나올 줄을 몰랐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파레디스는 스프링캠프 당시 자신의 약점이 변화구 대처 능력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인정하며 "그만큼 공을 더 보고 연습해서 극복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비록 실투였지만, 변화구를 받아쳐 홈런을 만들어낸 만큼 의미가 있었다.
파레디스는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별로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했고 그 과정을 통해서 내가 무엇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며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연습하면서 좋은 타구가 나옸다. 오늘 홈런도 그 결과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정규시즌이 중요한 만큼, 시즌 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내가 한국에 온 이유가 있다. 최선을 다하고 팬들을 즐겁게 해줄 자신이 있다. 더 나아가 기록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