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고민을 안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가 우려 속에서 일단 개막 첫 2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결과는 2연패. 이 과정에서 선발 포수로 나선 나원탁(24)은 정신없이 좌충우돌 하면서 첫 2경기를 치렀다.
롯데는 지난 24~25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개막 시리즈에서 2연패를 당했다.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기대되는 점도 있었기에 개막 시리즈 2연패가 그리 마음에 드는 결과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롯데가 얻은 소득도 간과할 수 없다. 바로 개막시리즈라는 부담감 속에서도 선발 포수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치른 나원탁의 경험이다.

강민호(삼성) 이탈 이후 포수 고민을 해소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맞이한 롯데였다. 최종적인 엔트리 고민도 심사숙고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일단 개막 엔트리에는 나원탁과 나종덕의 20대 초반의 젊은 포수들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개막 시리즈에서 나원탁이 모두 선발로 출장했다.
만원 관중 앞에서 치르는 개막전이라는 무게, 그리고 강민호의 보상 선수로 이적하면서 그에게 따라붙은 꼬리표 등 나원탁에게는 막중한 부담감 속에서 치르는 경기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24일 첫 경기 1회는 험난하고도 길었다. 선발 펠릭스 듀브론트의 제구 난조를 다잡는데 온 신경을 쏟아야 했다. 그리고 폭투도 나오며 실점을 허용하기도 했다. 특히 1회 무사 1루에서 SK 정진기의 도루 때 던진 송구가 듀브론트를 맞히는 등 여러모로 불안한 장면들을 연출하기도 했다. 포구와 블로킹 등 정신없이 공을 쫓아다니기 급급했다.
우려가 현실이 되려는 찰나, 하지만 나원탁은 이내 정신을 가다듬기 시작했고 이후 블로킹과 포구에서 큰 실수 없이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1회의 실수들이 뇌리에 깊게 남은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낼 포수의 첫 경기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이튿날인 25일에서 선발로 신임을 받았고 팀이 패하긴 했지만 선발 윤성빈과 호흡을 맞추면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조원우 감독은 일찌감치 포수진에 대한 시행착오를 각오한 상황이었다. 젊은 포수들이 성장하고 자신들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참을 인(忍)’을 수 없이 마음속에 새기면서 경기를 지켜보려는 심산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배터리 코치가 벤치에서 사인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경기를 풀어가게끔 하고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 웬만하면 벤치의 사인도 자제할 생각이다. 실전 경험, 그리고 스스로 부딪히고 깨지며 두드려 맞는 것만큼 좋은 교보재는 없다는 것이다.
현재 조원우 감독은 나원탁을 선발 포수로 어느 정도 낙점 짓고 상황에 따라 나종덕을 경기에 투입하는 것으로 시즌 초반 포수진 운영의 틀을 잡은 모양새다. 나원탁은 첫 2경기 동안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막중한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다. 시행착오로 보여지는 상황도 분명 있었지만 이 부분은 모두가 감안했던 것이다. 나원탁도 이런 시행착오에 개의치 않고 좀 더 단단해지고 강인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롯데의 포수 고민도 그리 길어지지 않을 수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