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분명 성폭력 예방과 근절, 성폭력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것인데 요즘 변질돼가고 있는 모습이 아쉽기만 하다.
고(故) 배우 조민기를 시작으로 시작된 연예계 ‘미투 운동’. 여성에게 성추행, 성폭행을 가한 남자 연예인들의 과거 폭로가 쏟아졌고 이를 계기로 여성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의 전환을 기대했다.
피해자들이 더 이상 숨지 않고 나섰고 실제로 인식의 변화가 있었다. ‘미투 운동’으로 긍정적인 사회적 자정 작용이 이뤄지는 듯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변질되기 시작했다.

익명의 SNS 댓글과 커뮤니티 글을 통한 폭로는 정확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아 가해자가 무고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와는 달리 허위 성희롱 주장글로 피해를 봤던 곽도원이 그가 속했었던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피해자들에게 협박을 받았다는 주장과 이를 반박하는 양측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곽도원은 지난달 25일 한 네티즌의 성희롱 주장글로 논란에 휩싸였는데 곧바로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성희롱 주장글이 삭제되면서 설득력을 잃었고 논란이 종결됐다.
그런데 곽도원의 소속사 오름엔터테인먼트의 임사라 대표는 지난 24일 자신의 SNS에 연희단거리패 후배들(이윤택 고소인단 중 4명)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곽도원과 임 대표가 연희단거리패 후배들을 만났는데 임 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곽도원에게 ‘피해자 17명 중에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건 우리 넷뿐이니 우리한테만 돈을 주면 된다’며 계좌번호를 알려줬다는 것이었다. 거기다 이들 배우는 곽도원에게 ‘너도 우리 한 마디면 끝나’라고 협박성 발언을 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향한 실망감이 이어진 가운데 이윤택 피해자 중 한 명인 음악극단 콩나물 대표이자 연출가인 이재령이 26일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이재령은 임 대표의 주장에 모두 반박했다.
이어 임 대표는 자신의 SNS에 “이윤택 피해자 중 일부가 불순한 의도로 곽도원 배우에게 돈을 요구했다 하더라도 이윤택 씨가 과거에 저지른 일이 사라지거나 사실관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오늘 이윤택 고소인 변호인단에게 4명 명단과 녹취파일, 문자 내역을 전달할 예정이다. 4명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나머지 13명의 피해자들의 진실성이 훼손된다고 판단해 그들을 고소인단에서 제외할지, 아니면 그들을 안고 갈지는 101명의 공동변호인단이 깊은 고민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 대표와 이재령 양측의 입장은 대립하고 있다. 협박을 했다는 주장과 협박을 안했다는 주장, 그리고 녹취파일까지 있다는 주장까지. 어느 순간 ‘미투 운동’의 본질은 사라졌다. 성폭력 예방과 근절, 관련 피해자들을 위해 시작된 ‘미투 운동’. 기대와 달리 변질된 지금의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kangs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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