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타석, 초구, 기습번트 안타.
한화 제라드 호잉(29)의 KBO리그 데뷔 첫 타석은 쉽게 볼 수 없는 진귀한 장면이었다. 시즌 개막전이었던 지난 24일 고척 넥센전, 2회 첫 타석부터 초구에 기습 번트로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아직 호잉을 잘 모르는 상대팀과 팬들에겐 놀라운 순간이었지만 호잉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았다.
호잉은 "이닝 선두타자였고, 상대 수비 위치가 3루를 비워 놓아 번트를 했다. 미국에서도 내게 수비 시프트가 자주 있었고, 기습 번트를 가끔씩 시도했다. 상대가 시프트를 해도 압박을 느끼지 않는다. 이를 평소 번트 연습을 많이 한다"고 여유 있는 미소를 지었다.

그보다 더 인상적인 건 다음 플레이였다. 기습 번트로 살아나가며 이어진 무사 1·3루 찬스. 3루 주자 호잉은 적극적인 스킵 동작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상대 투수 에스밀 로저스를 괴롭혔다. 여차하면 홈 스틸이라도 할 듯했다. 신경이 곤두선 로저스는 연속 1루 견제구를 던지다 악송구를 범했고, 그 사이 호잉이 홈에 들어와 득점을 올렸다.
호잉은 "로저스 투구 영상을 보며 생각한 플레이였다. 투구 폼이 느린 편이라 3루에 가면 압박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미국에서 홈 스틸을 해본 적은 없다. 한국에서 아마 한 번은 홈 스틸을 시도해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주자로서 상대를 압박할 수 있다. 머리가 영리한 선수라 여러 가지로 호잉 효과가 크다"고 반색했다.

그린라이트를 부여받은 호잉은 개막 2연전에서 도루도 벌써 2개나 했다. 모두 여유 있는 세이프 타이밍. 그는 "전형도 작전코치가 스마트하게 주루 플레이할 것을 주문했다. 상황에 맞는 도루를 할 것이다"며 "도루왕이나 그런 숫자보다는 내 능력을 살려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적극적인 도루를 할 준비도 마쳤다. 개막전에는 맨손이었지만 두 번째 경기부터 주루 장갑을 끼고 도루했다. 고동진 주루코치의 제안이다. 호잉은 "미국에선 주루시 장갑을 끼지 않고 맨손으로 했다. 막상 장갑을 껴보니 불편함이 없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할 때 손가락 보호에 도움 될 것이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한용덕 감독은 "호잉이 평소 연습할 때는 순한 양인데 경기에 들어가면 갑자기 맹수가 된다. 파이터 기질이 있다. 보고 있으면 멋있다. 호잉의 그런 에너지가 다른 선수들에게도 파급 효과를 미친다"고 말했다. 호잉은 "야구 하는 게 너무 즐겁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에너지가 나온다"며 멋쩍음 웃음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호잉은 "서울 개막 2연전에서 이글스 팬들이 생각보다 많이 찾아와 응원해준 것을 보고 놀랐다. 빨리 홈 개막전에서 더 많은 우리 팬들을 만나보고 싶다"며 오는 30일부터 시작될 대전 개막 시리즈를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