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검지 손가락을 빼고 글러브를 낄까."
지금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은 맡고 있는 김응용 회장이 한화 감독 시절이었다. 그는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훈련하고 있는 선수들을 보다가 갑자기 "요즘 선수들은 글러브를 낄 때 손가락 하나를 빼고 끼더라.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봐도 그렇지 않던데"라고 불만스럽게 말했다.
오른손잡이 내야수들이 대체로 왼손에 글러브를 낄 때 검지(두 번째 손가락)는 바깥으로 빼는 것을 보고 한 말이었다. 흐릿한 기억 속에 김 회장은 '수비의 기본이 아니다'는 말도 했던 것 같다.

LG 사령탑을 맡은 류중일 감독은 현역 시절 명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한국 야구의 유격수 계보에 한 획을 그었다. 류 감독도 시범경기 도중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요즘 내야수들은 전부 검지를 글러브 밖으로 빼더라. 내가 선수 시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모든 손가락을 글러브에 넣었다. 땅볼 타구는 검지로 잡았다. 글러브의 검지 부분을 타구에 갖다 대서 잡았다." 그러다 보니 강한 타구를 잡을 때 검지가 아팠다. 그는 "아프긴 한데, 아파도 참고 했고, 익숙해지면 괜찮다. 검지 감각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류 감독은 "검지를 글러브 밖으로 빼면 주자가 도루할 때 부상 위험도 있다. 2루 베이스커버를 하다가 주자의 스파이크에 글러브 밖으로 내민 손가락이 부딪혀 다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 10월 LG 사령탑으로 부임하자마자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마무리 훈련을 지휘했다. 선수 개개인을 유심히 지켜봤고, 오지환의 수비도 눈 여겨봤다. 당시 이천에서 만난 류 감독은 오지환에 대해 "어깨는 아주 좋다. 그런데 어려운 타구는 잘 잡고서 쉬운 타구를 실수한다. 글러브질이 서툰 것 같다"고 평가했다.
요즘 선수들인 오지환도 검지를 글러브 밖으로 뺀다. 류 감독은 "오지환이는 검지가 아닌 약지(네 번째 손가락)로 타구를 잡는다고 하더라. 그러면 볼이 빠지기 쉽다"고 글러브 안에서 공을 잡는 위치를 강조했다.
LG는 NC와 개막 2연전에서 모두 패했다. 25일 경기에선 오지환이 0-1로 뒤진 5회 포구 실책 2개를 저질렀다. 첫 번째는 강한 타구였지만, 두 번째 실책은 '쉬운 타구'를 다리 사이로 알을 깠다. 오지환의 결정적인 실책 2개로 LG는 그 이닝에서 5점을 허용하며 승부가 결정됐다.
류 감독은 "내야수는 글러브에 공이 자석처럼 딱 붙는 것처럼 잡아야 한다. 지환이도 그렇고 다른 내야수들도 공이 글러브 안에서 노는 느낌이 있다"며 "당장 고치기는 어렵다. 공을 잡을 때 각도를 조심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검지를 빼고 끼었는데, 갑자기 글러브 안에 넣고 수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백승현, 강승호, 장준원, 박지규는 스프링캠프에서 수시로 류 감독의 잔소리를 들었다. 오지환은 마무리훈련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하면서 더 배울 시간이 없었다.
캠프에 참가하지 못해 실전 감각이나 군대 연기로 인한 심리적인 부담을 이야기하지만, 오지환의 실책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유격수로 뛰고 있으면서 수비 문제점은 안고 있다. 2년차 때 실책 27개를 기록하기도 했고, 2012~2014년에는 3년 연속 20개 이상 실책을 했다. 최근 3년간 15개(138경기), 17개(121경기), 11개(107경기)로 조금은 줄었으나 경기 승패를 가르는 '클러치 실책'은 한 시즌에 서너개는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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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오지환의 수비 장점도 있다. 외야 타구 때 유격수와 2루수는 커트 플레이를 한다. 어깨가 좋으면 홈 중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류 감독은 "선수 시절에 2루수가 처리할 커트 플레이를 내가 하기도 했다. 오지환이도 어깨가 좋아 가능은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