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원은 미투 운동의 희생양일까 아니면 이중가면일까. 미투 가해자도 아닌 곽도원이 묘한 논쟁에 휘말렸다. 구속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미투 피해자들로부터 금품 요구를 당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다. 그럼에도 곽도원 측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투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고소 고발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꽃뱀 또는 협박범으로 몰린 피해자 측은 "당치않다. 증거를 대라"고 발끈했다. 양 쪽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의문점이 부각되고 있다. 엇갈리는 시선 속 미스테리가 4개다.
#1. 왜 이윤택의 피해자들이 곽도원에게 돈을 요구했나
-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이윤택과 곽도원의 인연은 연희단거리패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해자들도 마찬가지. 다 스승과 제자, 선후배 동료 사이다. 연희단거리패 출신이지만 곽도원은 성추행 의혹을 비껴간 바 있다. 피해자들이 "(형편이 어려우니)도와달라"고 선배에게 부탁할 수는 있어도 협박할 상황은 아니다. 협박을 하려면 상대의 약점을 잡고 있어야된다. 이게 첫 번째 미스테리다.

#2. 곽도원 소속사 임사라 대표는 왜 고소 고발을 안할까
- 이번 '곽도원 협박' 시비의 물꼬는 곽도원 소속사 대표 임사라 변호사가 텄다. 그는 지난 25일 곽도원의 이윤택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은 피해자 17명 중 4명(극단 후배들)이 곽도원에게 금품을 요구하면서, 전화와 문자로 형법상 공갈죄에 해당할법한 협박을 쏟아냈다고 주장했다.
임 대표는 이같은 내용을 처음 공개한 장문의 글에서 "(전략)언론 제보나 형사 고소는 하지 않겠다"며 미투 운동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어갔다. 고개 갸우뚱이다. 미투의 참뜻을 살리려고 거짓 피해자를 그대로 둔다? 상대 측도 이 부분을 공박하고 있다.
"(전략)이 분들을 만나고나서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언론에 제보를 할까, 공갈죄로 형사고소를 할까, 우리 배우가 다시 이러한 일로 언급되는게 맞는 일일까. 무엇보다도 나머지 피해자들의 용기가, 미투운동이 퇴색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습니다.(이하 생략)"
요즘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린다는 건 대국민 성명이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트위터로 정치를 하고 있다. 임 대표가 진정 목표하는 건 무엇일까? 두 번째 미스터리다.

# 이윤택의 미투 피해자는 왜 곽도원을 찾아갔나
- 곽도원 측 주장에 맞서는 이윤택 피해자들의 반론에도 물음표가 많이 찍힌다. 먼저, 이런 민감한 시기에 용기를 내서 '미투 대열'에 합류한 이들이 왜 곽도원을 찾아가 "도와달라"는 말을 꺼냈느냐는 것이다. 오이비락이라기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자초했다.
이윤택 피해자 중 한 명인 음악극단 콩나물 이재령 대표는 26일 자신의 SNS에 "곽도원이 제 후배에게 '얼굴보고 이야기하자'고 제안을 해서 지난 23일 강남에서 저녁에 만나기로 했다"면서 만취한 상태의 곽도원이 임 대표와 함께 약속된 시간보다 3시간이나 늦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임 대표가 내내 팔짱을 낀 자세로 '우리도 미투로 입은 피해가 크다. 돈을 어떻게 주길 바라냐'는 식의 이야기를 계속했다"라면서 임 대표의 이러한 태도 때문에 피해자들이 곽도원의 돈을 목적으로 접근한 것처럼 매도당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곽도원을 만나러 갔던 후배들이 "만나서 오히려 너무 큰 상처가 됐다"면서 통곡했다고 덧붙였다.
어느 한 쪽은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
# 녹취록, 누가 믿을 것인가
-곽도원 미투 시비는 쉽게 끝날수도 있다. 증거를 제시하면 된다. 비행기 블랙박스나 마찬가지인 당시 녹취록을 갖고 있다는 게 임 대표의 얘기다. 그는 26일 "오늘 이윤택 고소인 변호인단에게 4명 명단과 녹취파일, 문자 내역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소식을 접한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는 "편집하면 변호사(임 대표) 의혹 제기에 흠이 생길 수도 있으니 꼭 전문으로 부탁한다"고 맞섰다. 녹취록이 공개되도 그 진위와 편집, 작성 방법 등에 대해 계속 양측 주장이 엇갈릴 여지를 남겨둔 대목이다.
피해자 측은 현재 아무런 기록물이 없는 걸로 밝혀졌다. 별다른 대비없이 곽도원과의 자리에 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곽도원과 함께 나간 임 대표는 만반의 준비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가 얘기한 '꽃뱀을 알아맞힐 수 있는 촉'은 일찍부터 구설을 만들었다. 꽃뱀이란 확신을 가진 변호사가 녹음 등 증거 수집에 나섰다면 아예 논란과 시비의 여지는 전혀 없다. 그런데 왜 빨리 이를 공개하지 않고 기사거리를 만드는 걸까. 네 번째 이자 마지막 미스터리다./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