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밀 로저스(33·넥센)의 돌출행동이 결국 문제가 됐다. 해명과 사과로 마무리됐지만, 앞으로는 로저스의 돌발 행동을 자제시켜야 한다. KBO도 로저스의 행동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넥센은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지는 ‘2018시즌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화와 시즌 개막전에서 6-3으로 승리했다. 넥센 선발 로저스는 6⅔이닝 9피안타 1볼넷 6삼진 3실점 2자책점으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2016년까지 한화에서 뛰었던 로저스였기에 친정팀을 상대로 한 복귀승이 더욱 짜릿했다.
다만 경기 중 문제가 발생했다. 로저스는 2회 1사 3루에서 이용규의 중견수 뜬공 때 홈에서 아웃된 최재훈의 머리를 글러브로 툭 쳤다. 이어 공수교대 때 이용규의 머리도 다시 한 번 글러브로 건드렸다. 5회에는 1루에서 견제 아웃된 양성우를 바라보며 두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키며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로저스 자신은 친정팀 선수들을 향한 격려의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화 선수단은 자신들에 대한 일종의 도발로 받아들였다. 문화차이에서 온 의사소통의 오류라고도 볼 수 있다. 로저스는 순수한 뜻으로 했다고 하지만 한화는 ‘친근감 표시’가 아닌 ‘도발’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로저스는 한국문화를 존중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행동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넥센은 구단차원에서 로저스에게 주의를 줬고, 로저스도 이를 수긍했다.
로저스는 워낙 흥이 많은 선수다. 여기에 메이저리그출신이라는 자부심도 상당하다. 로저스는 미국전지훈련을 마치고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반짝이는 정장차림에 선글라스를 꼈다. 새벽에 공항에 도착하는 상황에서도 멋을 챙겼다. 로저스는 멋을 위해서 불편한 정장차림으로 14시간 비행을 감수했다.
넥센에서는 현재까지 로저스의 쾌활한 성격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로저스는 장정석 감독에게 “헤이!”라고 인사하며 어깨를 툭 치기도 한다. 장정석 감독은 “로저스가 원래 흥이 많은 선수다. 선수단 분위기를 잘 띄우는 선수”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상징후도 발생했다. 데뷔전에서 로저스는 7회 아웃카운트를 하나 남기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브랜든 나이트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랐을 때 로저스는 “내가 이닝을 마무리하고 싶다”면서 약간의 실랑이를 펼쳤다. 교체사인을 듣고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러나 나이트 코치가 로저스의 공을 뺏으며 단호한 태도를 보이자 로저스는 수긍하고 마운드서 내려갔다. 넥센에서는 로저스의 장난이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와의 의견충돌은 사실이었다. 로저스는 경기 후에도 세리머니를 펼치며 자신의 첫 승을 자축했다. 그는 “내가 워낙 승부욕이 강해서 그랬다. 팀에서 정한 교체원칙이 있다면 따를 것”이라 덧붙였다.

브랜든 나이트 투수코치는 로저스를 잘 통제하고 있다. 장정석 감독은 “나이트 코치가 워낙 로저스를 잘 안다. 한국무대 경험이 풍부하고, 같은 투수출신이기에 로저스에게 조언을 많이 해준다”고 밝혔다.
로저스 역시 흥을 자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화전 로저스는 1회와 2회 각각 1실점씩 허용하며 초반 분위기에서 샘슨에게 밀렸다. 로저스는 “2회가 끝나고 라커룸에서 명상을 했다. 그랬더니 3회부터 잘 던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흥이 많은 로저스도 평상심 유지를 위해 명상을 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양성우와 눈빛 교환’에서 보듯 로저스는 당한만큼 갚아줘야 한다는 주의다. 승부욕이 뛰어난 것은 좋다. 다만 쓸데없이 상대를 자극한다면 득 될 것이 없다. 로저스가 중요한 경기서 화를 이기지 못해 자폭할 가능성도 있다. 넥센은 로저스의 뛰어난 실력에 만족하면서도 ‘그가 언제 터질까?’ 항상 노심초사해야 하는 입장이다. 자칫 통제가 안된다면 로저스는 넥센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에이스에 걸맞은 태도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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