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가 타석에 임할 때는 적극적으로 치거나, 혹은 기다리거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러나 좋은 투수를 상대로는 두 방법 모두 어렵다”
김진욱 kt 감독은 2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상대 선발 앙헬 산체스(29)에 대한 질문에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좋은 투수”라고 칭찬했다. 김진욱 감독은 물론 모든 구단 관계자들의 칭찬이 자자한 선수였다. 최고 150㎞ 중반대의 빠른 공에 수준급의 변화구도 던지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만 김 감독은 힌트를 달았다. 김 감독과 kt 전력분석팀은 산체스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흔들린다는 분석을 해 놓은 상황이었다. 셋포지션과 퀵모션에 다소 약점이 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KBO 리그에 처음 오는 외국인 투수라면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문제”라면서 “결국 출루를 얼마나 하느냐가 관건이다. 공격적으로 치겠다”고 전략을 밝혔다.

하지만 kt는 산체스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분명 산체스는 견제 모션 등 주자가 있을 때는 다소간 고전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하지만 두 가지 전제가 빠졌다. 기본적으로 잘 나가지 못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산체스를 무너뜨릴 확실한 펀치가 없었다.
산체스는 27일 kt전에서 6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8-5 승리를 견인, 첫 승을 따냈다. 관심을 모은 구속은 포심패스트볼이 최고 154㎞, 슬라이더성 컷패스트볼이 최고 147㎞까지 나왔다. 여기에 모든 구종이 140㎞를 웃돈 체인지업(13구)과 130㎞ 정도에 형성된 커브(9구)를 두루 던졌다. 소문대로 공은 빨랐다.
시즌 전 등판이 충분하지 않았다. 비로 경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불펜에서 예정된 투구수를 채우기도 했다. 여기에 날은 여전히 쌀쌀했다. 그러나 산체스의 강속구는 이런 악조건을 모두 뚫었다. 1회 박경수의 타석 때 최고 154㎞를 찍었다. 이후로는 구속이 조금씩 줄어들기는 했으나 6회에도 140㎞대 후반, 최고 150㎞의 공을 던졌다.
여기에 커터가 우타자 바깥으로 흘러 나갔고, 좌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으로 상대 존을 흔들었다. 커터는 카운트는 물론 땅볼 유도에도 효율적이었다. 체인지업은 헛스윙을 유도하는 움직임은 물론 간혹 스트라이크존을 파고 들며 파울을 만들어냈다.
탈삼진은 3개였지만, 산체스는 오히려 kt 타자들의 공격적인 성향을 역이용해 많은 땅볼을 만들어냈다. 이날 아웃카운트 18개 중 절반에 가까운 8개가 땅볼이었고, 뜬공은 5개였다. 평소 삼진을 의식하기보다는 공격적인 승부로 맞혀 잡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힌 산체스의 성향이 잘 드러난 한 판이었다.
물론 셋포지션과 견제 동작 등에서는 다소간 보완해야 할 점이 있었지만, 적어도 구위 하나는 KBO 리그 정상급이라는 평가는 고개를 끄떡일 만했다. 앞으로 집요해질 상대 팀의 분석을 어떻게 피해가느냐도 흥미롭다. /skullboy@osen.co.kr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