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회복세’ SK 봉민호, 깨달음이 바꾼 2018년 운세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3.28 13: 32

SK는 올 시즌을 시작하기 전 좌완 봉민호(22)를 군 입대 예정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군 문제를 미리 해결하고 후일을 도모하자는 생각이었다. 봉민호의 2018년 운세에는 군 입대가 적힌 듯 했다.
그런데 그 운명(?)이 바뀌었다. “한 해 정도는 군 입대를 미루고 지켜보자”로 선회했다. 겨우내 그린 고무적인 상승곡선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래프가 이대로 이어진다면 올해 1군 불펜에서도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읽힌다. 심지어 2군 좌완 중 1군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도대체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
경기고 시절 서울권을 대표하는 에이스 중 하나였던 봉민호는 고교 3학년 때 어깨가 좋지 않았다. 드래프트 순번이 80순위까지 밀린 결정적인 이유다. 어깨 부상의 여파는 꽤 컸다. 1·2학년까지는 140㎞대 초·중반의 공을 던졌지만, 부상 이후 구속이 130㎞대로 뚝 떨어졌다. 까다로운 공끝과 비교적 안정된 제구, 여기에 독특한 숨김 동작까지 갖췄지만 떨어지는 구속을 만회하지 못했다. 자신감도 덩달아 떨어졌다.

때문에 2015년 입단 이후 기대만큼 뻗어나가지 못했다. 군 입대도 그런 상황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선수도 받아들였다. 그런데 딱 몇 가지의 영상이 봉민호의 2018년을 바꿨다. 봉민호는 “겨울에 열흘 정도 운동을 쉬면서 메이저리그(MLB) 투수들의 영상, 그리고 김광현 선배님을 비롯한 국내 정상급 투수들의 영상을 봤다. 내가 던지는 폼과 면밀히 비교했다”고 이야기했다.
봉민호가 집중적으로 파고든 것은 이 스타들의 중심이동이었다. 평소에도 2군 코칭스태프가 강조했던 부분이지만 잘 고쳐지지 않았다. 영상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열흘 동안 화면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봉민호는 “이 스타 선수들의 중심이동, 그리고 나의 중심이동이 어떤 점에서 다른지 딱 보이더라. 좀 더 포수 쪽으로 중심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깨달음을 얻은 봉민호는 다시 공을 잡았다. 영상에서 느낀 것들을 투구폼에 적용했다. 다른 2군 투수들이 가고시마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사이, 봉민호는 추운 강화의 훈련시설에서 중심이동 유지에 애를 썼다. 그 결과는 확실했다. 구속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직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봉민호의 구속은 140㎞를 훌쩍 넘기고 있다. 140㎞는 그간 좀처럼 깨지지 않았던 벽이었다.
가고시마에서 돌아온 코칭스태프도 이런 소식을 접했다. 곧바로 2군에 합류시켜 연습경기에 투입했다. 체계적인 전지훈련을 소화하지 않았음에도 기대 이상의 투구 내용이 나왔다. “군 입대를 미루자”는 이야기가 나오더니, 곧이어 27일에는 올해 첫 ‘메이저 투어’의 대상자가 됐다. 1군 휴식일에 2군 연습경기를 찾은 손혁 투수코치가 봉민호의 상승세를 대번에 알아차렸다. 봉민호는 27일부터 29일까지 인천 3연전은 1군과 동행하며 지도를 받는다.
봉민호는 “군에 가더라도 내 것은 만들고 가자는 생각이었다.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일각에서는 영상으로 문제점을 찾고 고친 것 자체가 봉민호의 재능을 이야기한다고 말한다. 구속이 붙으면서 타자들 상대가 한결 편해졌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낀다. 이는 여유와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래 야구를 잘했던 선수라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SK는 현재 1군 좌완 계투진의 나이가 전체적으로 많은 편이다. 봉민호의 성장을 눈여겨볼 만한 이유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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